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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연속 기사입니다. 지난 기사를 먼저 읽어야 이해가 빠릅니다.

인터넷TV, 과연 방송의 미래인가?

KT, 아이폰 도입이 끝이 아니다

무선 인터넷, 인터넷 전화 그리고 인터넷TV가 인터넷 위에서 동작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동형 무선 인터넷도 그럴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럼 혹시 휴대폰 전화망도 같은 네트워크를 공유한다는 것을 아시나요? 이미 그럴 거라고 짐작하고 계셨다구요? 그렇다면 디지털 케이블TV는 어떨까요? 이것도 혹시……? 인터넷TV를 통해서 네트워크라는 그 복잡하지만 단순한 내막을 알아볼까요?

인터넷TV에는 두 가지 중요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주문형 비디오와 실시간 방송입니다. 주문형 비디오는 영화, 지난 드라마와 같이 방송국 서버에 저장된 동영상 데이터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혼자서 보는 것이고 실시간 방송은 MBC 같은 방송 채널을 기존 TV처럼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것입니다. 주문형 비디오만을 서비스하던 인터넷TV에 실시간 방송이 추가되면서 비로소 케이블이나 위성을 대체할 수 있는 완전한 방송 형태가 되었습니다.

케이블과 차이가 없어지자 양방향이라는 특징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자녀를 위한 각종 교육 방송을 선택해서 볼 수 있고, 드라마 시청도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시청 시간의 자유가 TV 활용 방법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나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이지요. 인터넷TV 때문에 인터넷 자체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떤 문제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아주 간단한 배경 지식이 필요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복잡한 계산이나 수치 등에 연연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략적인 구성만 이해하면 충분합니다. 숫자와 계산 과정은 그림에만 한정하고 본문에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의 구조

인터넷은 사용자들이 공존하는 네트워크입니다. 모든 사용자가 동시에 최고 속도로 인터넷을 쓰지는 않기 때문에 사용자 수만큼의 대역폭을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100Mbps 사용자 100명을 하나로 묶고 이들을 위해 1Gbps(1000Mbps) 선 하나만 준비해도 됩니다.
▲ 인터넷 데이터 전송 비율 인터넷은 사용자들이 공존하는 네트워크입니다. 모든 사용자가 동시에 최고 속도로 인터넷을 쓰지는 않기 때문에 사용자 수만큼의 대역폭을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100Mbps 사용자 100명을 하나로 묶고 이들을 위해 1Gbps(1000Mbps) 선 하나만 준비해도 됩니다.
ⓒ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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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경우 1:200 정도지만 1:1000까지 설정하기도 합니다. 한 선을 1000명이 나누어 쓰는 것이죠. 그러므로 광랜의 100Mbps 속도는 잠깐 낼 수 있는 최고 속도일 뿐입니다. 만약 모든 사람이 동시에 최대한으로 인터넷을 사용한다면 각각의 속도는 엄청나게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최악의 경우에도 업체가 보장하는 평균 속도, 이것을 최저보장속도라고 합니다. 물론 반드시 이 속도 이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붐비면 더 떨어질 때도 있지만 평균을 내면 최소한 이 정도는 나오는 속도"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요. 언제나 그렇듯 용어가 의미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0가구가 나누어 쓰면 최저보장속도는 10Mbps가 되지만 실제로 동시에 접속하는 최대 가구 수를 절반인 50가구라고 하면 속도는 2배가 되며 그 중 반 정도만 데이터 수신을 하고 있다고 하면 또 속도가 2배가 되어 최저보장속도는 평균 40Mbps로 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를 감시하고 있다가 동시 사용자 수가 예측보다 많아지거나 데이터 전송량이 많아지면 회선을 증설 하는 등 속도를 높이는 작업을 합니다.
▲ 최저 보장 속도 100가구가 나누어 쓰면 최저보장속도는 10Mbps가 되지만 실제로 동시에 접속하는 최대 가구 수를 절반인 50가구라고 하면 속도는 2배가 되며 그 중 반 정도만 데이터 수신을 하고 있다고 하면 또 속도가 2배가 되어 최저보장속도는 평균 40Mbps로 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를 감시하고 있다가 동시 사용자 수가 예측보다 많아지거나 데이터 전송량이 많아지면 회선을 증설 하는 등 속도를 높이는 작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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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KT의 100Mbps 스페셜 광랜의 경우 최저보장속도는 5Mbps 였습니다. 최근에 방통위가 30Mbps까지 높이도록 만들었지만 일반인이 많이 쓰는 라이트급은 여전히 5Mbps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LG 파워콤은 50Mbps를 보장하고 있습니다.(네트워크와 관련한 LG의 무서운 공세에 대해서는 추후 기술 예정)

