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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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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은 아쉬움을 남기고 훌쩍 떠나버립니다.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여름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늦더위가 이어지다가 선선해지는 날씨에 이제 가을이 왔나보다 하는 순간 어느 듯 찬바람에 어깨 움츠리는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기 때문이지요.

올가을은 더욱 짧았습니다. 늦더위가 거의 10월 초순까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1월 들어 몰아닥친 한파가 가을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지요. 우리 사람들이 생활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 바로 가을인데 말입니다. 어디 생활뿐이겠습니까?

엊그제 내린 눈에 파묻힌 논밭의 곡식과 채소들은 어떻고요. 누렇게 익은 벼논에 쌓인 눈이며, 아직 가을걷이를 하지 못한 고구마와 무 배추밭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농부들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고구마 밭에서 가을걷이 하는 노부부
 고구마 밭에서 가을걷이 하는 노부부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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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손길을 기다리는 배추밭
 김장 손길을 기다리는 배추밭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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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맴 매미들의 노래에 취해
게으름 피우는 여름에 밀려
어기적어기적 뒤늦게 오고

가을아, 너 지각했잖아?
가을아, 너 늦장 부렸잖아?

시큼시큼 사과 맛 들기도 전에
주렁주렁 감나무 땡감
익기도 전에

여름내 땅속에서 몸집 키운 고구마
들녘에 누렇게 고개 숙인 벼들
거두기도 전에

사람들이 모두 주워가버린 도토리 찾아
산속의 다람쥐 가족들
겨울양식도 준비 못했는데

가을아, 너 혼자 그렇게
훌쩍 떠나버리면 어쩌란 말이냐

가을아, 스치듯 가버리지 말고
겨울에게 등 떠밀려 떠나지 말고
조금만, 조금만 더 머물다 가렴

-이승철의 시 '가을아 조금만 더 머물다 가렴' 모두

수확을 기다리는 무밭
 수확을 기다리는 무밭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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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넝쿨이 뒤덮인 철조망 담장
 담쟁이 넝쿨이 뒤덮인 철조망 담장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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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찾아오고 서둘러 떠나버린 계절, 가을이 원망스럽고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승철의 시 '가을아 조금만 더 머물다 가렴'에서는 너무 짧은 가을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버린 계절을 원망만한들 어떻게 하겠어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이미 변한 기후이고 자연인 것을.

정말 스쳐지나가듯 너무 짧았던 올가을이었지요, 그래서 지난 10월 31일 인천시 외곽에 나갔다가 카메라에 담아온 깊어가는 가을 풍경들을 아쉬운 마음으로 꺼내보았습니다.

단풍든 담쟁이 넝쿨과 선홍색 장미 한송이
 단풍든 담쟁이 넝쿨과 선홍색 장미 한송이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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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향기 짙은 황국
 가을향기 짙은 황국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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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속에서
바람이 익어 갑니다.
강물이 익어 갑니다.

이별같은 것
그리움 같은 것

바람처럼 아득한 그런 것들이
바람처럼 노랗게
익어 갑니다.
<중략>
강물처럼 흘러 간
그런 것들이
강물처럼 파랗게
익어갑니다.

-강성현의 시 '가을햇살' 중에서

그러나 이별과 그리움이 바람처럼 노랗게 익어가고, 눈물과 추억도 강물처럼 파랗게 익어가는 강성현님의 시 '가을햇살' 속에는 아름답기만 한 가을이 참 정겹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노랗게 익지 못하고 아직 새파란 탱자
 노랗게 익지 못하고 아직 새파란 탱자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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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늦게 꽃피운 작은 코스모스들
 뉘늦게 꽃피운 작은 코스모스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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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밭의 고추들
고추 내놓고

울타리 밑의 호박들
배꼽 내놓고

지붕 위의 박덩이들
허어연 배통 내놓고
<중략>
잠자리
고추잠자리
얼굴 빨개졌다네.

-조영일의 시 '가을' 중에서

조영일님의 시 '가을'은 곱고 정겨운 가을풍경들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어서 살포시 미소 짓게 합니다. 시와 가을풍경 사진 보시며 신종플루와 갑자기 몰아닥친 겨울추위에 움츠러든 어깨 펴시기 바랍니다.

빨간 열매들이 고운 침엽수
 빨간 열매들이 고운 침엽수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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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정취 구절초
 늦가을의 정취 구절초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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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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