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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강연에 나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현재 민주당은 두 전직 대통령을 계승하는 데만 몰두해 있다"고 비판했다.
 오랜만에 강연에 나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현재 민주당은 두 전직 대통령을 계승하는 데만 몰두해 있다"고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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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일 오후 1시 55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민주화>, <어떤 민주주의인가>의 저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민주당 등 진보개혁진영 일각에서 일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계승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최 교수는 1일 진보개혁입법연대 초청 강연에서 "민주당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면 전통의 계승, 큰 리더십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는 많이 얘기하는데 앞선 정부의 잘잘못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앞으로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선호할 대안 만들기는 별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도 "현재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방안 만들기에 급급"하다고 서술했다.

"진보개혁진영의 막무가내 공격이 MB정부 강화시켜"

최 교수는 "(민주당이) 앞 지도자를 승계하는 데 경쟁하고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향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며 "민주정치는 책임정치가 핵심이기 때문에 (지난 10년간의) 민주정부가 뭘 잘 했고, 뭘 잘못했는지 객관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최 교수는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패러독스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진보개혁진영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강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두 전직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세가 회복되고 있다"며 "(진보개혁진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를 향한 혹독한 비판은 촛불시위로부터 시작됐는데 (이런 것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에게 반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깨닫게 해서 이명박 정부가 좋은 방향으로 가는 데 자극이 될 수 있다"며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강해서 잘 하는 게 아니라 막무가내 공격의 결과로서 강해지는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촛불시위, 두 전직 대통령 사망 등 큰 정치적 사건들이 생긴 과정에서 지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를 성찰하지 못하고 이명박 정부 비판만이 강해지는 경향이 일어났다"며 "이후 정치경쟁을 주도한 담론은 민주 대 반민주라는 이분법적 구도였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이런 구도로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게 되면서 반MB연합정치=민주대연합=민주통합론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를 온힘으로 비판하는 것이 진보의 내용인 것처럼 이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민주대연합론을 "억압적 담론"이라고 규정한 뒤 "현 보수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은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러한 대동단결론은 이해관계를 억압하기 쉽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했다.

"보수우위 양당체제 뚜렷해지고 있어"

또한 최 교수는 "(MB 비판이) 민주주의를 권위주의화하는 양상을 드러내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 진보파가 스스로의 문제를 성찰하고 논의하는 걸 놓치게 된다"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명박 정부를 온힘으로 공격한 결과 이명박 정부가 약화되었나?"

최 교수는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강화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를 악으로 규정하면 이명박 정부가 조금만 잘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높이 평가하는 심리적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 교수는 정책의 측면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정책레짐(policy regime)"으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상층이익을 대표하고 반노동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며 "(김대중·노무현) 등 앞선 정부가 깔아놓은 (신자유주의적 정책) 레일 위에 이명박 정부의 정책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지난 87년 이후 20여 년 동안 한국의 정당체제가 "뚜렷한 양당체제적 경향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미국과 달리 "보수우위적 양당체제"로 가고 있다는 점에 그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보수우위적 양당체제가 진보개혁세력의 정치적 진로에 많은 제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명박-한나라당 정부는 지난 10년간 진보개혁세력의 민주정부가 실패한 결과로 등장했다"며 "지금 이명박 정부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긴 하지만 앞 시기에 진보개혁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 변화를 향한 열망 때문에 진보개혁정부가 기대를 받았지만 계속적인 실망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진보파가 (집권해) 정부를 운영했을 때 대안이 못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팽배해졌다"며 "정부운영의 미숙, 무능력이 보수정부의 등장을 불렀다"고 거듭 지적했다.

최 교수는 "진보의 대안이 존재하지 않으면 반드시 보수화 경향이 나타난다"며 "(그런 점에서) 보수우위 양당체제는 진보개혁세력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행보 한 걸 두고 '말과 행동이 다르다'라고 얘기하는데,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로 고착될 것이라는 것은 선입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좀더 좌로 이동해야"

또한 최 교수는 "노동을 중심으로 한 생활세계의 문제가 정치의 중심이슈가 안되는 것이 한국정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며 "시민권의 개념 속에 노동의 문제가 들어와야 정치변화나 정당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진보개혁세력의 진로와 관련 "제1야당인 민주당이 좀더 좌로 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차이를 갖는 대안정당들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보수정당체제에 실망한 시민들이 야당 지지로 되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차이를 대표하는 정치조직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뒤, "여러 당으로 구성된 야당블럭을 형성해 여기서 진보개혁세력의 역할이 커지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최 교수가 미국의 양당체제를 대체로 긍정하면서 "미국 정도의 민주-공화 중심 양당 체제 정도의 내용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 점이 눈길을 끈다.

최 교수는 "유럽의 정당과 달리 미국은 계급정당으로 출발하지 않았지만 지난 1930년대 '뉴딜연합'을 통해 민주당이 노동자 이익을 대표하는 정당이 됐다"며 "(지금까지) 노동자가 중요한 당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은 87년과 지난 10년간의 민주파 정부를 통해 노동자 이익이 대표될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 우위의 양당체제 경향이 짙어졌다"며 "노동자와 서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당이 제1당이 되기에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유럽의 정당체제를 한국에서 하기에는 현실적 제약과 역사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 교수는 "▲ 노동있는 민주주의 ▲ 경제관료 중심 정책운영의 변화 ▲ 재벌중심 성장정책의 변화 등을 담지 않는다면 정책개발이라는 것은 권위주의적 온정주의를 지속하는 것 이상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오바마 정부의 등장과 54년 자민당 체제를 무너뜨린 하토야마 체제의 출범이 진보개혁세력에게 "좋은 외부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노당, 지나치게 많이 민족문제에 개입하고 있어"

한편 최 교수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민노당은 지나치게 많이 민족문제에 개입하고 있다"며 "민노당은 노동자, 서민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최 교수는 "민족문제나 평화문제는 이데올로기 문제로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반통일수구세력이라고 하는데 실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전쟁을 치를 정책을 추구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오바마 등장 등 국제정치 환경 속에서 햇볕정책의 레일 위로 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거기에 목숨을 거는 것이 많은 변화를 가져올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조중동보다 약하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최장집 교수에게 "이명박 정부는 어떤 정부냐?"며 성격 규정을 요청했다.

이에 최 교수는 "인상적 비평"임을 전제로 "한나라당만 해도 많이 변했다"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와는 다른 정당이 됐다"고 답변을 시작했다.

최 교수는 "한나라당의 지지층이 누구냐는 경험적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한나라당이 보수세력을 다 대표하지는 않는다"면서 "오히려 조중동이 한나라당 이상의 정당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중동이) 원외 정당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조중동보다 약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의원이 "이명박 정부는 현재 파쇼정권을 지향하고 있고, 반민주독재정권으로 들어선 것 아니냐?"고 묻자,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를 권위주의정부나 파쇼정부로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최 교수는 "지금 체제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거 등 기본적인 민주주의 제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라고 본다"고 말했다.



태그:#최장집, #진보개혁입법연대, #민주대연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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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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