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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8일 저녁 8시]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렌터카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대도시에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통문화가 너무 거칠어서 감히 운전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낙후된 도로교통체계는 사회적으로 많은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 교통사고로 인해 매년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교통혼잡비용 1년치로만 지하철 노선 몇 개를 지을 수 있을 정도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비현실적인 교통법규로 인해 많은 운전자들이 본의 아니게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잦은 위반은 법질서 경시 풍조를 불러와 사회적인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세계 표준과 괴리된 우리나라 교통신호체계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나라의 교통체계가 세계적인 표준을 따르지 않고 있음에 기인한다. 교통신호, 도로표지 등에 대한 국제 표준으로는 1968년 UN에서 정해진 비엔나 협약이라는 것이 있는데, 선진국을 포함한 67개국이 가입되어 있음에도 유독 우리나라는 가입이 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와 비엔나협약의 신호등 비교
 우리나라와 비엔나협약의 신호등 비교
ⓒ 국가경쟁력강화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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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현 정부에서는 불합리한 교통법규를 방치한 채 단속만 강화할 게 아니라, 국제표준에 부합하며 '누구나 공감하여 실제로 준수할 수 있는' 교통운영체계로 바꿔나갈 계획을 갖고 이를 추진 중에 있다.

이렇게 실제로 지킬 수 있는 교통법규가 만들어진다면, 교통안전개선, 교통흐름원활 등의 직접적인 효과 외에도 생활 속에서 교통법규라는 작은 것부터 지키는 문화가 확산되어,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인 법치주의까지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교통체계 선진화의 핵심 '비보호 좌회전'

이러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비보호 좌회전을 들 수 있다. 비엔나 협약에 따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기본으로 운영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녹색은 직진을 의미하지만, 세계표준에 따르면 녹색은 '진행(좌회전+직진+우회전)'을 의미한다.

이렇게 녹색이 좌회전을 의미도 포함하게 되면, 신호등에는 좌회전 표시가 필요 없게 되고, 3색 신호로 운영되게 된다. 그러면 전체 신호는 남북직진(좌회전 포함)과 동서직진(좌회전 포함)으로 2현시로 간략해지게 된다.

 우리나라(4현시)와 비엔나협약(2현시)의 신호주기 비교
 우리나라(4현시)와 비엔나협약(2현시)의 신호주기 비교
ⓒ 국가경쟁력강화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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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좌회전이 따로 있기 때문에, 남북직진, 동서좌회전, 동서직진, 남북좌회전의 4현시가 필요하게 된다. 결국 한 번 신호를 놓치게 되면, 다시 자기 신호를 받는데 매우 긴 대기 시간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우리나라의 경우 3분 이상이 보통). 이렇게 대기시간이 길다 보니, 대기열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신호시간에 통과하려고 교차로 앞에서 과속을 하거나 꼬리물기를 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교통량이 적고, 좌회전이 용이한 편도 3차로 이하 교차로를 우선으로 하여 비보호 좌회전을 도입할 예정이다. 비보호 좌회전이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도 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1) 교차로에서 좌회전 차량이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는 대기차로를 마련하고, (2) 교차로 내부의 차량을 모두 빼내기 위한 전적색(全赤色) 신호를 운영하며, (3) 횡단보도를 교차로에서 떨어뜨려 좌회전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고, (4) 도심 제한속도도 하향 조정하겠다고 한다. 특히 현재 비보호좌회전 차량의 사고는 10대 중과실 중 하나인 신호위반으로 처리되고 있는데, 이를 일반 교통사고로 완화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편 비보호 좌회전에 대해서 흔히 하는 오해는, 모든 교차로를 비보호 좌회전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차선수가 많고, 직진 교통량이 매우 많은 교차로는 사실상 비보호 좌회전이 불가능하다. 이런 곳까지 무리해서 비보호 좌회전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비보호 좌회전은 어디까지나 효율적인 교통운영을 위한 것이다. 교통신호를 교통현실과 맞추는 것이 교통신호체계 선진화의 목적인데 비보호 좌회전이 비효율적인 교차로에 비보호 좌회전을 설치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이런 교차로는 현재와 같은 보호좌회전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며, 좌측 화살표 신호등도 그대로 존치된다.

 우리나라 교차로의 좌회전 지시는 일관성이 없다
 우리나라 교차로의 좌회전 지시는 일관성이 없다
ⓒ 국가경쟁력강화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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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다양한 교통체계 선진화 방안이 준비되고 있다. (1) '직진 후 좌회전', '직진+좌회전 동시 신호', '좌회전 후 직전' 등 교차로마다 제각각인 신호 순서를 '직진 후 좌회전'으로 통일하게 된다.

