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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팬들이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동방신기 불공정계약의 부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공정위 찾은 카시오페아 동방신기 팬들이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동방신기 불공정계약의 부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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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27일 동방신기 멤버들의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일부 인용 결정은 그 의미를 확대해 평가한다면 팬덤의 '승리'로 조명받을만 하다.

지난 7월 말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등 동방신기 세 멤버가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하자 카시오페아 등 동방신기 팬들은 소속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적용된 불공정계약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동방신기 팬들의 이번 장외 지원활동은 특히 이전의 아이돌그룹 팬클럽이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이들은 소속사를 상대로 감정적 집단행동을 벌이기보다 시민사회에 동방신기 노예계약의 불합리함을 알리는 등 이성적이고 신중하게 대처했다.

지난 8월 14일 문화연대가 주최한 '동방신기 사태를 통해 본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문제와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의 긴급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은아씨는 "팬들이 집계한 스케줄표를 보면 데뷔 후 동방신기가 소화한 스케줄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동방신기 사태를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보지 말고 인권의 문제로 바라봐 달라"고 호소했다.

팬들은 이어 거리로 나갔다. 8월 26일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서명운동을 통해 약 18만8000명의 시민들이 불공정계약의 강제성과 일방적 계약관계에 반대하는 지지서명에 동참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이와 함께 전속계약서의 반사회적인 면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고, 동방신기에게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했으며, SM엔터테인먼트가 발매하는 모든 앨범과 화보집, DVD, 음원서비스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등 기획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팬들은 또 가처분신청을 배당 받은 재판부에 'SM 불공정계약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계약이행이 청소년이었던 동방신기에게 전적으로 불리하게 진행되어왔다는 것을 증언하기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더 이상 아티스트들이 약자의 위치에서 맺어진 계약서가 족쇄가 되어 인권이 유린되는 일이 없게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기관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은 이들은 "연예인 전속계약은 일반적으로 사물이 매매나 도급 등의 대상이 되는 계약과 달리 사람의 재능과 노동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우선적으로 인간이 가지는 당연한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해야 함을 인권위원회가 인지하고, 전속계약서에서 인권의 침해가능 조항이 배제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진정서를 접수했다.

지난달 8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SM엔터테인먼트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동방신기와 불공정거래를 했다"며 전속계약이행 불공정거래에 따른 신고서를 제출하고, 관련 조치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예정되었던 'SM TOWN LIVE 09' 콘서트가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되자 이에 항의하며 소비자원에 피해구제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팬들은 "이번 일은 팬과 연예기획사의 문제가 아닌 소비자와 기업 간의 문제"라고 규정하며 "피해구제신청은 단순히 배상 때문이 아니라 기업의 횡포에 당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서명운동에는 약 18만8000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불공정계약의 강제성과 일방적 계약관계에 반대했다.
▲ 시민 지지서명 담긴 탄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서명운동에는 약 18만8000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불공정계약의 강제성과 일방적 계약관계에 반대했다.
ⓒ 김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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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한국청소년연맹이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에게 "청소년 문화육성에 이바지했다"는 취지의 '청소년 대훈장'을 수여하자 "연맹의 설립취지와 역할에 어긋나는 행보"라고 비난하며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서 (청소년 대훈장을 수여한 것은) 연맹의 중립적인 위치를 포기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국내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세계 40여 개국의 팬들은 유투브에 연일 동방신기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제작해 올렸으며, 나라와 지역을 넘어 이를 공유했다. 특히 일본 팬클럽 '비기스트'는 1000개의 응원메시지를 모아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치권도 움직였다. 동방신기 사태가 국정감사장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것이다.

지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일부 연예기획사의 소속 연예인에 대한 부당한 압력 및 요구의 정도가 업무범위를 벗어나 인권침해 수준에 이르렀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동방신기 불공정계약을 들고 '노예계약' 근절을 주문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안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동방신기의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으로 도마에 오른 전속계약기간에 대해 "동방신기의 불공정계약 문제에 대해 신고가 들어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13년이라는 기간은 문제가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팬들은 자신들의 힘이 부칠 때마다 "여기서 가만히 있게 된다면 연예계의 나쁜 뿌리와 관행은 계속될 것"이라며 "하루 속히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 동방신기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이런 팬들에게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등 동방신기 멤버들은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팬들이 보여준 절대적인 신뢰와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부당한 전속 계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연예활동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각자의 개성을 살려 진정한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동방신기 팬들은 지금도 SM엔터테인먼트의 제작물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절차도 계속 진행 중이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났지만 이들의 저항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아니, 전속계약의 무효화와 부당한 수익분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본안 소송까지 함께 할 태세여서 미래형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당분간 이들의 불길이 잦아들지 않을 조짐이다.


태그:#동방신기, #카시오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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