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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해치'를 구시대적 토테미즘 상징으로 비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해치'상이 때 아닌 우상숭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기독교TV방송(CTS)>은 지난 9월 15일 방송에서 '해치'가 단순한 상징물을 넘어 궁궐과 민가에 우상과 부적으로 사용되어온 주술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칫 미신 문화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 역시 10월 30일자 보도에서 서울시가 '해치'를 설치한 것은 구시대적 토테미즘을 재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종교와 관련한 공공기관의 중립성에 위배된다는 교계인사들의 의견을 실었다.

해치상 서울시가 서울의 상징물로 지정해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해치'상, 이에 대해 개신교에서는 구시대적 토테미즘을 재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 해치상 서울시가 서울의 상징물로 지정해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해치'상, 이에 대해 개신교에서는 구시대적 토테미즘을 재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 백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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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의 반발을 사고 있는 해치상은 올 8월 1일 광화문광장 개장과 함께 설치된 것이다. 서울시는 또 광화문역에 해치전시관을 세우는 등 대대적인 예산투입과 홍보작업을 통해 '해치'를 서울의 이미지와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는 '해치서울' 홈페이지에 외국의 여러 도시가 진행하고 있는 상징개발사례를 올려놓으면서 상징물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도시형성과 관련한 곰을 다양하게 활용해 강력한 도시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고 뉴욕은 빅애플, 싱가포르는 얼굴은 사자, 몸은 물고기로 이루어진 머라이언 상을 상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사례처럼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 상징화작업은 하나의 도시마케팅으로 정체성을 높이고 대외적으로 외국인들에게 도시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왜 하필 '해치'이며 선정 역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선정되었는지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해치는 보통 해태로 알려져 있고 중국 고대 전설 속의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여 안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로 알려져 있다. 선과 악을 구별하고 심판한다는 속성 때문에 재판과 관련되어 조선시대에는 관리들을 감찰하고 법을 집행하는 사헌부의 상징으로, 사헌부 우두머리인 대사헌의 관복에 새겨지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마음을 가다듬고 항상 경계하며, 정의의 편에 서서 법을 공정하게 처리하라는 의미에서 국회의사당과 대검찰청 앞에도 '해치'상이 세워져 있다. 한편으로는 물가에 사는 짐승이기 때문에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령한 동물로 여겨져 조선시대에는 궁궐의 화재를 막기 위해 경복궁 앞에 한 쌍의 '해치'상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치'가 재판과 관련 있고 단지 재앙을 막기 위한 동물이라는 점에서 수도 서울의 상징이 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또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신중하게 상징물을 결정하겠다고 했음에도 지난해 5월 전문가 공청회를 개최한 지 1주일 만에 '해치'로 확정해 비민주적이며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해치서울 서울시가 광화문역 입구에 설치한 해치서울 전문판매점. 서울시의 상징으로 지정된 해치와 관련한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 해치서울 서울시가 광화문역 입구에 설치한 해치서울 전문판매점. 서울시의 상징으로 지정된 해치와 관련한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 백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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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가 서울의 상징으로 부족하고 졸속적으로 설치되기는 했지만, '해치'상 자체를 우상숭배로 간주하는 개신교의 시각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형체가 없는 절대적 초월신을 믿는 개신교는 유형의 존재를 받들고 제사지내는 것은 우상숭배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개신교는 물론 유대교나 이슬람교 같은 유일신 종교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근본주의 신앙의 영향을 받은 한국 개신교는 오늘날까지도 굿과 같은 무속신앙은 물론 불상을 모시는 불교까지도 우상숭배 종교로 가르치고 있다. 타종교나 문화상대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개신교의 눈으로 보면, 형상이 있는 한국의 전통종교와 문화는 모두 십계명에서 가장 금지하는 우상숭배에 불과하다.

천주교, 조상제사 수용하고 종교간 대화 앞장

우상숭배와 관련해 개신교와 전통문화의 갈등은 계속되어 왔다. 2008년 5월 한국교회언론회를 비롯해 인천 지역 개신교 단체들은 한국인천공항공사가 외국관광객들에게 전통문화를 홍보할 목적으로 입국장에 설치한 십이지신상이 "혐오스럽다"며 철거를 요구한 바 있다. 개신교단체들은 인천공항공사에 항의 공문과 함께 철거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결의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측은 인천지역 개신교단체를 방문해 설치 취지를 설명하고 십이지신상은 우리 전통과 문화가 남아 있는 문화재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충분한 논의 끝에 조성한 것이기 때문에 철거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재전문가들 역시 십이지는 시간과 방향에서 오는 악한 기운을 막아주는 수호신으로 통일신라 이후 민간에 정착된 전통문화이며 오늘날까지 종교를 초월해 모든 국민들이 자신이 태어난 '띠'를 말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십이지상을 미개한 문화의 산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비슷하게 용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동양사회에서 용은 절대적 존재이면서 상서로운 동물로 여기지만 개신교에서는 신약성서 마지막편인 요한계시록에 적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악한 존재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개신교 보수파들은 북한체제를 "붉은 용(사탄)"으로 부르고 있다.

제사 역시 개신교의 기피대상이다. 조상숭배 역시 우상숭배와 연결되어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비해 같은 유일신 종교임에도 천주교는 제사를 인정하고 있다. 천주교는 19세기 병인박해 등을 통해 신도 1만여 명이 순교한 것이 제사금지령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라 1939년부터 제사를 허용하고 있다.

<조선천주교회사>(1874년)를 저술한 프랑스 신부 샤를르 달레는 순교 당시의 제사 금지령은 "조선 국민 모두의 눈동자를 찌른 것"이라면서 조선 정부로 하여금 천주교를 '전통 파괴자'로 공격하고 대대적으로 박해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올 2월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은 "조상 제사는 미신이 아니라 부모 사후에도 계속 효를 실행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옹호했고 천주교 교회사 연구의 태두인 최석우 신부도 "조상제사 금지는 일제하 민족운동 금지, 신사참배 허용 등과 함께 천주교회가 민족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현재 천주교에서는 추석 등 명절 때 본당에서 위령 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도 자신의 집안이 해오던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사를 지내고 있다.

제사 외에 단군상 파괴,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빌기 위해 세운 장승·솟대 등이 불태워지거나 두동강 나는 사례들은 개신교와 전통문화간의 갈등으로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다. 개신교가 전통문화나 종교를 미신이나 우상숭배로 간주하고 있지만 석굴암·불국사, 해인사장경판전 같은 불교문화재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고 부흥회나 새벽기도 같은 예배행위들이 전통신앙 또는 무속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신교의 주장엔 편협한 면이 없지 않다.

지금 개신교에 필요한 것은 '해치'상을 우상숭배의 산물이 아니라 옛 사람들이 소박한 마음이 빚어낸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보는 것이다. 조상제사나 십이지상이나 장승, 해치같은 상징물들을 신앙적 관점이 아닌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한국개신교는 19세기말 미국식 제국주의 종교에서 21세기 종교로 거듭날 수 있다.

천주교가 제사를 받아들이고 종교간 대화에 앞장서면서 국민들이 선호하고 신뢰하는 종교가 됐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개신교가 열린 종교로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태그:#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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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