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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를 모르는 한국의 보수

 

한국의 보수세력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시민을 죽이는 정책을 발의, 통과시키면서도 TV에 나와서는 우리가 진정 국민에 도움이 되는 세력이라는 듯 행동하는 것 보면 '염치없다'는 표현이 저절로 떠오른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 10분의 1 발언이 회자될 때였다. 물론 한나라당은 노무현의 불법대선자금이 자당의 차떼기해온 자금의 10분의 1을 초과한다고 해서 노무현이 자진사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는지 매우 산술적으로 분석하며 노무현의 불법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 이상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당력을 집중했다.

 

이에 관련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시민 전 장관은 과거 민주당의 불법대선자금이 10분의 1이 넘는다는 장광근 의원에게 "8배라서 기쁘십니까? 자랑스러우십니까?"라며 꼬집어줘서, "아니 뭐 그건 아니고"라는 대답을 받아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족이 친일인명사전에 그의 이름이 오르지 않도록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고 하는데, 위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박정희 지지자들의 염치 없음

 

과거 박정희가 살아있을 시절에는 박정희의 일본군 장교 경력이나, 그의 남로당 경력 자체가 비밀이었다. 그의 사망 이후 각종 연구에 따라 그의 친일과 남로당활동 경력이 드러나자, 박정희 지지자들 역시 일본군 장교였고, 남로당에 가입한 사실만큼은 거부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들은 "박정희가 일본군 장교였으나, 독립군 탄압을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친일파가 아니다", "남로당 당원이었으나, 실제 한반도의 적색화에 공헌한 바 없고, 남로당 군내 세포들의 비밀명부를 넘겨줘서 오히려 남로당 토벌에 공헌했다. 따라서 빨갱이는 아니다"라는 등의 논리주장을 펼쳐왔다.

 

이 역시 염치의 문제다. 박정희는 총명한 머리를 바탕으로 제국주의 신민을 길러내는 소학교 교사를 찍어내는 사범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조선의 아이들을 세뇌시키는 소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더 큰 권력 획득을 위해서 만주신경군관학교에 입학했다(진충보국 멸사봉공盡忠報國 滅私奉公의 신화는 학자들에 따라 존재유무가 다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그는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편입했고, 일본군 장교가 되어 만주국에 부임했다.

 

일부 언론은 박정희가 조선 출신 독립군이 있던 팔로군을 토벌하는 작전에 가담했다고 보도했지만, 박정희 지지세력은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박정희는 을종부관으로 '단기를 관리하고 명령을 전달'하는 임무만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 행위를 박정희 지지세력은 매우 담담한 어조로 서술한다. 최소한 소년 시절 형님의 뺨을 때려 학급 질서를 유지했다며 그의 카리스마를 찬양하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박정희의 만주국 군대에서 '단기를 관리하고 명령을 전달'한 임무가 그렇게 자랑스러운지 묻고 싶다.

 

더 큰 권력을 위해 일본군 장교가 되고, 귀국해서 남로당이 권력을 잡을 것으로 보자 남로당에 입당한 기회주의자에게 독립군도 있는데 왜 독립군으로 나서지 못했는가를 묻는 것은 전혀 의미 없는 행동이다. 다만 그 지지자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염치를 되찾을 것을 요구할 뿐이다.

 

'경제발전인명사전'에는 박정희의 이름을

 

사실 경제발전도 박정희가 아닌 우리의 부모가 한 것이지만, 박정희가 한 리더의 역할은 100번 양보해서 인정해주기로 하자. 이는 무리한 공기단축으로 수백명이 개보수 공사중에 죽었지만 경부고속국도의 건설결정이나, 일제에 희생당한 이들과 그들의 유족들에게 돌아가야할 배상금이긴 하지만 그 돈으로 포항제철소를 건설한 것 역시 그의 업적이라고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만약 보수측에서 경제발전에 공헌한 인물들의 인명사전을 만든다면 나는 이에 시비 걸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친일파를 친일인명사전에 싣지 못한다는 그들의 주장에는 홍길동의 심정으로 '호친일부친일'을 시비 걸지 마라고, 염치를 모르고서야 어떻게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냐는 말을 전하고 싶을 뿐이다.


태그:#박정희 친일, #친일인명사전, #박정희 친일파, #친일파,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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