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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다들 순식간에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습니다. 어찌나 맛있던지. 이렇게 급하게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 음식은 여수 백야도 진막골의 용군이표 콩물국수입니다. 이곳 움막의 주인장(53·김용군) 이름을 따 일명 '용군이표 콩물국수'라고 부른답니다.

 

지난달 25일 백야도 진막골 움막에 지인들이 모였습니다. 나로호 발사의 역사적인 순간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차가 막힐 것을 우려해 일치감치 집을 나선 탓인지 모두들 오전에 목적지에 당도했습니다. 오전에 모인 것은 사실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친목도 다지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자며 주인장이 싸게 싸게 오라고 졸랐기 때문입니다.

 

지리멸과 옥수수 등으로 주전부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지리멸은 어부인 주인장이 바다에서 직접 잡아온 것입니다. 옥수수 또한 직접 재배한 것이고요.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들로 오전 시간이 채워지고 어느덧 점심 무렵이 되었습니다.

 

 

점심에는 이곳에서 직접 키운 콩을 이용해 콩물국수를 만든다고 합니다.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직접 농사를 지은 콩을 갈아 콩물국수를 해준다니 이 어찌 반갑고 기쁘지 않겠습니까.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건 당연지사죠. 백야도의 풍광 좋은 움막에서 갯바람 벗 삼아 시원한 진짜배기 콩물국수를 먹는 행복감은 그저 생각만으로도 우리 일행들을 기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바닷가 움막의 평상에 삥 둘러앉았습니다. 이리 올라와 앉으라며 서로들 자리를 양보하며 자리를 내놓습니다. 콩물국수는 국물이 걸쭉하고 시원함이 아주 그만입니다. 시쳇말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입니다. 취향에 따라 설탕을 타 먹는 것도 괜찮지만 콩물 본래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그냥 먹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콩물 그 특유의 구수함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답니다.

 

"설탕 타갖고 드세요."

"'용군이표 콩국수'예요.

"음~ 맛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는 걸."

"이리 와보씨요, 더 드릴게."

"용군이표라서 그런가 정말 맛있습니다."

 

 

진막골 움막 주인장의 이름을 불러대며 다들 맛있다고 대접 채 들고 콩물을 '후루룩~' 단숨에 들이킵니다. 그것 참 별밉니다. 얼음을 동동 띄운 콩물에 말아낸 콩물국수는 구수함이 아주 그만입니다.

 

콩 특유의 미각이 정말 죽입니다. 오롯한 참맛을 오랜만에 제대로 느껴봤습니다. 자연의 맛 시골밥상은 이렇게 특별했습니다. 이게 바로 사람 사는 즐거움이고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인장은 백야도의 색다른 바위와 바다풍경을 구경시켜준다며 어선으로 안내했습니다. 백호산 동쪽 어귀 솔고지의 거북바위와 포효하는 호랑이바위가 볼거립니다. 보는 이의 생각여하에 따라 갖가지 동물상으로 보이는 기암괴석들도 즐비합니다. 뱃전을 가르는 시원한 물살마저 아름다운 섬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콩물국수, #백야도, #나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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