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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와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 대응모임은 31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대영빌딩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 혐의자 등의 우편물과 인터넷, 휴대전화 사용내역 등을 무분별하게 감청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국가정보원이 '패킷 감청'(Deep Packet Inspection)기술을 사용해 이메일 내용은 물론 웹서핑 내용과 메신저 대화 내용, 내려받기 한 파일, 음악 감상 등 감청 대상자의 모든 인터넷 이용 내용을 엿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감청 대상자뿐만 아니라 같은 인터넷 회선을 사용하는 직장 동료, 가족들의 인터넷 내용도 무분별하게 수집되고 있어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패킷이란 통신, 네트워크상에서 한 번에 전송하는 정보의 단위를 뜻한다.

 

이용자가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인터넷 사업자의 네트워크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KT나 하나로 텔레콤 같은 인터넷회선 사업자의 네트워크로 전송되는 모든 패킷을 수집해 인터넷 이용 내역을 가상적으로 감청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검찰이 MBD PD수첩 제작진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행해졌던 이메일 조사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검찰이 PD수첩 작가 김아무개씨의 이메일 내용 수사는 이메일 사업자의 협조를 얻어 김씨의 이메일을 전달받는(포워딩) 방식으로, 국내 이메일 사업자의 협조가 있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패킷 감청은 국내 사이트와 해외 사이트를 가리지 않고 이용자가 사용하는 모든 인터넷 내용을 감청할 수 있다고 국정원 대응모임은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곽동기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의 내사를 받는 과정에서 두달 동안 집과 사무실의 컴퓨터가 접속하는 모든 IP주소와 접속내용, 사용하는 핸드폰의 모든 통화 기록, 문화 송수신 내역을 도감청 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검찰이 지난 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통신제한조치 및 대화녹음청취허가서'를 보면 "대상 인터넷 회선을 회선 제공사업자 교환기에서 전용회선으로 구성, 기계장치 사용 지득 채록 및 집행위탁 의뢰"한다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곽씨는 또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10만여 쪽에 달하는 증거자료를 제출했지만, 그 대부분은 이미 공개된 글들과 사무실에 있던 서적들이었다"며 "국정원의 패킷 감청으로 제출된 증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장여경 활동가는 "패킷 감청은 인터넷을 통한 일상생활 모두를 감청하면서 혐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내용까지 모조리 노출할 수 있다"며 "특히 같은 회선을 사용하는 직장 동료나 가족들도 아무런 범죄 혐의 없이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모든 감청 기록을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사후 검증을 받도록 하는 일본과 달리 감청 집행을 정보기관의 처분에 맡기고 있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한계 때문에 국정원의 감청 행위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국정원 자신 밖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1항에 따르면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감청을 허가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국정원 대응모임은 "곽씨의 사례에서 보듯 국정원의 감청이 과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태그:#국정원, #패킷 감청, #통신비밀보호법, #국가보안법, #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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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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