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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남편은 제가 해 주는 음식이라면 뭐든지, 무조건, 아주 맛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합니다. 하도 그렇게 말하니까 이건 맛있어서 맛있다는 건지, 맛이 없는데도 맛있다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때가 있기도 해서, 정말 맛있냐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언제나 엄지손가락을 세워서 단연 으뜸이라고 말하며 저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기도 한답니다.

 

가끔은 정말 냉장고 안에 요리할 만한 재료가 없는 날이 있기도 하지요. 그럴 땐 그저 있는 된장에 멸치 몇 개 띄워 넣고 고추 송송 썰어 넣고 마늘 찧어 넣는 등 그렇게 된장국을 설렁설렁 끓여냅니다. 그럴 때도 어김없이 하는 말, '어쩜, 당신은 그냥 설렁설렁 아무 거나 해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냐!'고 합니다.

 

그럼 저도 '정말 그런가, 내가 음식 솜씨가 좋은 것일까'하고 생각한답니다. 가끔 친정에 갈 때면 남편은 또 제 음식솜씨가 좋다고 자랑을 합니다. 그러면 친정엄마는 한술 더 떠서, '원래 음식솜씨가 좋다'며 설렁설렁 해도 잘 한다며 칭찬을 한답니다. 이렇게 제 음식솜씨 칭찬을 아낌없이 하는 남편이지만 원래 입이 여간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랍니다.

 

제가 하는 음식을 잘 먹는다는 것이 곧 모든 음식이 맛있다는 표현은 아니거든요. 어렸을 때, 남편만 학교공부 때문에 고향에 남고 식구들 모두 부산으로 이사와 있을 때, 큰 어머니 댁에서 몇 년 동안 있었다던 남편은 큰어머님이 해 주시는 음식에 까다롭게 굴어서 큰 어머님이 '부산에 빨리 가라'고도 했다고 할 정도랍니다.

 

이렇게 음식에 까다로웠던 남편은 제가 만들어주는 것은 뭐든지 '엄지'를 세워 맛있다고 한답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음식 까탈스러운 남자한테 밥 해주는 여자들 얼마나 속상한데요. 한대 쥐어박고 싶죠. 결혼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어떤 분이 남편이 음식에 꽤 까다롭다고 넌지시 일러주기도 했답니다.

 

시댁 식구들도 모두 남편이 꽤 까다롭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런 남편이지만 제 음식엔 반해 버렸으니 감사한 일이지요. 헤헤 은근슬쩍 제 자랑이 너무 심했나요? 사실, 오늘은 제 음식 솜씨 자랑을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남편이 만든 삼계탕의 결정판, 녹두삼계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늘 제 음식솜씨가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남편이지만 가끔, 남편이 해주는 별미는 웬만한 주부들 못지않게, 아니 훨씬 더 맛있게 하는 솜씨를 가지고 있답니다. 남편이 아주 가끔 해 주는 볶음밥이나 멸치볶음도 맛있지만,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우리 집 보양식을 책임지는 남편의 최고 요리, 삼계탕! 단연 으뜸이지요. 이제 삼계탕에도 도가 트였지 뭡니까.

 

 

언젠가 한번 우리 집 보양식으로 남편이 끓여주는 삼계탕을 한번 소개 한 적이 있지요. 이번엔 삼계탕의 결정판 '녹두 삼계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원래 사랑하면 보인다고 하지요? 남편이 삼계탕을 워낙에 좋아하다보니 가끔 삼계탕이 식탁에 올라오는데, 그땐 어김없이 남편작품이랍니다.

 

저는 삼계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삼계탕 해 먹자는 말을 잘 안하거든요. 남편은 삼계탕이 먹고 싶은 날엔 반드시 식탁 위에 삼계탕을 끓여 올립니다. 한 솥 가득 끓여놓고는 며칠이고 남편이 거의 다 먹는답니다. 한번 끓인 것보다 두 번 끓인 것이 맛있고, 세 번 끓인 것은 더 맛있다, 끓이면 끓일수록 더 맛있다나요? 정말 삼계탕을 좋아한답니다.

 

 

그런 남편이기에 가끔 어떻게 하면 삼계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꽤 많이 궁리한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저에게 녹두삼계탕을 끓여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녹두 삼계탕요?"하고 물었더니, 오래 전에 청송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녹두삼계탕을 처음 먹어봤다더군요. 그때 먹었던 삼계탕이 지금도 생각난다며 제게 녹두삼계탕을 끓여주겠노라고 했습니다.

 

저도 분명히 녹두삼계탕은 잘 먹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서 녹두를 사왔습니다. 녹두는 예전에 녹두죽 끓일 때나 보고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수삼과 밤, 대추, 찹쌀 등을 준비하고 마늘을 까고, 황기를 준비하고 녹두를 불려놓고 닭을 잘 씻어서 삼계탕을 시작합니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재료에 황기와 녹두가 더 들어간다는 것이 일반 삼계탕과 다른 점이랍니다. 압력솥에 닭을 넣고 재료들을 차근차근 넣은 다음, 적당량의 물을 붓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굵은 소금 한 스푼 정도를 넣습니다. 소금을 넣는 이유는 삼계탕이 끓으면서 닭에도 간이 배게 해서 다 끓여낸 다음에도 소금간이 따로 필요 없도록 하기 위함이랍니다.

 

이렇게 재료를 넣고 솥뚜껑을 닿고 가스불 위에 올린 다음 20분에서 30분 정도 끓입니다. 처음엔 센 불에 해서 중불로, 약한 불로 차츰 끓인 후, 불을 끈 다음 약 20분 정도 그대로 둡니다. 그러고 난 다음에 김을 빼고 잘 익은 녹두삼계탕을 적당히 덜어서 먹으면 됩니다. 솥뚜껑을 열면 녹두냄새가 고소하게 나서 아주 좋습니다. 삼계탕을 그다지 즐겨먹지 않는 저도 감탄하며 녹두삼계탕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답니다.

 

 

녹두삼계탕은 닭 누린내가 나지 않고 향긋한 녹두향이 배여 있어 입맛을 높여줍니다. 가끔 거제도 부모님 집에 갈 때면, 남편은 고생하시는 처가 부모님를 위해 고기를 몇 근 사고 꼭 삼계탕 재료를 갖고 가서 끓여드리곤 합니다. 지난 여름에 찾아갔을 땐 녹두삼계탕을 끓여드렸답니다.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원래 입이 짧은 막내 남동생도, 나처럼 삼계탕을 즐겨먹지 않는 엄마도, 아버지도 한 그릇 거뜬히 비우시며,

 

'요리솜씨가 참 좋네!'하시며 사위의 음식솜씨에 그만 반해버렸지 뭡니까? 삼계탕을 좋아하는 남편, 이젠 녹두삼계탕으로 나를 비롯해 장인, 장모도 감동 시켰으니, 삼계탕의 결정판이지요? 삼계탕의 결정판, 녹두 삼계탕, 이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 하산 하여라~하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우리집 보양식]응모글입니다.^^


태그:#녹두삼계탕, #녹두,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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