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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장항읍, 얼마 전까지 노태우 정부 시절 발표된 뒤 유명무실화한 국가산업단지의 조성여부를 놓고 지역민심이 들끓었던 지역이다. 참여정부는 20여년 넘게 끌어온 국가산업단지 개발을 포기하고 별 실효성도 없어 보이는 내륙산단을 마서면 일원에 조성하기로 하는 한편, 대안사업으로 국립생태원과 해양자원관의 설치를 제안한 바, 주민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제안을 수용한 바 있다.

그런 곳이 이번에는 갑자기 몰린 개발사업의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천군민들의 오랜 숙원이자 열망이었던 국가산업단지를 포기시키며 선심 쓰듯 던져준 소도읍 가꾸기 사업을 비롯하여 민자참여형 하수관거 정비사업(BTL사업) 등의 지중화 사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읍 시가지 전체가 누더기로 변했다. 더욱이 공사현장의 안전대책 소홀로 주민들은 보행조차 어려운 가운데 자칫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에 방치된 채 고통스런 삶을 감수하고 있다.

읍배 전지역은 물론 외곽까지 사람의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각종 공사로 도로가 파헤쳐져 있지만 안전을 위한 시설은 거의 전무하다.
▲ 공사로 누더기가 된 장항읍 시가지 읍배 전지역은 물론 외곽까지 사람의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각종 공사로 도로가 파헤쳐져 있지만 안전을 위한 시설은 거의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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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시가지는 물론 외곽도로까지 온통 파헤쳐진 장항읍은 흡사 전쟁 중에 포탄이 집중적으로 떨어진 전장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은 정작 주민들은 도대체 어떤 사업이 왜 이렇게 한꺼번에 몰리면서 시행되는지를 거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막연히 땅을 파헤치는 현장을 보면서 지중화 사업을 시행 중이거니 짐작하거나, 설령 민자참여형 하수관거 정비사업 등을 알고 있는 주민들조차도 지금처럼 보행조차 어려운 교통방해와 안전을 무시하고 공사를 서둘러 시행했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장항의 많은 주민들은 우회도로까지 막아 놓고 공사를 진행하는 통에 출근 시간에 늦는 것은 예사일 뿐 아니라 도로를 파헤친 후 제대로 복구하지 않아 생긴 웅덩이 등으로 야간에는 밖에 나갈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고 짜증 섞인 하소연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내 전지역에 산재한 미복구 공사현장으로 인하여 운동 중에 혹은 이륜차 운행시 사고를 당해 골절상을 입고 입원 중인 환자가 급증한 사실은 관내 병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사로 인하여 이른 아침이고 늦은 저녁이고 심지어는 휴일의 휴식조차 빼앗긴 채, 최소한의 생활권마저 위협당하고 있는 신흥아파트 주민들은 소음과 비산먼지 때문에 더운 날씨에도 창문조차 열지 못하고 사는 불편과 고통을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의 호소와 애원은 공사의 편의와 공기 단축에만 혈안이 된 시공업자, 감독관청 어디에서건 철저히 무시된다. 주민들 중의 많은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포크레인의 궤도음과 수 미터에 달하는 H빔을 박는 굉음에 두통과 정신적 불안 등 건강과 생명권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러 있다.

