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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지대학교 학생 1000여 명과 교수, 교직원들은 7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김문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부패 재단에게 상지대를 넘겨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상지대학교 학생 1000여 명과 교수, 교직원들은 7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김문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부패 재단에게 상지대를 넘겨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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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물은 개인을 넘어 한 시대와 역사, 의미 등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명박 현 대통령은 개발시대 샐러리맨 신화를 쓴 '불도저'로 불렸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화해,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상징한다. 그리고 김주열은 4·19혁명을, 이한열은 1987년 민주화운동을 각각 상징한다.

그렇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땅의 사학재단 부패·비리를 상징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단연 김문기 전 상지대학교 이사장이다. 그로 인해 상지대학교는 과거 부패사학의 대명사로 통했다. 도대체 김 전 이사장과 상지대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1986년 강사채용 비리 논란.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학생 농성장에 "가자! 북의 낙원으로"라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이 뿌려진 이른바 '용공조작 사건' 발생. 이뿐 아니라 학교 재산 전용 논란, 1993년 부정입학 등으로 김문기 이사장 구속, 199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확정 등.

어쨌든 김문기 전 이사장은 사학비리로 감옥까지 간 대표인물이다. 그동안 사학비리 문제가 대부분 솜방망이 처분으로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전 이사장의 징역살이는 그의 죄질을 충분히 입증하고도 남는다.

15년 전의 인물 김문기가 돌아온다

길게는 20년, 짧게는 15년 전 뉴스에나 나올 법한 인물 김문기가 요즘 다시 뜨고(?) 있다. 도대체 왜? 요즘 인터넷 용어로 친다면 충분히 '듣도 보도 못한 인물'에 들고도 남는 인물이 조금씩 언론에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20세기 사학부패의 상징, 그래서 역사책에서 볼 수 있는 인물 김문기가 귀환하고 있다. 어디로? 상지대학교로! 그럼 피나는 노력으로 부패사학의 대명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사학 정상화 학교'로 거듭난 상지대학교의 운명은?

'올드보이'로 불러주기에도 민망한, 그래서 옛날이야기 속 인물 같은 김문기의 귀환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화와 "역사의 역류"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하긴 냉정히 돌아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광장이 닫히고, 방송사 사장이 정권의 강압으로 쫓겨나고, 인터넷에서 말 한 번 잘못하면 감옥 가는 세상인데, 1980~90년대 사학부패 상징 인물이 돌아오는 게 뭐 그리 대수겠나.

사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학분쟁을 겪고 학교에서 물러났던 몇몇 옛 부패재단은 조금씩, 그러나 집요하게 '학교 탈환' 목소리를 높여 왔다. 특히 상지·조선·세종대 옛 재단이 앞장서고 있는데, 이들은 서로 연대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또 뉴라이트 계열의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등 5개 보수우익성향의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5월 "비리사학 타파를 명분으로 파견된 임시이사들이 사실은 더 큰 비리를 저질러왔다"며 8개 대학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말 그대로, 상지·조선·세종대 등이 포함된 8개 대학은 사학분쟁을 겪은 뒤 학교 정상화를 위해 국가가 임시이사를 파견한 곳이다.

이렇게 외부 단체의 측면 지원을 받은 사학재단은 "학교를 돌려 달라"며 세종로 정부종합 청사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물론, 이들 사학재단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억지 생떼만 쓰는 건 아니다. 김문기 전 이사장은 소송을 내고 대법원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옛 부패 재단들 "학교를 돌려달라!"

김 전 이사장 퇴진 후 상지대는 10년 동안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이어 임시이사회는 지난 2003년 12월 최장집 교수, 박원순 변호사 등 9명을 학교 재단 정식이사로 선임했다. 하지만 1개월 뒤인 2004년 1월 김 전 이사장은 '임시이사회의 정이사 선임결의 무효확인 청구'와 '이사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고 결국 2007년 5월 "임시이사는 임시적으로 학교의 운영을 담당하는 위기관리자로서 학교를 운영하는 경우에 한해 정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질 뿐 정이사를 선임할 권한은 없다"며 김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상지대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임시이사들의 임기는 오는 11월 18일까지이다. 이제 새로운 정식 이사를 선임해야 할 시점이 찾아온 것이다. 누사 정식이사에 오르느냐에 따라 상지대의 앞날은 확연히 달라진다. 이사 선임 권한은 노무현 정부 때 교육부 산하에 만들어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에 있다.

