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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표정을 지어달라고 하자 그는 해본 지 오래됐다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예전 TV에 나올 때의 익살맞은 표정을 보여줬다.
▲ 김용 재밌는 표정을 지어달라고 하자 그는 해본 지 오래됐다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예전 TV에 나올 때의 익살맞은 표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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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최고위원이 양산에 이틀만 더 머물 수 없느냐고 했는데, 다른 일정이 있어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재보궐 선거가 끝난 29일 광명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개그맨 김용(45)씨는 양산 이야기를 꺼냈다. 선거운동을 재밌게 하니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민주당이 3곳에서 승리한 10·28재보선에서 그는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그는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곳을 찾아 입심을 발휘하며 유권자들을 끌어 모았다. 그가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딱딱한 정치구호만 있을 유세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의 '활약'은 온라인에 동영상 등으로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양산에서 그는 정치인들을 아주 재밌게 소개했다. 그의 소개가 이어질 때마다 폭소가 이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정' 많은 남자 안희정입니다."
"그들을 '관'속에 묻어버릴 사람, 김두관입니다."
"나주배보다 더 좋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배' 송인배 후보입니다."
"가장 좋은 밑반 '찬' 이해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정' 많은 남자와 가장 맛있는 '배'는?

김용씨는 사람들이 개그맨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현직이 아닌 전직이다. 80년대 후반 개그맨으로 나선 그는 인기 프로그램이던 <유머 1번지>와 <쇼 비디오자키>, <변방의 북소리>, <네로25시>등에 출연하며 한때 잘나가던 연예인이었다. 2004년에 방송을 접은 이후 지금은 소설을 쓰고 있다. 최근 집필하던 작품의 탈고를 마쳤다고 했다.

그는 "20대들은 나를 모르겠지만 유세장에서 만난 30~40대들은 나를 기억하더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거 운동을 찾아 종횡무진 누빈 그에게 혹시 민주당 당원이냐고 물었으나 아니라고 했다. 단순한 지지자일 뿐, 민주당과의 공식 관계는 없다는 것. 단지 내가 좋아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지지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게 선거를 도운 핵심이유라고 했다.

"저는 명확히 말하면 자원봉사자입니다. 내가 좋아하고 지지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도운 것뿐입니다. 다들 지지하는 정당이 있잖아요. 예전에 김대중 대통령 선거운동 할 때 연예인 유세단에 참여한 적이 있고,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기 때문에 선거 때 민주당을 도운 것이지요. 제가 사리사욕 있으면 민주당 돕겠습니까. 돈 있고 권력 있는 데로 가려고 박희태나 이상득 같은 정치인들 돕지. 저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저 절대 어떤 대가 받고 선거운동 한 것 아닙니다."

그는 정치인과 연예인과의 관계에 대해 나름대로 정립된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청산유수로 말을 이어갔다. 속사포처럼 쉬지도 않고.

"정치는 딱딱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연예인들이 나서면 부드러워질 수 있고 축제가 될 수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정치인들이 길게 이야기하면 듣던 사람도 지루해서 갑니다. 그런데, 우리가 중간에 분위기를 한 번 띄워주면 사람들이 모여요. 호응이 더 좋은 것이지요. 연예인들이 선거운동에 참여하면 선거가 재밌어 질 수 있어요. 투표율도 높아질 수 있는 거고. 한나라당도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선거운동을 돕잖아요. 저는 그런 선거운동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몽준과 같이 다니는 김흥국 형이 노무현 때 피해본 적 있나?"

민주당 유세 현장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김용씨
 민주당 유세 현장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김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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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정치를 축제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선거운동을 재밌게 하면 유권자들도 한 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정치인들 후원금 모으는 일도 얼마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미국은 연예인들이 선거 때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지원하는 게 보편화 돼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뭡니까? 자기들 맘에 안 드는 연예인들 자르려고나 하고. 제가 이번에 그런 것 때문에 열 받아서 더 악착같이 선거운동 했습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있었다는 미국 코미디언 '에디 머피'의 이야기를 했다.