각각의 가정은 컴퓨터와 인터넷 전화를 쓰고 인터넷TV도 봅니다. 이런 집 100가구를 묶어서 한 단위로 잡습니다. 아파트 한 두 동 정도로 보면 되겠지요. 여기에 1Gbps급 선이 하나 들어 옵니다. 다시 20동 규모의 아파트 단지 하나를 묶습니다. 전화국에서 이 단지까지 10Gbps 선 하나를 끌어오면 되겠군요. 한 전화국은 이런 아파트 단지 20개 정도를 관리합니다. 전화국이 40,000가구를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화국은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상위 관리국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제와 상관없는 구성입니다. 이해를 위해 전화국을 예를 들었을 뿐 다른 업체라면 지역 네트워크 기지국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인터넷 구성도 각각의 가정은 컴퓨터와 인터넷 전화를 쓰고 인터넷TV도 봅니다. 이런 집 100가구를 묶어서 한 단위로 잡습니다. 아파트 한 두 동 정도로 보면 되겠지요. 여기에 1Gbps급 선이 하나 들어 옵니다. 다시 20동 규모의 아파트 단지 하나를 묶습니다. 전화국에서 이 단지까지 10Gbps 선 하나를 끌어오면 되겠군요. 한 전화국은 이런 아파트 단지 20개 정도를 관리합니다. 전화국이 40,000가구를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화국은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상위 관리국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제와 상관없는 구성입니다. 이해를 위해 전화국을 예를 들었을 뿐 다른 업체라면 지역 네트워크 기지국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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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가 최근에 새롭게 인터넷TV에 최적화된 프리미엄 망의 구성도입니다. 현재 100만 가구 정도가 인터넷TV를 쓰고 있습니다. 전화국을 한 단위로 했을 때 가입자가 증가하면 전화국이 처리해야 할 데이터량이 늘어납니다.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회선 대역폭을 늘리던지 전화국 수를 늘리는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비용 때문에 사실 둘 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런 구조 속에 인터넷TV의 두 가지 서비스가 어떻게 우겨 넣어졌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주문형 비디오 시청

