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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화) 오후 출장길에 시간이 남아, 임진왜란 3대첩 가운데 하나인 진주 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과 의기 논개의 충절이 서려있는 진주성의 촉석루와 의기사(논개 사당), 의암 등을 잠시 둘러보았다.

너무나 오랜만에 진주를 찾았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마지막으로 진주를 다녀왔으니 24년 만의 일이다. 진주성은 예전의 촉석문, 촉석루, 의기사와 약간의 유물과 유적이 있던 기억을 멀리하고 아주 깨끗하게 복원이 되어 있었다.
                 
인형을 실은 나룻배를 만든 사람은 누굴까? 아이디어 참 좋다
▲ 남강의 나룻배 인형을 실은 나룻배를 만든 사람은 누굴까? 아이디어 참 좋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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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반부터 성문 복원과 외성과 내성의 성곽 일부를 복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1979년부터는 성 안팎의 민가를 모두 철거하는 등 본격적인 진주성의 정화사업을 시작하여 2002년 북쪽의 공북문을 복원하는 것으로 공사를 마무리하고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성 둘레를 천천히 걸으면 족히 30~40분은 걸릴 것 같은 거리로 1,760m에 이르며, 성곽의 높이는 지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5~8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특히 촉석루 아랫길로 내려가 국립진주박물관 옆의 매점 아래까지 성곽 아래를 따라 흐르는 남강 오솔길 산책로는 200m 정도의 짧은 길이지만, 강과 성곽을 모두 볼 수 있는 최고의 산책로였다.

매표소에서 천 원짜리 한 장으로 입장권을 구매한 후, 나는 촉석문을 지나 촉석루로 향했다. 정자에 오르기 전에 남강을 바라보았다. 나룻배 한척에 남녀 인형이 각각 한사람씩 타고 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논개를 떠올리게도 했고, 다정한 연인의 모습도 연상하게 했다.
                       
논개가 뛰어내린 바위인 의암, 이곳에 오니 참 많은 생각이 든다
▲ 의암 논개가 뛰어내린 바위인 의암, 이곳에 오니 참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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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 논개가 왜장을 안고 남강으로 뛰어들었다는 의암으로 내려갔다. 논개를 그리는 작은 비각이 있고, 강가의 바위는 원래는 위험한 바위라는 뜻의 위암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논개의 의로운 행동을 기르기 위해 후세사람들이 의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바위와 남강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진주성으로 올라 촉석루에 오른다. '숲에 들어가면 숲을 보지 못하고, 산에 들어가면 산을 전체적으로 볼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워낙 강가의 바위 언덕 위에 세워진 정면 5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의 누대라 한눈에 전체를 볼 수 없다.
             
진주성의 촉석루에 올라 본다. 조선시대의 양반이 된 기분이다.
▲ 촉석루 진주성의 촉석루에 올라 본다. 조선시대의 양반이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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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봐야 하는데 성안에서는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강을 건너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촉석루에 올라서는 앞의 남강과 물위에 떠 있는 나룻배, 뒤편의 진주 시내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내려왔다.

촉석루 바로 옆에는 논개의 넋을 기르는 사당인 의기사가 있다. 논개가 의롭게 죽은 지 150년이나 지나 영조 임금시대에 경상우병사 남덕하 선생이 창건을 주도했다고 한다. 이후 소실이 되었다가 30~40년 전 진주의 의기창렬회가 주관하여 재건을 한 것이라고 한다.
            
참 예쁘고 곱다. 전에 들은 바로는 남원의 기생 춘향과 얼굴이 비슷하다고 한다. 같은 사람이 그려서 그렇다고 한다.
▲ 논개의 영정 참 예쁘고 곱다. 전에 들은 바로는 남원의 기생 춘향과 얼굴이 비슷하다고 한다. 같은 사람이 그려서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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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논개의 초상화가 나를 사로잡았다. 원본은 국립진주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며, 이곳에 전시된 것은 복제본이라고 한다. 하지만 단아한 논개의 모습에 나는 반하고 만다. 나중에 박물관에 가서 물어보니 원본은 현재 공개가 불가하다고 하여, 복제본을 보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돌아왔다.   

의기사를 보고 나와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 쌍충사적비를 둘러 본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모아 싸우다 순국한 제말 장군과 정유재란 때 전사한 그의 조카 제홍록 장군의 충의를 새긴 비석이라고 한다. 나라를 위해 조카와 삼촌이 모두 전사하다니 대단한 충절의 집안이다.
          
진주성 대첩의 영웅,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동상
▲ 김시민 장군 진주성 대첩의 영웅,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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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약간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김시민 장군의 동상으로 갔다. 임진왜란 당시인 1592년 10월 왜군 2만이 진주성을 침략해 오자 김시민 장군이 이끄는 3800여명의 군사와 진주성의 백성들이 힘을 합쳐 적을 물리쳤다.