"레이건 대통령이 인기 코미디언 에디 머피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답니다. 리무진까지 보내서요. 그런데 에디 머피가 여러 귀빈들이 모인 자리에서 음담패설을 섞은 코미디를 했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난리 났겠지요. 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에디 머피의 코미디가 끝난 후 기립박수를 치면서 내가 웃을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즐거워했답니다. 그러자 에디 머피가 그랬다네요. '내가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이런 게 진정한 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라고 되묻던 그는 최근 김제동씨 문제를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흥국 형은 정몽준 대표와 같이 다니는데, 노무현 정부 때 피해 입은 게 있나요? 이덕화 형이나 유인촌 장관이 한나라당 돕는 분들이지만 그렇다고 이전 정부에서 방송에 못 나오게 한 적 있었나요? 연예인들이 자기 소신에 따라 좋아하는 정당 지지할 수 있는 건데, 어떤 국회의원은 김구라보고 대놓고 나가라고 하고, 도대체 이런 정부가 어딨습니까? 폭력이나 마약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행동하는 것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개그계 후배인 김제동에게 "'절대 '꿀리지' 마라. 소신껏 더 나서라'라고 조언해주고 싶다"고 했다. 정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고 정권도 시기가 되면 바뀌는 것이기에.

"정치적 이유로 연예인 밥줄 자르는 것은 악랄하고 치졸"

연예인들 옥죄려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가 치졸하다고 비판하는 김용씨
 연예인들 옥죄려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가 치졸하다고 비판하는 김용씨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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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한 후 20살 때부터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는 "연예인은 무슨 퇴직금 있는 직업도 아니고 방송을 안 하면 먹고 살 수 없는 직업"이라며, "정치적인 것을 빌미로 밥줄을 옥죄는 태도는 악랄하고 치졸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권 인사들 중에는 방송을 아는 분들도 있으니 그것이 얼마나 비열한 짓인지는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방송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약자예요. 정치적인 것을 떠나더라도 말로는 일자리 창출 외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연예인들은 왜 자릅니까? 그건 간접 살인이나 다름없어요. 바른말 하는 애들 다 자르고 있잖아요. 아까운 애들인데… 그 사람들 방송 못하면 달리 할 게 없어요. 윤도현 신해철 같은 이름난 가수들은 공연을 통해 활동을 하지만 그런 경우와는 다르거든요."

개그계 선배로서 그는 후배들이 겪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한나라당이 보이는 자가당착 행위도 비판했다.

"자기들은 선거 운동에 필요한 사람 동원시키거든요. 김흥국 형도 나섰지만 이번에 수원에서 보니까 김병찬 아나운서가 박찬숙 후보 돕던데, 그 분 예전에 DJ 지지했던 분입니다. 한나라당은 그런 식으로 활용하면서 야당 도우려는 연예인들은 밥줄 위협하고 있고, 안 하려면 다 하지 말아야지요. 왜 자기들은 다 하면서 이쪽만 막으려고 합니까. 제가 볼 때는 김제동 당한 것도 선거 앞두고 혹시라도 이쪽 도울까봐 먼저 선수 친 것 같기도 해요."

그런 것이 열 받아 이를 악물고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그는 "연예인들 중에서도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대학을 나오고 하다 보니 의식도 있고 개인적인 생각과 관심은 많지만 요즘 분위기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때는 대통령 성대묘사도 하고 이런 저런 풍자도 다 했는데, 요즘 이명박 대통령 소재로 등장하는 개그 프로그램 있습니까?"

"정당 돕는 것 불이익 안 당하게 법으로 보호 필요"

그래서 그는 요즘 만나는 정치인들에게 법안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여당을 돕든 야당을 돕든 연예인들의 정치 활동이 불익을 당하지 않게 해 달라는 것. 그래야만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가 이번에 열심히 선거 운동에 임한 것도 그런 것 때문입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선거가 즐거울 수 있고, 투표율 올리는데 도움도 되고 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 아니겠어요? 말로는 투표율 제고 강조하면서 왜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막느냐고요."

그는 정치도 딱딱하게만 가지 말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정당의 전당대회 같은 때도 지루하게 연설만 하지 말고 중간 중간 라이브 공연도 하고 재밌는 순서를 넣으면 얼마나 흥미있겠습니까? 저는 정치가 이렇게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치가 즐거울 수 있으려면 연예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되거든요."

이명박 정권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혀를 찬 그는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라면 폭력이나 마약 같은 것 빼고는 각자의 정치적 소신을 밝힐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정권 바뀌어서 한나라당 도운 연예인들이 불이익 당한다면 그게 올바르겠습니까? 절대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거든요.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정당을 지지하든 존중해야지 그런 것 같고 뭐라고 한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지요."