보통 좌회전보다 직진의 교통량이 많은데, 좌회전을 먼저 줄 경우 후속 직진차량의 대기열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고, 동시신호를 쓸 경우 좌회전에 과다한 시간을 주어 전체 신호주기를 길게 만드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2) 보행자 사고 위험이 높은 '적색신호 시 우회전'을 교차로 사정에 맞게 적절히 제한하고 우회전 신호등을 도입할 예정이며, (3) 교통량이 적은 야간에 점멸신호 교차로, (4) 한번 신호를 받으면 계속 달릴 수 있는 연동신호제, (5) 신호만능주의에서 벗어나 통행우선권 명확화에 기반해 서로간의 양보를 통해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는 무신호/회전 교차로, (6) 정지선 준수율을 높이기 위한 교차로 신호기 전진배치 등도 시행된다.

 종전에는 주신호기가 교차로 건너에 있었지만, 이제는 횡단보도 바로 위에 설치되어, 정지선 침범을 줄이게 된다
 종전에는 주신호기가 교차로 건너에 있었지만, 이제는 횡단보도 바로 위에 설치되어, 정지선 침범을 줄이게 된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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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준비와 시민 협조 절실

그러나 교통법규란 오랫동안 써온 사회적인 약속이기 때문에 이를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세심한 준비와 함께 적극적인 교육, 홍보가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비보호좌회전을 잘못 알고 있는 운전자들이 많다. 비보호좌회전은 원래 녹색신호에서 맞은편에 오는 직진 차량을 피해서 좌회전을 하는 것인데, 아무 때나 적당히 좌회전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앞에서 차가 오지 않는 적색신호에 좌회전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조차 있다.

점멸신호도 마찬가지이다. 황색점멸은 서행 후 통과이고, 적색점멸은 일시정지 후 통과인데, 이를 지키는 사람은 적고 특히 야간에는 더 적다. 원래 황색점멸과 적색점멸은 각각 주도로와 부도로에 설치하여 도로간의 우선순위를 정해주고자 하는 것이지만, 신호가 쉽게 무시되는 탓에 도로의 우선순위가 결정이 안 되어서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경우 보통 점멸신호를 설치한 정부 측을 탓하지만, 실제로는 도로교통법상의 점멸신호를 지키지 않은 운전자가 문제인 것이다.

 교통운영체계 선진화에 따라 교통량이 줄어드는 야간에 점멸신호로 운영되는 교차로 생길 예정이다
 교통운영체계 선진화에 따라 교통량이 줄어드는 야간에 점멸신호로 운영되는 교차로 생길 예정이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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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부의 교통체계선진화 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교통운영체계 개선의 당위성을 인식하고, 이에 협조해나가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새로운 교통체계개편의 특징은 좌회전 신호, 고정식 신호등 같은 과도한 규제를 줄이고, 안전표지를 이용하여 통행우선권을 명확히 하여 운전자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교통질서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통행우선권: 먼저 진입한 차량, 넓은 도로 차량, 우측 차량).

기계가 비효율적이면 사람이 하는 게 더 빠른 것처럼, 비효율적인 교통신호를 무작정 따를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더 효율적인 교통체계를 만들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린 안돼' 하는 엽전의식에 빠져 남이 정해주는 신호만 따라갈 게 아니라, 미리 사회적인 약속을 명확히 하고 모두가 이를 따르면, 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하며 안전하게 교통체계를 이용할 수 있다.

 양보란 주도로에 우선권을 양보하면서, 감속하여 주의 진행하는 하라는 것으로써, 일시정지와는 모순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모순된 표지가 동시에 설치된 경우가 있는게 현실이며, 이를 먼저 정비해야 무신호교차로를 운영할 수 있다
 양보란 주도로에 우선권을 양보하면서, 감속하여 주의 진행하는 하라는 것으로써, 일시정지와는 모순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모순된 표지가 동시에 설치된 경우가 있는게 현실이며, 이를 먼저 정비해야 무신호교차로를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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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화가 정착될 경우, 사회규약의 기본인 교통법규를 스스로 지키게 되고, 더 나아가 법질서가 준수되는 신뢰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비효율적인 교통신호 대신 운전자 스스로가 최적의 효율적인 교통흐름을 만들어내 교통소통이 원활해진다.

물론 이로 인한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감소는 덤이다. 이렇게 교통 흐름이 좋아지고 교통 문화가 온화해지면 교통사고가 줄어들고 외국인도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할 수 있는 글로벌 교통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부작용이 걱정되니까 그냥 교통신호에 맡겨버리고, 비효율적인 교통신호를 억지로 따르며, 정작 누군가는 그 비효율을 참지 못해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며 과속을 하는 현실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미리 통행우선권만 명확히 한다면 비보호 좌회전과 무신호 교차로는 위험한 것이 아니다. 해보지도 않고 미리 안 될 것이라는 '자기 비하'와 '패배 의식'을 버리고, 우리 스스로 약속을 만들고 이를 지켜, 교차로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해보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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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교통에 관심이 많은 철도애호인, 교통평론가. 국내 공공교통 개선에 지대한 관심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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