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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부터 전세계에 불어 닥친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 소식들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9월 30일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파당 시 인근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9월 26일과 10월 3일에는 필리핀에 대형 태풍이 연달아 덮쳐 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었으며, 남태평양의 서사모아와 통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도 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다.

올 가을,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을 강타한 자연재해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미 수천 명이 사망했으며, 수십만 명이 부상을 당하거나 집을 잃었다. 우리나라의 119국제구조대가 인도네시아 파당시 인근 지진 피해 현장에 파견되어 매몰자 탐색과 구조활동, 피해수습 지원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이미 출국했고, 전세계 각국에서도 긴급구호단을 파견하여 지원을 계속 하고 있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수마트라 섬 파당 지역의 마을 모습. 무표정한 어린이 뒤로 어른들이 무너진 집터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 인도네시아 강진 지진으로 폐허가 된 수마트라 섬 파당 지역의 마을 모습. 무표정한 어린이 뒤로 어른들이 무너진 집터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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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구호,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일

긴급구호는 기본적으로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여기에 그 생명이 최대한 빨리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까지 포함된다. 즉, 피해를 극복하고 안전하게 고향과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긴급구호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긴급구호는 초기 대응이 관건이다. 사람은 물과 식량의 제공 없이는 살 수 없으므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매우 조직적이고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각 분야마다 고도의 훈련된 전문가가 활동해야만 한다. 물은 물 전문가, 의료는 의료 전문가가 맡는다. 긴급구호 현장에서는 워낙 열악하고 다급한 상황이어서 단 한번의 판단 착오가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긴급구호 현장에 비숙련, 비전문 자원봉사는 금지된다. 하지만, 초기 긴급구호 기간이 끝나면 산적한 일들로 인해 비전문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본격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긴급구호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현안은 전세계에 긴급구호 현장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파괴로 인한 가뭄과 홍수 등의 천재지변이 증가하고, 정치 경제적 갈등으로 전쟁 등의 인재도 증가하여 난민의 수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생명을 구하다

유니세프 직원이 구호물품을 피해지역으로 옮기려고 차에 싣고 있다.
▲ 구호물품의 이송 유니세프 직원이 구호물품을 피해지역으로 옮기려고 차에 싣고 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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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긴급구호가 발생하면 중앙과 지역정부, 유엔기구, NGO, 시민단체들은 협력하여 활동을 펼치게 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1989), 무력분쟁의 어린이 참여에 관한 선택적 조항 (2000), 아동권리협약 행동지침(1998), 여성차별철폐에 관한 행동지침(1979), 제네바협약(1949), 선택적 조항(1997. 2005), 긴급구호시 활동지침(UNICEF, 2005) 등 다양한 국제협약에 기준으로 일사불란하게 활동한다.  하지만 정부, 유엔기구, NGO가 하는 일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정부는 재난으로 무너진 국가의 사회간접자본들을 재건한다. 군대를 파견하고 국민들을 동원하여 굵직한 일들을 맡는다. NGO의 업무는 주로 현지 밀착형이다. 그들은 현장에서 오래 근무해왔기 때문에 소규모로 발빠르게 활동을 개시할 수 있다. 해당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욕구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

유엔기구들은 주로 대형사업을 주관하는데 대규모의 식량을 확보하고 대형 난민촌을 운영하여 어린이들을 위한 전염병 예방, 영양실조 방지 사업, 교육사업들을 벌인다. 이중 어린이를 돕는 유엔기구로 알려진 유니세프의 활동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 영양실조 치료: 재난지역에 영양실조 치료센터를 설립하여 중증 영양실조 어린이들에게 단계별로 치료용 음식을 먹여 정상적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일반적인 영양실조 어린이들에게는 치료를 위해 고단백 비스킷, 치료용 우유 등의 영양식을 공급해 준다.

- 보건과 예방접종: 난민촌 등의 보건센터에 필수의약품을 공급해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한다. 긴급구호 환경에서는 홍역, 설사, 급성호흡기질환, 말라리아 등이 주된 어린이 사망 원인이 된다. 난민촌 등에서는 특히 수인성전염병이 확신될 위험이 높다. 홍역 등 기본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하고 비타민 A와 같은 영양소들을 공급한다.

- 식수와 위생: 상수도 체계가 파괴된 지역에서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도록 식수정화제를 대량 공급하고, 물탱크 등의 시설을 공급한다. 난민이나 이재민들을 위해 위생적인 화장실을 설치하고, 설사병 치료제인 구강수분보충염을 제공한다.

- 교육: 긴급구호상황에서 교육은 어린이의 신체적, 정서적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교가 파괴된 지역, 난민촌 등에 임시학교를 설치하여 어린이들이 전쟁이나 재해 속에서도 계속 공부하고 놀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임시학교 운영을 위해 교사와 학생들이 수업에 사용할 수 있는 기본학습도구세트를 제공해 주며, 부서진 학교를 복구해 준다. 청소년 대상의 직업훈련교육도 실시한다.

- 어린이 보호: 재난지역에서는 어린이 강간 등 성폭력과 학대와 납치 등의 위험이 더 높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성폭력 예방과 어린이 재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고아와 미아들을 보호하는 보호소 운영을 지원하며, 미아에 대한 사진촬영과 인적 사항 파악을 통해 미아들에게 가족을 되찾아 준다. 그리고 분쟁지역에서 지뢰위험교육을 실시해 어린이들이 지뢰나 미폭발 무기 등으로 희생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 심리치료: 어린이들이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이나 재해로 입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심리치료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긴급구호 지역에서 그림이나 대화,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심리치료를 실시한다.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두 다리가 부러진 소녀가 병원에서 언니의 위로를 받고 있다.
▲ 인도네시아 강진.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두 다리가 부러진 소녀가 병원에서 언니의 위로를 받고 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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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구호, 그 이후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긴급구호는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간단하게 '긴급구호', ' 재난복구', '개발'의 3단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중 긴급구호보다는 그 이후의 단계가 훨씬 오래 걸리고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이 기간을 5~10년을 잡고 있다. 한 지역이 총체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자체 역량을 만들어 가는 시간인 것이다. 이 과정을 마치면 긴급구호팀은 더 열악한 지역으로 옮겨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지난 여름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긴급구호 활동가 한비야씨는 "왜 이렇게 험한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한다", "이 일을 만나 너무 행복하다"고 답했다.

지금도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각종 재난으로 생명과 정상적인 생활을 위협받고 있다. 재난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극복할 수 없어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과 행복을 선물해 준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 가슴이 뛰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장성윤 기자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있습니다.



태그:#긴급구호, #인도네시아, #유니세프, #한비야,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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