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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1970년생.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에 44번 도전해 41번 완주했고 3번을 실패(DNF-do not finished)했다. 마라톤계에서는 세계정상급 선수 가운데 이봉주 처럼 41번의 완주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는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가 완주한 거리만 따져봐도 1729.995km에 이른다.
그나마 이는 '완주'한 거리일 뿐, 그는 이보다 몇 배 많은 거리를 '연습'하며 달렸을 것이다. 이봉주의 경우 마라톤 대회를 준비할 때마다 4천㎞ 안팎을 달린다고 하니 그가 지금껏 달린 거리는 어림잡아봐도 20만km 가까이 된다. 서울에서 부산을 250번 왕복한 거리고, 서울에서 일본 도쿄까지 90번 가까이 왕복한 거리다. 인생 자체가 '달리기'였던 것이다.
▲ '제90회 전국체육대회' 마라톤 경기에서 시상식에서 우승한 이봉주 선수가 꽃다발을 흔들고 있다. ⓒ 한승호
이봉주는 삽교고등학교 1학년 때 육상선수로 입문했다. 1990년 서울시청에 입단해 제71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처음 완주한 마라톤 대회에서 성적은 '2위'. 충분히 '화려한' 등장이었다. 그는 이후 전국체전에만 3차례 더 참가해 2번 우승을 추가하며 명성을 쌓아갔다.
1992년 그는 도쿄 국제 '하프'마라톤에 참가해 1시간 1분 4초의 한국 최고기록을 수립했다. 그리고 같은해 호놀룰루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국제대회 풀코스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다. 그때 당시 기록이 2시간 13분 16초. 이후 1995년 동아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또다시 우승하고, 이를 발판으로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아직도 깨지지 않은 '한국 신기록'
그의 '질주'는 계속됐다. 아니 이제 시작이었다. 애틀란타 올림픽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는 같은해 후쿠오카국제마라톤에 출전,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다. 이후로도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2001년 보스턴마라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7년 서울국제마라톤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1위를 석권하며 '국민 마라토너' 칭호를 얻는다. 총 41번의 완주 경기 가운데 우승만 10회, 준우승 6회의 뛰어난 성적을 거둔 만큼 '국민 마라토너'라는 별명은 결코 과하지 않았다.
▲ '제90회 전국체육대회'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한 이봉주 선수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한승호
다만 아쉬운 것은 그가 유독 '올림픽' 우승과는 인연이 없다는 점이다. 이봉주는 1996년 제26회 애틀란타올림픽에 출전 은메달을 차지한 후, 2008년 제29회 베이징올림픽까지 4번 연속 출전했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순위에 들지 못했다. 수 많은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고, 그의 이름 앞에 '국민 마라토너'라는 별명까지 붙었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끝내 품어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봉주는 국민들에게 올림픽 금메달 대신 '기록'을 선물했다. 2000년 2월 13일 도쿄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7분 20초'라는 기록을 남겨 한국신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이 기록은 아직까지 한국 최고기록으로 남아있다.
사실 무엇보다 20여년이란 긴 세월동안 무수한 좌절을 극복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 할 것이다. '정상'에 있을 때도, '좌절'의 순간에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그러한 의지의 결실을 은퇴경기에서 확인시켜 줬다.
앞으로 이봉주가 남긴 20여 년 간의 기록들은 한국 마라톤계의 '역사'가 될 것이고, 이봉주는 국민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국민 마라토너'로 남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민 마라토너'가 떠난 자리를 제2, 제3의 국민 마라토너가 채워주길 기대하고 그들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길 기도할 차례다.
▲ 이봉주 선수 마라톤 완주 기록 1 ⓒ 장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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