주문형 비디오는 컴퓨터로 인터넷의 동영상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각각의 동영상이 사용자에게 각각 따로 전송됩니다. 같은 동영상을 동시에 보겠다고 요청해도 각각 따로 보내야 합니다. 인터넷 한 군데에 동영상 서버를 두고 모든 사용자들의 요청을 처리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100만 가구가 어제 방송된 인기 드라마 녹화 분과 오늘 출시된 영화를 본다고 가정하면 100만개의 연결 요청이 생깁니다. 인터넷을 모두 이 서비스에 할당하더라도 부하를 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동영상 시청을 위해서 각 지역 단위마다 서버를 따로 갖추어 부하를 분배해야 합니다.
▲ 분산 서버의 필요성 100만 가구가 어제 방송된 인기 드라마 녹화 분과 오늘 출시된 영화를 본다고 가정하면 100만개의 연결 요청이 생깁니다. 인터넷을 모두 이 서비스에 할당하더라도 부하를 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동영상 시청을 위해서 각 지역 단위마다 서버를 따로 갖추어 부하를 분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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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의 서버는 동시에 300개 정도의 접속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TV 사용자 수가 최대로 늘어 천만 가구가 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최대 10% 정도인 100만 가구가 주문형 비디오를 동시에 본다고 가정하면 4000대 정도의 서버가 필요합니다. 이들을 각 전화국에 골고루 나누어 설치해 놓아야 합니다. 가입자가 많은 서울 지역은 동마다 설치해야 할 수도 있고 지방은 구나 군 단위로 설치해도 될 것입니다.
▲ 동영상 서버 분산 한 대의 서버는 동시에 300개 정도의 접속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TV 사용자 수가 최대로 늘어 천만 가구가 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최대 10% 정도인 100만 가구가 주문형 비디오를 동시에 본다고 가정하면 4000대 정도의 서버가 필요합니다. 이들을 각 전화국에 골고루 나누어 설치해 놓아야 합니다. 가입자가 많은 서울 지역은 동마다 설치해야 할 수도 있고 지방은 구나 군 단위로 설치해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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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형 비디오는 실시간성을 위해 다른 패킷보다 우선 처리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2배 정도의 대역폭을 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4만 가구를 담당하는 전화국에 10% 정도의 사용자가 접속하는 붐비는 시간대에 80Gbps(10Mbps*4000*부하량 2)의 대역폭이 필요합니다. 100가구로 따지면 200Mbps 정도의 대역폭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 주문형 비디오가 쓰는 대역폭 주문형 비디오는 실시간성을 위해 다른 패킷보다 우선 처리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2배 정도의 대역폭을 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4만 가구를 담당하는 전화국에 10% 정도의 사용자가 접속하는 붐비는 시간대에 80Gbps(10Mbps*4000*부하량 2)의 대역폭이 필요합니다. 100가구로 따지면 200Mbps 정도의 대역폭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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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문형 비디오 때문에 대역폭이 줄어 전체적으로 인터넷 속도가 느려집니다.
▲ 최소보장속도의 저하 이제 주문형 비디오 때문에 대역폭이 줄어 전체적으로 인터넷 속도가 느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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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제 끝난 드라마가 인기가 있어 기준으로 삼았던 최대값 10%를 넘기면 재앙이 시작됩니다. 동영상 서버가 부하를 감당하지 못하기 시작합니다. 동영상이 끊깁니다. 먼저 보기 시작한 사용자가 빨리 보고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대기자 정체가 생깁니다. 주문형 비디오에 사용자가 몰리면서 인터넷도 느려집니다. 전체적으로 서비스 품질이 나빠져서 사용자의 항의 전화가 폭주하게 됩니다. 서비스에 불만을 품게 되면 사용자들이 민감해져서 조금만 이상해도 증세를 확인하려고 덤벼들기 때문에 품질은 더욱 더 나빠집니다.

인터넷 서비스 품질은 평균값이 아니고 최대값으로 결정됩니다. 특정 시간에 사용자가 몰릴 때에도 원활히 서비스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허용할 수 있는 최대값을 높여야 하는데 문제는 그에 따른 비용 증가가 엄청나다는데 있습니다. 동영상 사용자 최대값을 10%가 아니라 20%로 잡기 위해서는 서버를 2배로 늘려야 합니다. 잘못하면 전화국부터 각 가정까지 오는 모든 선을 바꾸고 모든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장비와 재료비뿐만 아니라 설치에 따른 엄청난 인건비까지 계산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는 사용자 수가 많아지고 활성화 될수록 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입니다.

