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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홍보를 위해 만든 만화에서 4대강 오염 책임을 농민에게만 전가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19일 "국토해양부 산하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4대강 사이트에 무려 3개월 동안 농민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묘사하며 모독한 만화를 게재해 왔다"며 문제의 정부 홍보광고 내용을 공개했다.

문제의 만화는 지난 15일 사이트 개편을 통해 슬그머니 만화를 빼버렸다고 강 의원은 밝혔다.

강기갑 의원은 "4대사업으로 친환경 농업은 반환경적이라고 매도당하고 있고, 하천부지가 아닌 농지에서 농사를 짓던 고령농민조차 강제수용위기에 처해있다. 심지어 지자체의 실수로 불법 점용자로 내몰린 농민들은 10원 한 푼 못받고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인데, 농림수산식품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친환경농업육성을 위해 노력해 온 농민들의 상실감을 누가 보상할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래는 강기갑 의원실이 밝힌 홍보만화 내용이다.

국토해양부 산하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4대강 만든 만화
 국토해양부 산하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4대강 만든 만화
ⓒ 강기갑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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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왜가리 아주머니 여긴 물고기 없어진지 오래됐어요
왜가리: 그러네요
수달: 인간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표토가 흘러들어 물이 말라가고 있어요. 이러다 우리 다 배곯아 죽겠어요.
(그 때 붕하면서 공사 차량이 지나간다.)
수달: 인간들이 또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거지?
왜가리: 야 맞다. 강바닥을 파낸다던데 이대론 동물이건 사람이건 못산다고 강바닥을 청소해서 물이 깊어지게 한 대요.
수달: 일단 물은 많아지겠네요. 그럼 먹을 것도 좀 늘어날 테고.
왜가리: 정신이 좀 사납긴 하지만 참아보려고요. 강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농약과 비료를 뿌려 물을 오염시킨 것은 맞지만 모든 책임을 농민에게 지우고 있는 것이다. 강 오염은 산업폐수, 가정폐수 따위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

그리고 강바닥을 파내면 물이 깨끗해진다고 하지만 강바닥을 파내면 오히려 강이 오염될 수 있음을 전혀 지적하지 않고 있다.

「4대강사업본부」 농민 환경오염주범묘사 만화
 「4대강사업본부」 농민 환경오염주범묘사 만화
ⓒ 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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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이 호미가 네 호미냐?
농부: 도리도리
산신령: 이 호미가 네 호미냐
농부: 도리 도리
산신령: 이 호미가 네 호미냐
농부: 맞구만유!
산신령: 아니 그렇다면 지금껏 여기서 농사를 지었단 말이냐!
농부: 움찔 놀람
물가에서 농사를 지으면 비료의 질소와 인산 성분이 흘러들어 강물의 부영양화가 초래됨을 모른다 말이냐. 또한 네가 뿌린 제초제나 살충제와 같은 농약은 수중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느니라. 내 정직한 너를 기특히 여겨 세 자루의 호미를 모두 주려 했거늘…
농부 : 됐슈. 안 그려두 정부에서 농지 보상비 두둑하게 받았슈. 이것만 캐서 나가려던 참이유. 무슨 신령님이 여태 강변 농지를 생태습지로 복구한다는 소문도 못 들었대유? 신문 좀 읽구 살아유!

농민이 비료와 농약을 뿌린 이유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부는 수십년 동안 농민들에게 비료와 농약을 뿌리라고 끊임없이 교육시켰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비료와 농약을 뿌리라고 한 정부는 왜 책임을 지지 않는가.

농약과 비료를 공급한 것은 정부 정책이었다. 이제와서 모든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농민들은 4대강이 생태를 보존하는 것임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진짜 무식한 사람은  4대강이 생태가 된다고 주장하는 바로 이명박 정부이다.

「4대강사업본부」 농민 환경오염주범묘사 만화
 「4대강사업본부」 농민 환경오염주범묘사 만화
ⓒ 강기갑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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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먹을게 통 없지.
(달구지를 타고 가는 농부)
농부: 미안하이. 다 우리 잘못이야. 우리 누렁이 똥오줌도 그대로 흘려보냈고, 우리 다니기 좋으라고 너희 먹이 사는 습지를 콘크리트로 말라놨어. 강가 손바닥만한 땅에 농사 지어 먹겠다고 비닐하우스 지어다가 슬금슬금 농약에 비료까지 흘려보냈고, 이제 우리 누런이 똥오줌 그냥 흘려보내는 일 없을 게야. 축산폐수 정화처리장을 짓는다네. 나라에서 이 콘크리트 둑도 없애버린다는 군, 그러면 습지가 생겨 물을 깨끗하게 한다며?
두루미: 아니 그걸 이제야 아셨나
농부: 이제 슬금슬금 농약, 비료 흘려보내는 일도 없을거네.

농민들에게 4대강 오염 책임을 모두 전가시키고, 강바닥을 파헤치는 일은 농민들이 오염시킨 강을 살리는 것이라고 홍보하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분노할 수밖에 없다.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슬그머니 홍보만화를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쌀값 때문에 화난 농민들이 환경오염 주범으로 몰리는 2009년 대한민국 농민들은 참담한 마음이다.


태그:#4대강, #환경오염, #농민, #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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