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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잘 자라거라.
▲ 농심 잘 자라거라.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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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주는 농부와 그 물을 받아먹는 푸성귀가 대화를 나눈다. 가을 가뭄을 대신해서 흠뻑 적셔주는 농심이랑 흡족하게 받아먹는 푸성귀 마음이라면 세상 일이 다 잘 될 것만 같다.

돌멩이를 화장대 삼아 분장 중인 청둥오리들
▲ 지금은 화장중 돌멩이를 화장대 삼아 분장 중인 청둥오리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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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길이 있을 거야.
▲ 비상 좋은 길이 있을 거야.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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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들이 돌멩이를 화장대 삼아 깃털을 다듬고는 가을 하늘을 맴돈다. 어디론가 더 멀리 날아가려면 하늘 길도 봐 둬야 할 것이다. 가을 빛이 냇물을 만나 몸을 섞는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숨소리가 졸졸졸 들려온다. 햇살도 소리도 맑다.   

사람에게 저런 촉수가 있다면?
▲ 여치 사람에게 저런 촉수가 있다면?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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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는 풀색과 만나 은밀하다. 같은 색이라야만 쉼터이거나 일터다. 몸 길이보다 훨씬 긴 촉수는 생명의 돛인 양 장엄하다. 저런 촉수를 사람이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틀림없이 서정 시인이 될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튀어오를 수 있다.
▲ 메뚜기 마음만 먹으면 튀어오를 수 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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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잔뜩 움츠린 메뚜기가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것 같다. 허벅지 근육은 건강미가 넘친다. 메뚜기 다리는 언제나 살아 있는 용수철이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시,  바다와 나비 전문 / 김기림

찢기지 않고 끝까지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으면....
▲ 나비 찢기지 않고 끝까지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으면....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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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나비는 새로운 세계를 동경한다. 그러나 나비가 지닌 낭만적 꿈은 좌절하고 만다. 그리고 냉혹한 현실을 인식한 채 지쳐 돌아온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는 동안 몇 번쯤은 저 나비가 된다.

물 속을 다림질하고 계신가요?
▲ 다슬기 잡는 아저씨 물 속을 다림질하고 계신가요?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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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지경일 듯 다슬기를 잡느라 허리를 굽힌 사람. 밀레의 '만종'은 아닐 테지. 달팽이를 잡는 용기에는 투명 유리가 붙어 있다. 저 유리가 수면에 닿는 순간 흐릿한 물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죽어버린 시늉을 해봤자 헛일이다. 달팽이는 따로 만들어진 감방에 갇혀 빨판을 뻗쳐야 한다. 달팽이가 탈옥에 성공하려면 너무나 많은 장벽이 있고 시간이 필요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 가을 할머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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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에 먹을 것을 싣고 가던 할머니가 멀리 동구 밖을 내다보신다. 오랜 시간 잘 걸어오셨다. 작년에 돌아가신 내 어머니와 지독하게 닮으셨다. 어머니가 멀리 가신 이후 모든 할머니들이 어머니처럼 보인다. 저 할머니께 말없이 말을 걸었다. 오래오래 사시라고.

어신은 언제쯤?
▲ 낚시 어신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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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신을 감지하려는 낚시꾼과 미끼에 의심을 품었을 물고기가 팽팽하게 대치 중이다. 초록 물빛 흰 낚싯줄에 긴장감이 흐른다. 그냥 빈 어망에 아름다운 풍광만 담아간다면 좋겠다. 

자연도 사람도 가을 빛에 영글어 간다.
▲ 가을 빛 자연도 사람도 가을 빛에 영글어 간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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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다. 가을 빛이 리트머스 시험지에 여과된 듯하다. 이 고요와 평화 앞에서 무조건 반성한다. 내게 좀 모자란 것들이 많다.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 더 잘 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가을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태그:#가을, #메뚜기, #여치, #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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