실시간 방송

실시간 방송은 여러 사용자에게 같은 내용을 동시에 전송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있는 방송 서버에 사용자들이 접속하면 기존 케이블TV의 방송 송신처럼 그들을 그룹으로 묶고 그 그룹에 한 개의 패킷만 보내 다 같이 방송을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네트워크 장비들이 멀티캐스트라는 전송 방법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터넷은 각각의 사용자가 각기 다른 데이터를 주고 받는데 최적화된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멀티캐스트는 현재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실시간 방송을 위해서는 인터넷TV 방송국에서 같은 시간에 모든 시청자에게 동시에 같은 방송을 보내게 됩니다. 각각의 사용자에게 모두 따로 보낸다면 엄청난 데이터 량이 됩니다. 이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내면 인터넷이 마비될 것입니다. 때문에 멀티캐스트라는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 멀티캐스트의 필요성 실시간 방송을 위해서는 인터넷TV 방송국에서 같은 시간에 모든 시청자에게 동시에 같은 방송을 보내게 됩니다. 각각의 사용자에게 모두 따로 보낸다면 엄청난 데이터 량이 됩니다. 이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내면 인터넷이 마비될 것입니다. 때문에 멀티캐스트라는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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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커넥션을 위해서 방송 서버는 한 개의 커넥션만 만들면 됩니다. 라우터는 자신이 받은 한 개의 패킷을 자기 아래 있는 100개의 라우터에 모두 복제해 보냅니다. 그 아래 라우터들도 같은 방식으로 멀티캐스트 패킷을 처리합니다. 이렇게 몇 단계만 거치면 금방 100만 커넥션이 만들어지지만 이론적으로 각각의 라우터는 100 커넥션을 서비스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부담이면 됩니다.
▲ 멀티캐스트 100만 커넥션을 위해서 방송 서버는 한 개의 커넥션만 만들면 됩니다. 라우터는 자신이 받은 한 개의 패킷을 자기 아래 있는 100개의 라우터에 모두 복제해 보냅니다. 그 아래 라우터들도 같은 방식으로 멀티캐스트 패킷을 처리합니다. 이렇게 몇 단계만 거치면 금방 100만 커넥션이 만들어지지만 이론적으로 각각의 라우터는 100 커넥션을 서비스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부담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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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캐스트는 어떻게 동작할까요? 라우터는 자기에게 들어 온 패킷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정해서 넘겨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일반 패킷은 들어온 순서대로 목적지까지 가장 최적의 경로에 있는 다음 라우터로 패킷을 보내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멀티캐스트 패킷은 다릅니다. 한 개의 패킷이지만 여러 목적지를 가지고 있는 특이한 패킷입니다.
라우터는 한 개의 멀티캐스트 패킷을 하위 N개의 라우터(아래에 라우터가 N개씩 있다고 가정)로 패킷을 동시 전송해야 하고(데이터 처리량 N배 증가), 일반 패킷과 다른 우선 순위를 위해 순서 재조정을 해야 하며, 또 다른 멀티캐스트 패킷과 경쟁하는 패킷을 버퍼에 담고 서로 비교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하가 걸리며 컴퓨팅 자원이 소모됩니다.
▲ 멀티캐스트 패킷 처리 방법 라우터는 한 개의 멀티캐스트 패킷을 하위 N개의 라우터(아래에 라우터가 N개씩 있다고 가정)로 패킷을 동시 전송해야 하고(데이터 처리량 N배 증가), 일반 패킷과 다른 우선 순위를 위해 순서 재조정을 해야 하며, 또 다른 멀티캐스트 패킷과 경쟁하는 패킷을 버퍼에 담고 서로 비교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하가 걸리며 컴퓨팅 자원이 소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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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 때문에 현재 인터넷에서는 멀티캐스트를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시간 방송을 위해서는 반드시 멀티캐스트가 있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맞습니다. 인터넷TV를 위한 전용 네트워크을 만들면 됩니다. 이것을 그들은 프리미엄망이라고 부릅니다. 프리미엄망은 인터넷TV 업체(KT와 LG 파워콤등)가 소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망의 모든 네트워크 장비를 멀티캐스트를 허용하는 것으로 교체하고 인터넷TV가 서비스 품질 정책의 최고 높은 우선 순위를 가지도록 설정한 망입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언어는 본질을 감추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요. 프리미엄이라는 용어가 얼핏 좀 더 높은 품질을 가진 인터넷망이란 뜻으로 들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프리미엄망에서 쓰는 인터넷 속도가 더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리미엄 망에서는 멀티캐스트가 허용됩니다. 또한 주문형 비디오도 높은 우선 순위로 서비스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라우터는 멀티캐스트 패킷을 자신의 아래에 있는 모든 라우터에게 보냅니다. 한 개의 패킷이 N개로 복제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용자가 많아도 멀티캐스트 데이터량은 일정 하기 때문에 실시간 방송이 가능합니다.
▲ 프리미엄 망 프리미엄 망에서는 멀티캐스트가 허용됩니다. 또한 주문형 비디오도 높은 우선 순위로 서비스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라우터는 멀티캐스트 패킷을 자신의 아래에 있는 모든 라우터에게 보냅니다. 한 개의 패킷이 N개로 복제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용자가 많아도 멀티캐스트 데이터량은 일정 하기 때문에 실시간 방송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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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성능 좋은 라우터들은 높은 대역폭과 빠른 처리 속도로 멀티캐스트를 처리하는데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멀티캐스트가 없는 상태와 비교해서 효율 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부담은 사용자와 가까이 있는 저 용량 저 성능 라우터로 올수록 더 큰 부담이 되며 더 많은 대역폭 손실이 발생합니다.
인터넷TV는 양방향이라 시청자가 있는 곳에만 방송을 보내면 되기 때문에 모든 곳에 100개의 채널을 모두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대개 시청자들은 특정 채널로 몰리기 때문에 공중파와 일부 인기 있는 인터넷TV 전용 채널이 주로 전송됩니다.
▲ 실시간 인터넷 방송 채널 인터넷TV는 양방향이라 시청자가 있는 곳에만 방송을 보내면 되기 때문에 모든 곳에 100개의 채널을 모두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 대개 시청자들은 특정 채널로 몰리기 때문에 공중파와 일부 인기 있는 인터넷TV 전용 채널이 주로 전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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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채널을 보내면 1Gbps의 데이터를 보내는 것이지만 각각의 라우터는 수 십개씩 복제해서 아래쪽으로 보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단순히 대역폭 비용만 따져도 1Gbps를 처리하기 위한 부담은 최소한 3Gbps가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위와 같은 시청 비율이라면 인터넷TV 방송국에서 4만 가구를 처리하는 전화국까지는 최소한 100개의 채널이 항상 와야 하고 한 아파트 단지까지는 50채널만 전송하면 되고 한 동에는 10개 채널 정도만 보내면 됩니다.
▲ 실시간 방송 전송 100채널을 보내면 1Gbps의 데이터를 보내는 것이지만 각각의 라우터는 수 십개씩 복제해서 아래쪽으로 보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단순히 대역폭 비용만 따져도 1Gbps를 처리하기 위한 부담은 최소한 3Gbps가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위와 같은 시청 비율이라면 인터넷TV 방송국에서 4만 가구를 처리하는 전화국까지는 최소한 100개의 채널이 항상 와야 하고 한 아파트 단지까지는 50채널만 전송하면 되고 한 동에는 10개 채널 정도만 보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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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캐스트 패킷은 실시간으로 항상 흘러가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와 나누어 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최저보장속도에 인터넷TV 사용과 인터넷 전화 사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우리 집에서 인터넷TV를 보는 동안 인터넷이 느려진다고 해서 항의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현재 구성으로도 실시간 방송 때문에 1Gbps 네트워크에서 300Mbps 정도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앞으로 인터넷TV 사용자가 많아지고 채널 수가 늘어날수록 고정으로 쓰는 대역폭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은 느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오후 8시 정도의 실시간 인터넷TV 사용 피크 타임에 주문형 비디오 사용자까지 몰린다면 인터넷은 이제 재앙의 수준을 넘어 마비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인터넷TV가 차지하는 대역폭 최악의 경우 오후 8시 정도의 실시간 인터넷TV 사용 피크 타임에 주문형 비디오 사용자까지 몰린다면 인터넷은 이제 재앙의 수준을 넘어 마비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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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막기 위해 주문형 비디오 서버 수를 늘리고 회선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단순히 병목으로 작용하는 곳의 용량을 2배 증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상하게 네트워크는 예상한 대로 되지 않습니다. 한 번 몰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인간이란 존재의 예측 불가능성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인터넷TV는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야 안정화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는 아마 화면 해상도를 높여서 기본 데이터량을 2배로 늘리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것입니다. 현재의 구성을 모두 다 뜯어 고쳐야 하니까요. 효율만 생각하고 만든 인터넷TV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다른 방송 시스템의 품질을 따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디지털 케이블TV, 인터넷TV : 같은 목적지의 다른 경로

