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구제금융 기업들의 보너스 잔치에 미 정부가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미 재무부의 케네스 페인버그 보수 관련 특별담당관은 22일, 구제 금융을 받은 7개 기업에 최고보수를 받는 임원들의 현금보너스를 90% 삭감하라고 지시했다. 이로 인해 7개 기업 최고임원들의 총 보수 중 평균 50%가 삭감될 예정이며, 연봉도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게 된다. 이들이 받은 주식은 기업이 정부의 돈을 갚은 뒤에 현금화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연말성과급부터 적용된다.
이번에 영향을 받는 7개 기업은 주요 은행들과 자동차 기업들로, 씨티그룹(Citigroup),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 제너럴 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과 이들 자동차 기업의 금융자회사인 GMAC, 크라이슬러 파이낸셜(Chrysler Financial)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 체이스, 모건스탠리 등도 정부로부터 수백억 원의 대출 및 지급보증을 받았으나 대출금을 상환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
|
▲ 미 재무부는 구제금융을 받은 7개 기업에 최고보수를 받는 임원들의 현금보너스를 90% 삭감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은 7개 기업에 속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홈페이지.
|
| ⓒ 뱅크오브아메리카 |
|
|
같은 날, 미 연방준비은행(연준)도 은행 보수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연준의 보수 가이드라인은 은행의 경영위기에 책임이 있는 직원들에게 적용된다. 28개 대형은행들의 보수 관행 조사도 실시된다. 연준은 은행들이 현금 성과급과 단기 이윤에 집착하면서 위험 관리를 소홀히 한다고 지적하며, 단기 현금보너스 대신 장기 투자 목적의 주식보너스 지급을 권고하는 한편 금융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제금융 은행 현금보너스 90% 깎겠다... 골드만삭스 제외
이번 조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은 7개 기업의 상위 175명이지만, 페인버그는 22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월가가 이 기준을 더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페인버그의 조치를 환영하는 연설을 통해 고액 급여 문제와 통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골드만삭스 등 구제 금융을 받은 금융 기관들이 수익 회복과 함께 보너스 잔치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해 비난 여론이 일자, 백악관, 재무부, 연준이 월가 전체에 시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이번 조치에서 빠져, 정부규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23일 현재, 미국의 파산은행 수는 103개로 지난해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가계자산은 13조 달러 증발했으며, 사라진 일자리도 600만 개에 달한다. 미국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주요 대형은행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소기업 대출은 늘리지 않은 채 투기적인 금융거래를 통해 단기 이익을 추구하며 은행의 건전성을 흔들고, 국민의 돈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인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진보진영의 정책전문가들은 "페인버그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3일 워싱턴의 정책학연구소 사라 앤더슨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페인버그의 주요 업적은 연봉을 현금이 아닌 주식이라는 다른 형태로 지급하는 것일 뿐"이라며 "금융기관 전체에 연봉 상한선을 두는 등 충분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최고임원들 도대체 얼마나 벌기에
그런데 은행의 최고임원들이 도대체 얼마나 벌기에 백악관까지 나서게 된 걸까.
골드만삭스의 브라이언 그리피스는 10월 20일 영국 런던 학회에서 "은행가들의 높은 보수는 경제를 위한 투자이며, 대중은 보너스의 불평등성에 대해 참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로이터>가 발표한 2008년 세계 최대 은행의 최고임원 총 보수는 미 금융기관의 보너스 잔치 실체를 확인해 준다.
|
|
▲ 세계 1위와 2위 은행인 중국의 ICBC와 CCB의 지앙지안칭과 구오슈칭의 연봉은 23만6천 달러와 23만 달러였던 반면, 미국의 JP모건이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제이미 다이먼과 케네스 루이스의 연봉은 이들보다 40~80배나 많은 1965만 달러와 996만 달러였다.
|
| ⓒ 로이터 화면캡처 |
|
|
세계 1위 은행인 중국의 ICBC 지앙지안칭의 연봉은 23만6천 달러(약 2억8천만 원)인데 반해, 미국 금융위기의 주범인 JP모건이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제이미 다이먼과 케네스 루이스의 연봉은 이들보다 40~80배 많은 1965만 달러(235억 원)와 996만 달러(119억 원)였다.
특히 올해 말 사임예정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케네스 루이스는 5300만 달러(약 636억 원)의 연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페인버그의 압력으로 루이스 대표는 올해 연봉을 받지 않기로 했지만, 연금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은 주가 상승과 실적 호전에 따라 월가의 보수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왜 월가의 임원들이 고액의 보너스를 가져가나?