이듬해 6월에는 왜군 10만여 명이 다시 침략을 해옴에 7만의 민관군이 이에 맞서 싸우다 모두 순국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그 중심에 충무공 김시민 장군이 있는 것이다. 후일 장군은 영의정에 추서된다.

장군의 동상에 묵념을 한 다음, 좌측의 영남포정사로 간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경상남도 도청의 정문이라고 보면 된다. 예전 진주에 관찰부, 경남 관찰사가 주재하고 있는 시절의 문으로 광해군 때 건축한 문이다.

문 옆에는 문을 지키는 병졸 2명의 석조물과 하마비가 서 있다. 하마비는 '아무리 벼슬이 높고, 학문이 높은 사람도 이 문 앞에서부터는 말에서 내려서 걸어 들어가라'는 의미의 명령을 담은 비석이다.
             
진주시내의 산재한 비석을 이곳에 모은 것이라고 한다. 왜일까?
▲ 비석군 진주시내의 산재한 비석을 이곳에 모은 것이라고 한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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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정사 문을 지나면 우측에 비석군이 있다. 대략 20~30개는 되어 보이는 비석군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참 진주에는 선정비가 많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남 제일의 도시답게 곧은 목민관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다가갔다.

그런데 이 비석들은 진주의 문화재보존협회가 70년대 진주성을 정비하면서 진주시내에 산재해 있던 수많은 비석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한곳에 모아 둔 것이라고 한다. 모아두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그냥 그 자리에 두고 보존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의아한 것은 사실이다.

좀 더 앞으로 길을 가다 보니 서원이 있고, 옆에는 작은 한옥도 한 두 채가 있다. 이제부터는 성안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으로 향한다. 진주박물관은 한국 최고의 건축가인 고 김수근 선생이 우리의 목탑을 형상화하여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작품이라고 한다.
▲ 국립진주박물관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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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주인인 김수근 선생은 우리들이 익히 아닌 건물인 경향신문사, 경복궁 지하철역, 불광동 성당, 세운상가 등을 설계한 한국현대건축의 1세대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이곳에서 만나다니, 스쳐 지나는 경향신문사 건물과는 다른 느낌이다.

진주박물관은 전반적으로 임진왜란을 주제로 하는 역사박물관이었다. 2층을 주관으로 하여 임진왜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진주성과 논개, 김시민 장군을 생각하면서 임진왜란에 대해 공부하는 박물관이었다.
              
박물관 안에서 찍은 사진, 도깨비를 부조한 기와인 것 같다
▲ 기와 같기도 하고 박물관 안에서 찍은 사진, 도깨비를 부조한 기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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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층을 둘러본 다음 1층의 역사 문화실을 주로 보았다. 경남 지역의 대표적인 유, 무형문화재가 전시되어 있어 지역을 공부하는데 참고가 많이 되었다. 특히 도깨비 형상을 담고 있는 기와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와 사진을 한 장 찍어 왔다.

1층에는 전시실 이외에도 정보자료실과 체험학습실, 재일동포 실업가 고 두암 김용두 선생의 기증 문화재 전시장, 특별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어 볼거리가 많았다.

나는 전시장을 둘러 본 다음 야외공연장 옆으로 가서 성곽 아래로 내려가 강줄기를 따라 산책길을 걸어 촉석루에 다시 올랐다. 강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뒤쪽의 임진왜란 당시에 순국한 사람들을 기리는 촉석정충단비와 진주성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호국종각을 보고 나서 성 밖으로 나왔다.
                
진주성 아래의 강변을 따라 조성된 200미터의 산책로를 걸으며 찍은 촉석루
▲ 강에서 본 촉석루 진주성 아래의 강변을 따라 조성된 200미터의 산책로를 걸으며 찍은 촉석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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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은 성내를 둘러보는 것도 재미가 있지만, 성 밖인 박물관 뒤편의 인사동 골동품 거리와 촉석문 앞에 위치한 진주실크박물관과 판매장, 진주문화원 등 볼 것이 많다. 또한 강을 따라서 몇 군데 성업 중인 장어구이집도 한번쯤 들러볼 만 한 곳이다.
                   
나는 성을 둘러 본 다음, 강을 건너는 다리를 2/3쯤 건너서 멀리서 촉석루를 바라보고는 강과 언덕, 단풍, 성, 누대가 너무나 잘 어우러진 진주성의 정취에 한참 빠져 보았다. 강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참, 아름답고 곱다. 성, 단풍, 언덕, 강 모두가
▲ 진주성을 멀리서 보니 참, 아름답고 곱다. 성, 단풍, 언덕, 강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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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중순에 매년 전국적인 소싸움대회가 진주에서도 열린다고 하니 한번쯤 단풍 구경과 평생 한번 보기 힘든 소싸움을 한 다음, 역사 공부를 위해 진주성에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태그:#진주성 , #논개 , #김시민 장군, #국립진주박물관 , #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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