인터넷TV가 진화하면서 점점 디지털 케이블TV(이하 케이블TV)와 닮아 갑니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내가 보지 않더라도 우리 아파트까지 항상 방송 데이터가 흘러 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주문형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집 인터넷이 느려집니다. 이건 마치 케이블 인터넷을 사용할 때 동네에 사용자 수가 많아지면서 인터넷이 느려지던 때와 흡사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케이블TV도 인터넷TV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도 일부 채널을 인터넷 데이터 전송용으로 할당해서 120Mbps 초고속 인터넷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채널을 양방향 채널로 전향하여 사용자가 요청하는 주문형 비디오를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물리 채널 수보다 많은 방송을 확보하고 필요에 따라 동시에 보내는 채널 종류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터넷TV와 케이블TV는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사실 네트워크 관점에서 보더라도 두 서비스는 같은 것입니다. 둘 다 모두 방송과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 국가 기간망을 쓰고 있습니다. 라우터도 같은 제품을 씁니다. 케이블은 멀티캐스트에 최적화된 설정으로 쓰고 있고 인터넷은 각각 다른 요청에 최적화된 설정으로 쓰고 있을 뿐입니다. 인터넷TV를 위해서 멀티캐스트를 추가했듯이 케이블TV는 인터넷과 양방향 방송을 위해 라우터 설정을 고치고 있습니다. 사실 전화, 인터넷, 케이블, 인터넷전화, 인터넷TV, 휴대폰 전화망, 무선 인터넷망, 이동형 무선 인터넷망은 모두 같은 것입니다.

