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계절이 왔다!
아침 저녁 귀뚜라미가 우는 이 무렵에 유달리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은 삼삼오오 배낭을 짊어진 등산객들! 경북 경산에서 대구 수성구 도심 한가운데로 이어지는 성암산은 그 풍세가 수려하고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이 시원하여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등산 코스이다.
느지막히 눈을 뜬 어느 일요일 아침, 부시시한 머리를 모자로 푹 눌러쓰고 간단한 생수병과 열량 보충용 초콜릿 든 가방 매고 산을 오른다. 등산로 초입 식당가에선 왁자지껄 손님들이 소고기국밥을 먹고 있다. 내려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손님들인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뜨끈한 국물에 만 밥을 훌훌 들이켜고 있다. 그 모습이 아이들처럼 귀엽다.
구수한 냄새를 뒤로 하고 길을 올라가다 보면 붉은 메꽃이 한가득 반긴다. '홀로 산행족'의 쓸쓸함을 달래주는 남다른 친구인 듯하여 정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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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산길의 메꽃 경산에서 출발하여 성암산 올라가는 길에는 식당이 많다.소고기 국밥집 옆에 흐드러지게 핀 메꽃이 싱그럽다 |
ⓒ 조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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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여러번 방송을 탄 후로 등산길을 편하게 한다는 목적하에,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오히려 관절에 무리가 가서 좋지 않으니 지팡이에 의지해서 올라가는 것이 좋다. 한참을 땀 흘리며 오르다 보면 저 멀리 경산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은 사람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준다. 거대하던 건물과 차가 장난감처럼 보이고 올려다 보던 것을 내려다 보게 하니 약간의 자만심도 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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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암산에서 본 경산 풍경 곧 비가 오려는지 구름이 몰려온다.하지만 그래서 운치 있는 일요일 오후의 시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
ⓒ 조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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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땀을 닦으며 정상에 오를 즈음, 정자가 나온다. 부부인 듯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국 최고 10대 등산로 중 하나라고 안 나왔더나." 그러자 여자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랬능교? 여게 살맨서도 몰랐네." "비온다. 고마 가자!" 코에 묻은 빗방울을 닦으며 그들은 발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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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암산에서 바라다 본 대구 시지 일대 성암산은 등산 코스가 잘 닦여져 있고 각종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있다. 일대에 사는 주민들의 경우, 매일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
ⓒ 조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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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시 일대가 시원스레 내려다 보인다. 절정의 삶이란 것도 한줄기 바람과 같은 것!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의 마음으로 부지런히 하산을 서두른다. 조금씩 빗방울이 촘촘해지는 듯하다. 내려가는 좁고 가파른 길에 서툴게 지팡이를 쥔 중년 여자와 마주친다. "이리로 가면 길 있습니꺼?" 그렇다고 하자 여자는 큰숨 쉬며 서툰 발걸음을 옮긴다.
산을 다 내려오니 역시 걸진 술판에 음식 냄새 풍기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어느 집이라도 쓱 들어가고픈 등산객들을 자극한다. "한잔 받아 묵어라. 이게 사는 맛이지 뭐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