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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보다 프로하키선수 목숨이 더 중요한가
[해외리포트] 캐나다 '전 국민 신종 플루 백신 무료접종'이 부른 파장
09.11.05 12:59 ㅣ최종 업데이트 09.11.13 11:02 강정수 (greenever)

전 국민 신종플루 무료예방접종을 시작한 캐나다가 접종 시작과 동시에 혼란에 빠졌다.

 

접종 첫날인 10월 26일부터 접종을 받고자 공공클리닉으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위해 여러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백신부족으로 접종을 못 받고 돌아가야 했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 지역도 대부분의 공공클리닉이 새벽부터 대기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평균 대기시간은 3~4시간. 10월 30일 토론토 메트로홀은 최악이었다. 새벽 4시 30분부터 1천여 명의 사람들이 빗속에 대기해야 했던 것. 사람들은 메트로홀 옆 건물까지 길게 줄을 섰으나 일부는 백신 부족으로 되돌아갔다.

 

"우선대상자 아니어도 백신접종 해주겠다" 한마디에

 

  
10월 29일, 신종 플루 백신접종을 위해 토론토 이스트 요크 시민회관 건물 주변에 길게 줄을 선 캐나다인들.
ⓒ 글로벌토론토캡처
신종플루

이런 혼란이 발생한 이유는 보건당국의 메시지 혼선 때문이었다. 의료계 종사자와 간병인, 호흡기 질환자, 65세 미만 만성질환자, 6개월~5세 어린이, 임산부, 캐나다 원주민 및 오지 주민 등 우선 대상자가 먼저 접종을 받기로 했으나 '해당자가 아니어도 접종해주겠다'는 메시지를 띄워 일반인들을 대거 진료소로 나오게 한 것이다.

 

10월 31일, 심장질환 남편과 어린 두 아이와 함께 접종 장소 중 하나인 이토비코시민회관을 찾은 한 여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밖에서 수 시간 동안 춥게 서 있었다, 일처리를 좀 빨리 해야지 이렇게 오랜 시간을 밖에 서 있게 하는 것은 잔인한 처사다"라며 "우리가 오늘 백신주사를 맞을 수 있는지 없는지 궁금한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백신 공급지연과 물량 부족 보도로 불안해하던 일반인들은 보건당국의 메시지를 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26일, 13세 소년과 10세 소녀가 신종 플루로 갑자기 사망하면서 불안감이 더욱 확산됐다. 토론토 하키선수인 에반 프러스타글리오(13)는 10월 25일 감기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해 타이레놀 처방을 받았으나 다음날 집에서 쓰러져 결국 사망했다. 평소 특별한 병이 없었던 소년의 사망원인이 신종 플루였고, 별다른 손쓸 틈도 없이 갑자기 사망했다는 보건당국의 발표는 보통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으켰다.

 

이밖에 접종수요를 제대로 예상치 못해 장소 부족사태를 야기한 점, 접종 장소에서 장시간 줄서는 불편을 막기 위한 번호표 제도를 준비하지 못한 것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프로하키 선수들은 줄도 안 섰는데 백신접종?

 

이런 가운데 10월 30일, 앨버타 공공보건국을 통해 예약한 클리닉에서 '번거롭지 않게' 백신접종을 받은 앨버타 주 캘거리 플래임스(Calgary Flames) 프로하키 선수와 가족들은 특혜시비에 휘말렸다.

 

플래임스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NHL은 몸싸움 등 신체접촉이 많은 운동이고, 시합을 위해 북미를 자주 여행하기 때문에 백신접종이 필요하다고 팀 의료진이 생각해서 추진한 일"이라며 "하지만 선수들과 가족들이 우선접종 대상자가 아닌 것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앨버타 주 야당의원들은 임산부, 심장질환자들이 오랜 시간 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프로하키 선수들에게 특혜를 준 것은 공공보건 원칙의 중대한 위반이라고 말하고 있다. 상황이 확산되자 앨버타 주 공공보건국은 대변인 로만 루니의 사과 발표에 이어 4일 관련자 1인을 해고했다.

 

신종플루 백신접종 혼란이 가중되자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나오고 있다. 야당인 자유당은 집권 보수당 정부가 신종 플루를 국민에게 알리기보다 야당 당수를 공격하기 위한 광고에만 시간과 돈을 더 투자한다고 비판했다. 2일 저녁에 열린 하원긴급토론에서는 야당 당수 마이클 이그네티에프가 정부에 일격을 날리기도 했다.

 

"보수당 정부는 백신부족을 단지 공급업체의 잘못으로만 돌리고 있으며 실제 일선에서 백신접종을 하는 주정부들만 시민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신종 플루라는 병은 관할구역을 따지지 않는다. 모든 각 단위정부들이 협조해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연방정부의 역할이다."

 

결국 캐나다 보건당국은 2일 개선책을 내놓았다.

 

일단 우선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번 예방접종에서 제외시켰다. 아기를 데려온 부모도 지난주에는 접종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기만 접종하고 건강한 부모는 일반인 접종시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공공클리닉도 확대했다. 줄을 선 사람들에게도 예약시간표를 나눠주어 번호표에 적힌 예약 시간대에 접종이 가능토록 했다.

 

다시 원점으로... 우선대상자만!

 

  
11/2일, 티모시 이튼의 공공클리닉. 사람들이 더 이상 줄 서서 기다리지 않는다. 사진은 2명의 간호사가 접종예약시간이 적힌 손목띠를 나누어주는 모습.
ⓒ 헬스존캡처
캐나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캐나다는 신종 플루 환자가 확산되는 추세다. 온타리오 주 공공보건국장 아를린 킹 박사에 따르면, 토론토 인구밀집지역에서 신종 플루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듀람 지역의 경우 10월 30일 기준으로 총 46개 학교에서 10%가 결석했다. 2일 현재 온타리오주의 신종플루 사망자는 33명이다.

 

온타리오 주는, 주 전체에 걸쳐 운영 중이던 50개 공공클리닉을 100개 이상으로 이미 확대했고, 부족한 인력문제를 해결코자 은퇴간호사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플루 확진 환자 치료 및 간호를 위해 30개의 플루진단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이번 주말까지 온타리오 주 우선대상자인 240만 명의 대부분인 220만 명이 접종을 완료할 수 있게 된다.

 

사스카툰 주는 3일, 접종대상을 확대해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주내 접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앨버타 주는 31일 백신부족으로 접종을 일시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접종재개는 5일에 가능한데, 6개월부터 5세까지의 아이들에게만 한정된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다음 주부터는 대량으로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캐나다 연방공공보건청장 데이비드 버틀러-존스는 "접종개시 한 주 만에 지역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10~20%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접종률"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는 앞으로 대규모 유행병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2곳 이상의 백신공급처를 확보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퀘벡 주에 백신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는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 유일한 공급계약자다.

 

캐나다 공공보건국 최근 통계에 따르면, 신종 플루 확진환자는 총 1779명(10월 24일 기준)이며, 사망자는 온타리오 33명, 퀘벡 26명, BC 14명 등 104명(11월 3일 기준)이다. 연방정부는 늦어도 크리스마스 전까지 백신접종을 원하는 모든 국민에게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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