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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누구나 민주주의에 대하여 소중한 가치를 부여한다. 심지어 북한도 자신들의 국호에 민주주의라는 말을 넣어 사용한다. 노골적으로 민주주의를 반대하고 나설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우리는 비민주적 또는 반민주적 행태를 너무 쉽게 목도할 수 있다. 아마도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를 제각각 다르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르게 정의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틀린 정의를 내려두고 그것에 입각해서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전히 군사독재의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는 오로지 공산주의의 반대말에 불과하다. 그렇게 교육되고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공산주의의 반대말이 아니다. 백성이 스스로 주인 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 민주공화국이다. 공산주의는 경제적 가치를 공동 생산하여 공동 분배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 둘은 본래 반대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공산주의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파괴될 위험성이 높고, 실제로 공산국가들이 하나같이 혹독한 독재정치로 흘러서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걸은 것은 이미 역사가 되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과연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쉽게 말해서 주권자인 백성이 타인의 자유를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면 그 나라는 민주국가이다. 더 쉽게 말해서 백성이 마음껏 정권을 비판할 수 있으면 그 나라가 바로 민주국가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일까?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해야 옳다. 대한민국의 헌법에는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 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러니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스스로의 자유를 누리고 정권에 대하여 마음껏 비판도 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민의 말할 자유가 그리 잘 보장되는 것 같지 않다. 이상한 행동을 하는 보수단체들은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있는 반면에 진보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말도 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좀처럼 하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현 정권 초기에 한 네티즌이 정부정책에 대하여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검찰에 체포되어 고초를 겪었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지만 그는 이미 상당한 벌을 받은 후였다. 구속 수감되어 재판을 받는 것은 형벌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시범케이스에 걸린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검역조건 완화에 반발하여 촛불집회가 있었다. 그 집회에 참가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처벌된 일도 있었다. 정권이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서서 반대하지 말라는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보도한 MBC PD수첩의 제작진까지 검찰에 체포되어 고초를 겪고 있다. 정권에 비판적인 멘트를 했던 앵커도 자리에서 쫓겨났다. 비판하는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전 정권에 호의적이었던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밀려나는 일도 여러 사례가 있다. 가수 윤 도현이 오랫동안 진행하던 '러브레터'의 진행자 자리에서 밀려났다. 최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당일 노제를 진행했던 김제동이 '스타골든벨'에서 밀려났다. 이 지점에 이르면 치졸한 보복이 가해지고 있다는 느낌마저 지울 수가 없다.
국민이 자유롭게 비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위해하는 일이다. 이쯤 되면 정말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헌법이 분명히 선언하고 있는 내용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사상의 자유,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이 모두 심각한 침해를 당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는 대통령 욕하고 모욕하는 일이 마치 유행병처럼 번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대통령을 심하게 욕하고 비난해도 권력이 그것을 막으려 들지 않았다. 누구도 정권을 비판하는 일에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일이 없었다. 언론들도 연일 비난을 퍼부었지만 보복을 당하지 않았다.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출판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만개하고 있었다. 그런 것이 민주국가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정권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 나라가 되어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지금 대한민국에 등장한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아무도 비판할 수 없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썩게 마련이다. 부패는 곧 주변으로, 주변으로 번질 것이다.
그렇게 후퇴한 민주주의는 저절로 살아나지 않는다. 각고의 노력이 있은 후에 회복된다 하더라도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게 되어있다. 매우 소중한 것이 심각히 퇴행을 하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50%를 넘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단다.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이정도 라면 말할 자유 같은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히려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혼란이라 여기고 정권의 강력한 통제를 수용하는 태도마저 보인다. 아마도 독재의 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오랜 왕정과 일제의 식민통치, 그리고 기나긴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그렇게 통제에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자유 특히 마음껏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상실하는 것은 경제성장률 몇 퍼센트와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또 국민의 자유가 제한된다 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부디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소중히 지키고 누릴 줄 아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자신의 정치적 소신으로 인하여 보복당하는 그런 사회는 결코 누구에게도 바람직한 것이 못된다. 특정 연예인의 생계문제가 아니다. 다름에 대한 포용과 인정이 없다면 이 세상은 항상 전쟁터가 될 것이다. 다른 견해가 서로 존중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향해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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