케이블TV와 인터넷TV가 같은 것이라면 결국 차이는 마지막 사용자들을 위한 최저보장속도 뿐입니다. 케이블TV의 속도는 이미 기가급이기 때문에 인터넷 용으로 120Mbps의 대역폭을 나누어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 방송 채널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깁니다. 멀티캐스트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 증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힘들어 아직은 초고속 인터넷의 품질이 좋지는 않습니다.

케이블TV가 인터넷 서비스에 최적화되지 못하듯이 인터넷TV도 인터넷에 어울리지 않는 서비스 형태입니다. 케이블에 양방향성을 추가하는 형태로 인터넷TV 사업을 진행하고 인터넷 업체들은 방송보다는 개별 사용자들의 요청에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해가면 안될까요? 역시 이런 주장은 힘을 얻기 힘들지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여 생존을 모색하는 업체들에게 있어 사소한 문제들은 해쳐나가야 할 대상에 불과하겠지요. 누가하든 결국 인터넷TV 형태가 되는 것을 대세로 본다면 그 과정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TV는 최종 사용자 속도가 100Mbps 밖에 안되기 때문에 인터넷TV가 활성화 될수록 속도가 나빠지게 됩니다. 인터넷TV용 프리미엄 망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서 전체 속도를 높이고 최종 사용자들도 기가급으로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이 이 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KT와 LG파워콤이 현재 각자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위해 조단위의 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리미엄 망에 대한 투자를 하게 되면서 이제 그 네트워크에 대한 소유권이 문제가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과 만납니다. 인터넷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은 누구의 소유인가? 프리미엄 망은 누구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가?(계속)


태그:#인터넷TV, #IPTV, #멀티캐스트, #주문형비디오, #케이블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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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서 전달하고, 엔지니어 입장에서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정보통신, 컴퓨터, 인터넷, 방송, 사회적 인물등이 관심분야입니다. http://minix.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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