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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예산말고 장애인 예산 증액하라"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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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삽질 예산 폐기하고 장애인 민생 예산 보장하라!"

 

29일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앞. 거대 현수막이 펼쳐졌다. 하지만 20여 명의 장애인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기 전에도 현수막은 의회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구겨졌다. 세 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릴 '세계한인지도자환영회' 행사 준비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30여 분이 넘게 아수라장이 이어졌다. 격렬하게 항의하던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떨어지고, 활동가들과 경호처 직원들은 현수막을 놓고 엉켰다.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장애인 연금'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1천 원짜리 모조 지폐가 어지럽게 흩뿌려졌다. 

 

몇 번의 거친 실랑이 끝에야 장애인들과 활동가들은 '생색내기용' 예산 뒤에 숨겨진 장애인 관련 예산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사안을 밝힐 수 있었다.

 

'2010장애인예산확보공동행동' 박경석 대표는 자신들을 만류하는 경호처 직원들을 향해 "이러지 마라, 지금 한나라당 의원 단 한 명만이라도 와서 지금 우리 이야길 들어준다면 이런 일이 있을 리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강대교 5시간 기어가며 얻은 예산 놓고 수치놀음"

 

이들은 앞서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민생·복지·교육·의료 예산 증액을 위한 예산 결의대회'(이하 예산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사상최대의 복지예산이다, 첫 장애인연금 시대다 말을 하지만 이는 장애인을 우롱하고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우선 박 대표는 장애인연금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도입될 증증장애인연금제도에 총 1474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정부는 이 돈이 최저생계비 150% 이하 소득계층 33만 명에게 9만~15만 원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표는 "정부는 장애인연금제도를 신규로 편성해 시행하는 것처럼 예산안을 발표했지만 실제 연금제도 시행에 따라 새롭게 투입된 예산은 201억 원에 불과하다"며 "기존의 장애수당 13만 원에서 최대 2만 원을 더 얹은 것을 갖고 장애인 연금이라고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의 말처럼 현행 장애수당은 중증장애인 연금제도 도입과 함께 폐지될 예정으로 내년 상반기 예산으로 1070억 원이 배정돼 있었다. 정부는 이 예산을 장애인연금제도로 돌리는 한편, 기획재정부 예산심의 결과 연금액을 기본급여 9만 1천 원, 부가급여 4만 원으로 축소·확정했다. 중증장애인들은 결국, 기존의 장애수당 대신 1천 원만 증액된 연금을 받는 셈이다.  

 

박 대표는 이어, "장애인들이 한강대교를 5시간 동안 기어가면서 얻어낸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을 수치놀음 하며 기만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사기치는 정부"라고 맹비난했다.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에 대해 정부는 200억여 원 정도를 증액했다며 선전하고 있지만 그는 현재 서비스를 받고 있는 2만 5천 명에 대한 자연증가분에 불가하다. 지금도 서비스이용자는 현재 2009년 계획인 2만 5천 명을 초과하고 있고 매월 1천 명씩 늘어 현재 3만 5천 명의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에도 일부지역에서는 신규신청을 금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는 이번 예산은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감축된 셈이다. 장애인에 대한 예산 문제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겐 인권, 생존의 문제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는 장애인들이 피와 눈물로 얻어낸 법들을 위반하는 '불법정부'"라며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및 계획에 따른 저상버스도입 법정기준예산 축소 ▲교원정원동결로 인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및 시행령의 무산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장애인 관련 예산만 문제 아니다... 교육·의료·노동 각계각층의 비판 터져나와

 

박 대표 뿐만 아니라 이날 '예산 결의대회'에 참석한 교육계, 보건의료계, 노동계 각계각층 인사들도 이번 예산은 입을 모아 "정부의 이번 예산안은 부자감세와 4대강 죽이기 사업 때문에 민생 분야 예산을 축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문호 건강연대 운영부위원장은 "정부의 예산안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부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천 부위원장은 "경기가 악화되면 저소득층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은 자명한데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공공의료기관 확충에 대한 예산은 부족하고 전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는 신종플루 예방 관련 예산도 삭감돼 있다"고 지적했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이번 예산에서 4대강 죽이기 사업 예산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 교육"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중에 교육예산을 7.6% 늘리겠다고 약속해놓고 추경예산 대비 3.5%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특히 "지금도 급식비 지원을 받지 못해 밥을 굶는 학생들의 수가 있는데도 정부는 이번 예산에서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강에는 이해할 수 없는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아이들을 위한 예산은 깎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예산결의대회'에 참석한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4대강 정비사업 폐기 및 관련 예산 전액 삭감 ▲부자 감세 철회 및 서민 증세 반대 ▲비정규직·기초생활보장·공공의료·장애인복지·지역균형발전 관련 예산 증액 등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예산안에 대한 각계각층 기자회견 및 '2010년 예산문제 대토론회', '국민예산대회' 개최, '국가재정-나라예산 연구모임' 운영 등 예산안 통과 전까지 공동 대응 활동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지난해 예산과 관련해 12월에야 대응을 했던 것에 비해 세 달이나 앞서 야당과 시민사회가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공동대응에 나선 것"이라며 "사상 최초의 본격적인 예산투쟁이 될 것이다, 이번 활동을 통해 부자감세, 토목예산이 아닌 진정한 민생 예산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태그:#예산, #장애인, #4대강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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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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