이런 월가 보너스 지급 방식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7월 16일 <뉴욕타임스> 사설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만약 당신이 은행가가 되어 엄청난 단기 이윤을 만들어낸다면, 당신은 후한 보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윤이 신기루임이 나중에 드러나더라도 당신은 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 따라서 당신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 게임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고, 일이 잘못되어도 주요 대형은행들은 구제될 것(대마불사)이라는 정부보증 속에서 더욱 왜곡되고 있다."
실제 보너스 잔치 구설수에 오른 골드만삭스 등 대형은행이 잠시나마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AIG의 부채 정리 및 리-리믹(re-REMICs)이라는 모기지 담보부증권(CDO)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REMICs는 REMICs(Real Estate Mortgage Investment Conduits)를 재증권화 한 상품이다. 그러나 리-리믹은 신용등급이 하락한 증권화상품의 선순위(AAA senior tranche) 증권을 재구조화하여 새로운 증권을 발행하는 데 이용하는 것일 뿐, 무늬만 새로운 파생상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
▲ <뉴욕타임스>에 실린 폴 크루그먼 교수의 칼럼.
|
| ⓒ 뉴욕타임스화면캡처 |
|
|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17일과 19일자 <뉴욕타임스> 사설에서도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에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골드만삭스의 이윤은 정부의 지급보증 등 구제 금융으로 발생한 것인데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은 하지 않고 금융거래로 이익을 보려 하고 있다. 은행들이 납세자들의 돈으로 도박을 할 때, 이익을 보는 쪽은 은행일 뿐 이 게임에서 국민은 이래저래 잃을 수밖에 없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허약한 은행들은 금융거래 이익을 앞세워 국유화 논쟁을 잠재운 후에, 지난주에서야 3분기 실적을 마이너스라고 발표했다. 올해 초 이익은 월가 회계상의 반짝 실적이었을 뿐, 실물경제의 침체에 따른 모기지론 및 신용카드 부실로 손실을 본 것이다."
그는 구제 금융을 다 갚지 못한 채 계속 적자를 내는 약한 고리 은행들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하고 이를 통해 중소기업대출을 증가시키고 경제를 살릴 것과 월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한 손으론 금융규제, 한 손으론 월가 로비... 미 정부의 딜레마
일각에서는 미 행정부와 의회가 월가의 로비로부터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금융규제 강화를 통해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게 가능하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22일자 <허핑턴 포스트>에 '월가 개혁이 이루어지지지 못하는 이유'를 기고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의료개혁이나 다락방에 숨어 있던 소년 등의 이야기에 주의를 분산시키고, 국회는 월가의 로비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에 월가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모건 스탠리는 지난달 11만 달러(약 1억3천만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했고, 은행들의 정치헌금도 증가일로에 있다."
한편, 월가와의 연계설에서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도 자유롭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부 증권 등 모기지 파생상품 판매로 많은 돈을 벌었고, 이 파생상품이 폭락하기 직전에 다른 기관에 넘겨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이와 관련, 20일 <블룸버그>는 "2006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에서 재무장관이 된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이 지난해 러시아 출장에서 골드만삭스에 고급시장 정보를 흘리는 등의 방식으로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일명 '러시아회동 스캔들'을 다루기도 했다.
마이클 무어 "구제금융 은행으로부터 돈을 빼라"
|
|
▲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15개 행동지침을 공개한 마이클 무어.
|
| ⓒ 마이클 무어 |
|
|
미국민 대다수는 월가의 보수관행 등 구조적 문제가 금융 감독으로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의회와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분위기다.
한편, 최근 영화 <자본주의 : 러브스토리>로 화제가 된 마이클 무어는 10월 22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마이클 무어의 행동계획 : 미국민이 할 수 있는 15가지 일'이라는 글을 올려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글에는 월가에 대한 비난의 글과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수백 건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마이클 무어가 제안한 15가지 일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대통령과 국회에 요구할 일 5가지]
- 집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모라토리엄을 선언해라
- 전 미국민을 위해 메디케어를 확대한 의료보험을 요구해라
- 공적자금 지원을 통한 선거를 요구하고 선출된 공무원들은 퇴임후 로비스트가 될 수 없도록 하라
- 50개 주는 각 주정부 소유의 은행을 설립해라
- 지구를 구하고, 에너지 자원을 우리 모두의 소유로 선언해라
[국회와 대통령이 우리의 말을 듣도록 할 수 있는 일 5가지]
- 매일 5분간은 주와 연방정부로 전화해라
- 지역 민주당을 점령해라
- 내년 선거에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모아라
- 집회에 나와라
- 블로거 등 미디어 활동을 시작해라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할 일 5가지]
-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빼라
- 신용카드는 하나만 남기고 없애라
- 주식시장에는 투자하지 마라
- 노동조합에 가입해라
- 당신 자신과 가족을 보살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