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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국민법정(http://mbout.jinbo.net/court)이 열립니다. 국민의 상식으로 용산 철거민들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용산 국민법정 준비위원회와 함께 '용산 국민법정' 기획 기사를 5차례에 걸쳐 내보낼 예정입니다. 이 기사는 그 마지막 회로 지역운동단체인 '동자동사랑방' 활동가 두 명이 썼습니다. <편집자 말>
 

 

지난 1월 20일 신용산역 남일당 건물을 생각하면 그날 새벽 공권력이 저지른 만행이 떠올라 아직도 가슴이 미어지고 분노가 끓어오른다. 우리가 있는 동자동 역시 2007년 동자4구역 철거가 진행되면서 땅 없고 집 없다는 이유로 인간이면서도 인간 이하의 차별과 멸시를 경험했던 곳이기도 해서 더욱더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그 분들이 왜 망루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지 동자4구역에서 겪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흔히 재개발지역의 경우 용역과 조합, 개발회사 그리고 지자체가 한통속이 되어서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여 그들만이 나눠가지려고 한다. 아마도 철거를 당해본 사람들은 모두가 알 것이다. 예를 들어 동자4구역의 경우, 많은 집주인들이 월세 계약을 하면서 가난한 세입자들한테 재개발시 거주이전비, 이사비용, 임대주택 입주권 등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얼어죽든지, 굶어죽든지...

 

심지어 고시원에서 한 달에 30만원씩 월세를 내고 일 년을 살았던 사람들을 3만원에서 5만원의 이사비만 주고 내쫓는 파렴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을 받던 노인 분들과 장애인 분들이었는데 "너희들은 리어카나 한 대 불러서 이곳을 떠나라. 얼어 죽든지 굶어죽든지 알 바 아니다. 우리는 빨리 철거하고 건물 지으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것은 개발이 사람을 위한,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라는 그들의 번드르르한 말이 명백한 거짓말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개발업자들의 눈에 쪽방촌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철거를 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동자동사랑방은 서울역 건너편 쪽방촌이 밀집해 있는 공간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쪽방은 사람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한 평이 채 되지 않는 공간의 방을 의미한다. 살기 힘들고 불편한 곳이지만 도시빈민으로 살아가는 이웃들과 인간적인 정을 쌓으며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견디며 살아가는 마지막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쪽방을 처음 본 사람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하지 못하면 대다수의 사람이 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방값은 얼마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쪽방이 월세 15만원 내지 20만원을 내야 살 수 있다'고 하면 비싸다는 반응을 보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한다.

 

쪽방의 각 층에는 공동화장실 한 곳과 겨울에 온수도 나오지 않는 세면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20여 명의 사람들이 씻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산다. 난방시설이 안 되어 있어 겨울에는 이불을 뒤집어쓰지 않고서는 추워서 앉아 있기도 힘든 곳이다.

 

이곳을 벗어나려고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여 돈을 모으려 해도 쪽방에 사는 주민들 대부분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한 달 80만원 남짓의 월급으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대한민국에 짓는 집은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짓는 집이 아니라, 부의 상징으로 또는 투기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도구일 뿐이다. 임대주택이라도 당첨되려고 아무리 애를 써봐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허다하다.

 

쪽방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부는?

 

현실이 이렇다 보니 개발의 논리는 집을 갖고 있고, 집으로 장사를 하는 부자들에게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고층 건물들, 100평이 넘는 집도 있다는데 과도하게 넓은 평수를 드러내며 이태리제니 프랑스제니 고급 건축자재를 썼다면서 집을 더 비싸게 만들기 위한 것만 고려할 뿐이다. 가진 자들의 입맛에만 맞출 뿐 주거 정책에 쪽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가난한 서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법치니 준법이니 하는 말을 들먹이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과 경찰도 툭하면 서민들에게 공무집행이란 말을 들이민다. 사실 법이란 것은 도덕적 가치 규범에서 나온 것으로, 인간으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소위 '강부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보면 도덕적으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가치는 싸그리 무시하고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자신들만의 더러운 탐욕을 추구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무집행을 남발하는 검찰과 경찰은 강부자의 이런 실상은 묵인하면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법에 명시되어 있는 세입자 대책도 받지 못해 농성에 들어갔지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이들의 절박한 요구에 대한 화답은 무차별적인 공권력 투입으로 돌아왔다. 그 결과 6명의 사람이 죽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았다. 수사기록조차 다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이 철거민들을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법원의 공개 명령도 무시하며 아직까지 검찰에 의해 베일에 가려져 있는 수사기록 3천 쪽 분량의 자료에는 분명한 '진실'이 들어 있을 것이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9개월에 이르고 있지만 아직도 열사 분들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보냈다. 이보다 더 기막힌 현대사의 비극이 또 있을까. 용산 참사의 원인이 화염병이라며 철거민들을 몰아세우기에 정신없는 검찰과 한나라당.

 

그러나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지난 1월 20일 우리가 남일당 건물에서 확인했듯이 용산 참사는 "저기 사람이 있다"는 절규를 무시한 채 공권력으로 이를 진압하기에 급급했던 이명박 정부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법적인 처벌을 받음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 나아가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바다.

 

용산 참사의 책임자인 이명박 정부는 아직까지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 동안 정운찬 신임 국무총리가 용산을 방문하였지만 '중앙 정부의 책임은 없다', '임시 상가 시설은 선례가 없다'는 말을 하면서 용산의 비극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파렴치한 정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이제 국민이 나서 용산 참사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보자는 취지로 시민사회단체 및 개인들이 모여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국민법정을 준비한다고 한다. 용산 참사의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한 기소인 모집도 하고 있다. 철거민들을 망루에 오르게 했던 무분별한 재개발의 위협은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도 여전히 자리한다.

 

더 이상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또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도리를 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속히 비극을 야기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밝히고 그에 따른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용산 국민법정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국민법정 바로가기


태그:#용산국민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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