주민 김 아무개(여, 45세, 화천리 신흥아파트 거주)씨의 경우처럼 "제발 일요일 오전만이라도 공사를 자제해달라"며 집을 떠나 피난을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도로를 파헤친 후 제대로 복구하지 않고 방치한 공사현장에서 야간 운동 중에 넘어져 벌써 한 달째 깁스를 하고 반석의원에 입원 중인 조 아무개(남, 47세, 성주리 거주)는 "갑자기 도로가 푹 꺼져 정말 놀랐습니다. 넘어지면서 옆 사람을 잡지 못했다면 논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며 사고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얘기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러 번의 안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주민 안전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자가 확인한 지난 7일의 공사 현장은 3미터가 넘는 웅덩이를 파 놓고도 출입을 막을 펜스 하나 제대로 치지 않고 야간에 방치하여 주민들을 위험에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주민 편의를 위해 시공하고 있는 공사가 주민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공사현장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바로 아래가 3미터가 넘는 웅덩이임에도 불구하고 펜스도 없다.
▲ 하수관거 정비공사 현장 바로 아래가 3미터가 넘는 웅덩이임에도 불구하고 펜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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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펜스가 개방된 곳에서는 사진과 같이 깊은 웅덩이가 파여 있다.
▲ 하수관거 정비공사 현장 위 사진의 펜스가 개방된 곳에서는 사진과 같이 깊은 웅덩이가 파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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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등교 시간임에도 커다란 웅덩이 옆에 펜스조차 없고 지나는 아이들을 인도하는 관리자 또한 보이지 않는다. 웅덩이 양 옆의 H빔 구조물이 돌출되어 있으며 울퉁불퉁한 노면과 빔의 공간은 자칫 커다란 사고를 불러일으킬 만큼 위태롭기만 하다.
▲ 장항중앙초등학교 주변 아침 등교 시간임에도 커다란 웅덩이 옆에 펜스조차 없고 지나는 아이들을 인도하는 관리자 또한 보이지 않는다. 웅덩이 양 옆의 H빔 구조물이 돌출되어 있으며 울퉁불퉁한 노면과 빔의 공간은 자칫 커다란 사고를 불러일으킬 만큼 위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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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듯이 펜스가 쳐지지 않아 어른들도 충분히 출입이 가능한 지점의 바로 밑은 추락하면 생명을 앗아가기에 충분한 3미터가 넘는 깊은 웅덩이다. 하수관거 정비공사 현장이다. 한쪽 차선을 막고 진행 중인 공사현장이다 보니 자동차와 보행인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자칫 피하다 더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한 보행인이 커다란 기계를 매달고 움직이는 포크레인을 피해 당황하는 사진의 장면처럼 주민들은 공사현장의 위험에 노출된 채 극심한 불편과 위해를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방해 놓은 한쪽 차선마저 사진처럼 공사장비가 자재를 옮기는 등의 작업을 위해 자주 막히기 일쑤다.
▲ 하수관거 정비공사 현장 개방해 놓은 한쪽 차선마저 사진처럼 공사장비가 자재를 옮기는 등의 작업을 위해 자주 막히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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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등하교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맨홀 뚜껑이 열린 채 세모꼴 안전장구 몇 개만이 놓여 있다.
▲ 장항중앙초등학교 정문 앞 아이들이 등하교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맨홀 뚜껑이 열린 채 세모꼴 안전장구 몇 개만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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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학교 정문 앞 공사현장의 맨홀이다. 뚜껑이 열려 있고 작업자는 보이지 않은 채 세모꼴 안전 표지판만이 몇 개 놓여 있다.
▲ 장항중앙초등학교 정문 앞 위 사진의 학교 정문 앞 공사현장의 맨홀이다. 뚜껑이 열려 있고 작업자는 보이지 않은 채 세모꼴 안전 표지판만이 몇 개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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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해요소와 안전불감증에 노출된 현장은 장항읍 전체가 지뢰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도처에 산재해 있다. 위 사진은 장항읍내에 위치한 초등학교의 정문이다. 학교 앞 정문에 맨홀 뚜껑을 열어놓고도 겨우 세모꼴 안전표시 몇 개 세워놓은 것이 안전대책의 전부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모 통신회사가 작업을 위해서 열어놓은 것이란다.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시공업자의 편의에 의해 그대로 위험에 노출된 경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의 지적이 있고 나서야 부랴부랴 법석을 떠는 시공업자나 감독관청의 직무태만과 소홀은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장항읍 시가지는 그대로 쓰레기 야적장이다. 수많은 구덩이와 마구 파헤친 후 복구하지 않은 노면의 요철과 각종 공사기구가 아무데나 방치된 채 흉물스럽게 널브러져 있다. 차도고 인도가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을 찾기 어렵다. 폭발 위험이 있는 가스통 등이 차도에 세워져 있는가 하면, 하수관 등이 세모꼴 안전표시 두세 개에 의지해 도로에 방치되어있다. 공사 편의를 위해 한 지역에 집중된 현장으로 인해 돌아갈 길도 없다. 그나마 통행이 가능한 한쪽 차선마저 공사를 위해 진입한 덤프트럭, 자제를 옮기는 포크레인 등으로 장시간 막히기 일쑤다.