비방 선거는 안 돼!... 싸움보다는 즐거움 보여줄 수 있어야

선거운동에 앞서 주변의 시선을 끌기 위해 투입된 몸빼 바지 입은 일명 '민주자매' 농촌지역에서는 선거 유세보다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선거운동에 앞서 주변의 시선을 끌기 위해 투입된 몸빼 바지 입은 일명 '민주자매' 농촌지역에서는 선거 유세보다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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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선거에서 활발한 지원활동을 펼친 그는 비방을 싫어한다고 했다. 막말 심하게 하는 분들이 있던데 그런 거 보면 애들이 뭘 배우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의 비방이 있을 때마다 정공법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다른 당 유세하시는 분이 선거운동 도우러 온 사람들 겨냥해 그러시는 거예요. '저들이 여기 와서 밥을 먹기를 했습니까, 잠을 자고 가기를 했습니까?' 공격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쪽 유세 시작하면서 주머니에서 카드 영수증 꺼내고 밥 먹은 해장국 아줌마 불러 와 마이크 대고 물었어요. 아줌마 저 몇 끼 먹었어요?  아줌마가 대답하시잖아요. '이 사람들 여기서 끼니마다 먹고 있다'고. 사실 제가 그 집에서만 6끼 먹었거든요."

"또 다른 후보 측도 어릴 때 고향 떠난 놈이 이제 와서 고향 찾아와서 구걸하고 다닌다고 하던데, 제가 모여 있는 분들께 물었지요. 저도 4살 때 고향 떠난 놈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성공해서 고향 돌아오면 금의환향입니까 아니면 구걸하고 다니는 겁니까?"

그는 "비방 선거를 안 하기 위해 '민주자매'라고 몸빼 바지 입은 유세지원팀을 조직했는데, 가는 곳마다 인기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충북 4군에서는 구경하던 아저씨들이 같이 뛰어들어 춤도 추면서 아주 즐거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선거는 이렇게 재밌어야 하는 거예요. 이번에 수원 성균관대 쪽에서 대학생들 투표율이 높았다는데 저는 거기서 희망을 봤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계속 이렇게 끌어들이려면 연예인들이 나서면 될 것 같아요. 선거를 축제로 만들고 정치가 싸움만 하는 것이 아닌 즐거울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지요."

김용씨는 "선거과정에서 받은 명함만 600장 쯤 된다며, 지원을 요청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딴따라'라고 불렸는데, 요즘은 정중하게 김 선생으로 불리는 게 달라진 풍경이라고 한다.

"역사에 흥미 있다 보니 정치에도 관심 높아져"

혹시 직접 정치를 하고픈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봤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저는 남들 학교만 다니고 있을 스무 살 때부터 사회에 뛰어들어 30대까지는 열심히 일해 돈 벌었고 지금은 소설을 쓰고 있지만, 50대가 되면 자유인이 되고 싶습니다. 정치는 어떻게 보면 정말 각본도 없고, 누가 쓰고 싶어도 쓰기 힘든 드라마라 재밌는 것이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예전에 제가 잘 나갈 때 어려운 후배들 도와 줬듯이 제가 좋아하는 분들 도와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그는 "열심히 도운 후보가 당선될 때 자식 대학 합격시킨 듯 큰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하고, "하지만 당선된 분들 중에 고맙다는 전화 한 통도 없고, 스스로 잘나서 당선됐다고 생각하는 분들한테는 서운함도 느껴진다"고 전했다.

김용씨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역사에 흥미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역사물이 재밌다 보니 정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더라"고 말했다. 그가 예전에 활약했던 개그 프로그램에 정치 풍자가 많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 "당시에는 시나리오 작가가 따로 없었기에 시나리오를 대부분 직접 썼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야당 선거를 도왔다 해서 이 정권으로부터 불익을 당하면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수 년째 백수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지라 탈세한 것이나 비리 저지른 것도 없습니다. 제가 방송에 안 나간 지도 오래됐으니 방송에서 잘릴 일도 없고. 혹시라도 어떤 기회가 와도 이런 정권 밑에서는 방송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선거가 있으면 열심히 도와서 투표율 높여 놓을 겁니다. 김용이 나서니 재밌구나. 청중 동원이 된다. 20대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하게 하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살신성인하는 마음으로 지금 정권식으로 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태그:#재보선, #연예인, #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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