사분위는 과연 누구를 이사로 앉힐까? 현재 상지대 구성원들인 학생, 교수, 교직원들이 원하는 인물을 선임할까, 아니면 김문기 등 옛 부패사학 재단 인사들이 원하는 인물로 이사직을 채울까.

현재 사분위는 김문기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우선 11명의 사분위원들의 성향은 과반 이상이 소위 '보수'로 분류된다. 물론 사분위에는 박거용 상명대 교수, 이장희 외국어대 교수 등 진보 성향의 인사도 있다. 하지만 주경복 건국대 교수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출마 뒤 검찰 조사와 기소 등의 이유로 2009년 1월 강제 해촉되면서 사분위의 무게 추는 대체로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사분위의 법률검토특별위원회는 "옛 재단(김문기 쪽)에게 절반 이상의 이사를 추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분위에는 법리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법조인이 5명이다. 김 전 이사장으로서는 "만세!"를 외칠 만한 상항이다. 옛 재단이 추천하는 이사가 상지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면, 상지대가 '김문기 체제'로 회귀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현 사분위원들의 임기는 오는 12월 26일까지다. 사분위원은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 3명, 대법원장 5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위촉한다. 결국 사분위원들이 더욱 '센' 보수 인사로 채워지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상지대 김문기 체제는 시간문제?

현 사분위원들이 뜨거운 감자인 상지대 정식 이사 선임을 계속 미루고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현 정부의 추천을 받아 새로 위촉될 사분위가 상지대 이사를 선임하게 된다. 결국 김문기 전 이사장은 물론이고 조선대, 세종대 등 옛 재단들이 학교를 탈환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상지대 학생, 교수, 교직원들은 지금 '반 김문기' 기치를 내세우고 똘똘 뭉쳐 싸우고 있다. 이들은 이미 교내에 철야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그리고 지난 9월 29일에는 학생 3000여 명과 교수, 교직원 등이 강원도 원주시내에서 '반 김문기 걷기 대회'도 치러냈다.

옛 재단 인사들을 배제하고 이사회를 꾸리라는 서명에는 전체 교수 233명(전체 254), 학생 4663(전체 약 8000명), 교직원 90명 (전체 약 100명)이 참여했다. 그리고 7일 서울 상경 투쟁에는 학생 1000여 명이 넘게 참여했다.

사실 현재 상지대 학생들은 김문기 전 이사장과 직접적인 악연은 없다. 현 학생들은 김 전 이사장이 물러난 1993년에 대부분 유치원에도 다닐 수 없는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반 김문기'에 누구보다 열심히다.

"김문기 전 이사장의 얼굴은 못 봤지만, 우리 상지대 학생들이 그를 모를 리 없다. 그 때문에 학교가 오랫동안 '저질 학교'라 불린 사실도 안다. 부정부패로 감옥까지 다녀온 인물에게 학교를 다시 맡길 순 없다. 그가 돌아온다면 오랜만에 살아난 상지대는 다시 추락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손에 달린 상지대 운명

상지대학교 산림과학과에 다니는 한 학생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 학생은 "김문기는 우리에게 '듣도 보도 못한 인물'이 아니라 '공공의 적'"이라고 강조했다.

우영균 상지대 교수협의회 대표도 "상지대는 많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그동안 부패의 상징에서 학교정상화의 상징으로 돌아섰다"고 강조한 뒤 "이런 상징성이 있는 학교를 어떻게 다시 김문기 같은 부패 인물에게 돌려줄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이어 우 교수는 "김문기 전 이사장이 학교를 자기 돈벌이로 활용한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며 "현 정부가 아무리 보수적이라 하더라도 교육의 공공성을 지켜주는 '건전한 보수'의 보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학재단의 자율을 외치며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상지대의 운명은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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