주민의 도로 접근성을 무시한 채 아예 양 차선을 막아 공사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뿐만 아니라 각종 쓰레기며 위험물들이 읍내 도로 주변 도처에 산재해 있다.
▲ 장항읍 시가지의 각종 쓰레기 더미와 위험물 주민의 도로 접근성을 무시한 채 아예 양 차선을 막아 공사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뿐만 아니라 각종 쓰레기며 위험물들이 읍내 도로 주변 도처에 산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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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구를 위한 공사인지 도무지 판단하기 어렵다. 주민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며 강행되는 공사 때문에 정비된 하수관을 쓰기도 전에 주민들이 쓰러져 누울 판이다. 그럼에도 공사현장의 책임자도, 감독관청의 실무자도 공사현장의 실상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변명뿐이다. 공사현장의 책임자인 윤 아무개는 안전이 무시된 공사현장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고 상투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채증된 자료를 보여주고 그 위험성을 묻는 기자에게 "하필이면 그날따라 마무리를 못해, 그날만 부주의하여 그런 결과다"라 답변한다.

담당관청인 서천군 맑은물 사업소의 담당자인 남아무개 역시 "공문도 보내고 수시로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한 두 군데 소홀한 점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기자에게는 참으로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마구 파헤친 공사현장의 폐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민들 대다수의 자동차 타이어에 몇 개씩의 공사용 못이 박힌 것은 예사라고 한 주민은 기자에게 자신의 자동차 타이어를 보여준다. 공사를 하면서 아무데나 버린 현장의 증거물들이다.

우회도로가 없을 정도로 한 지역의 거의 모든 도로에서 공사가 이루어 지고 있고, 터놓은 한쪽 도로마저 공사차량에 의해 막히기 일쑤다. 가스통 등 위험시설물들이 아무데다 방치되어 있다.
▲ 하수관거 정비공사 현장 우회도로가 없을 정도로 한 지역의 거의 모든 도로에서 공사가 이루어 지고 있고, 터놓은 한쪽 도로마저 공사차량에 의해 막히기 일쑤다. 가스통 등 위험시설물들이 아무데다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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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확인한 장항읍민들의 인내는 한계에 이르러 있었다. 아무리 장래의 편의를 위해서 시공 중인 공사라 해도 환경폐해와 주민의 안전이 무시된 채 불편과 고통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물며 생활인으로서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위협당하며 시행되는 공사를 장항읍민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고 허용한 적이 없다고 주민들의 대다수는 말한다. 단기간도 아닌 공사기간 내내 아무런 방진, 방음, 안전 대책도 없이 주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공사는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기자에게 찾아와 하소연을 하는 한 주민의 말이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에도 귓가에 생생하다. "제발 좀 세게 써주세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사람부터 살고 봐야지 대체 이게 사람 사는 동네입니까? 아이들은 물론이고 저까지도 밖에 나갈 수가 없어요. 여기저기 다 지뢰밭처럼 무섭기만 하고, 그렇다고 그 시끄런 소음과 먼지로 집에 있을 수도 없어요. 이러다가는 제가 정신을 놓을까 걱정이 됩니다. 잠도 잘 수 없습니다." 시공사와 감독관청 모두는 이 주민의 억눌린 절규를 새겨들어야만 할 것이다.


태그:#장항읍, #개발공사, #안전 위협, #생활권, #삼부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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