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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큐(IQ)를 높이려고 대개 조기교육을 하잖아요. 우리에게 태교는 어떤 것일까,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강물이 아빠 김형우 님)
 
"배우자 선택 기준을 생각했어요. 먼저 건강해야 하고요. 배우자의 가치관, 어떤 삶을 살려고 하는지가 중요해요. 어떤 현실에서도 현실에 체념하지 않고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나무 엄마 안해숙 님)
 
"스승의 가르침보다 엄마 뱃속에서 열 달, 그것보다 아버지가 '하루' 기르는 게 낫다고 하더군요. 임신 전부터 남편된 몸가짐을 잘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이에게 미안해요."(시원이 아빠 강재관 님)
 
"성실하게 생활하는 게 태교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무럭이 엄마 신명심 님)

<태교신기>를 읽고 나눈 소감이다.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쉬이 연상되는 이 책은, 조선시대를 살았던 사주당 이씨가 쓴 태교 책이다. 이씨는, 아이는 '아버지가 낳고 어머니가 기른다'고 말할 정도로 남편의 마음과 몸가짐을 중히 여겼다. 1800년대 쓴 책에 아버지가 태교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쓰다니, 참으로 인식이 앞섰다. 

인수동 주민 가운데 임신한 가정들이 뭉쳤다. 이름하여 '함께마중'. 엄마 자궁에 있는 아기들을 아빠와 함께 맞이하려고 한다. 같은 처지에 있는 가정이 머리를 맞대면 더 정성스럽게 출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2주마다 각 가정으로 모임 장소를 바꿔가며 만난다. 먼저 기체조로 몸을 풀고 <태교신기>를 읽은 소감을 나눴다. 
 
200년 전 태교 책이 우리보다 진보했다
 


7월 8일, 김형우·정연경씨 집이다. 나는 조산원에서 받은 임산부 기체조 시디(CD)를 보고 사전에 동작을 연습했다. 기체조를 인도하며 간단하게 몸을 푼다. 기체조는 허리와 골반뼈를 유연하게 해서 출산에 유리하도록 돕는다. 출산 진통까지 낮춰준다. 아기에게 충분한 산소를 제공하니 기체조만큼 산모에게 부담 없고 유익한 운동도 드물다. 

'함께마중'은 현재 네 가정이 참여한다. 정연경·김형우씨 아기 '강물'(태명)이는 7월 말을 기준으로 20주차다. 첫째 자연이는 남편 형우씨가 키웠다. 강물이도 그가 키우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연경씨가 육아 휴직해서 키우겠다고 합의했단다. 형우씨는 아내를 예고 없이 기다리게 할 때나 직장 일에 과도하게 욕심낼 때 아내가 힘들어 했다며 절제해야 할 남편의 도리를 말했다. 임신한 아내에게 스트레스는 금물이다. 

임산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공통된 것은 '먹는 일'이다. 해숙씨는 "배고프면 일단 먹어야 산다"고 말하자 여성들은 공감하듯 깔깔 웃는다. "태교신기를 보니 지나친 것을 삼가라고 해요. 엄마의 절제가 아이 행실로 가는데, 나는 절제와 동시에 스트레스가 쌓였어요." 먹는 것을 절제하는 게 스트레스가 되더라는 것이다. "아직 엄마가 되는 수련이 부족한 탓인가봐요." 그도 쑥스러운지 피식 웃는다. 그는 나와 함께 사는 친구(아내)다. 아내는 기초대사량이 많다. 연애할 때부터 허기만은 즉각 채워야 했다. 배고프면 아내는 가면을 쓴 것처럼 변했다. 해숙씨는 "임신한 아내가 밖에서 군것질을 하지 않도록 남편이 간식을 잘 챙겨줘야 한다"고 나에게 일침을 가하며 말을 맺었다.

<태교신기>에 이런 말이 있다. 

"태어난 후 10년보다 엄마 뱃속 10달이 중요하고, 엄마 뱃속 생활 10달보다 수태시 아비 된 자의 몸가짐이 더 중요하다."

남편들 "더 잘하지 못해 미안"

잉태 전에 남편이 태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자는, 난자와 달리 3개월 전에 만들어진다. 술이나 담배를 했다면 최소한 3달 전에는 끊어야 건강한 정자가 생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생명이 깃들기 전에 남편이 지녀야 할 삶의 태도다. 강재관씨는 "시원이를 잉태했을 때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이후 잘 키우면 근성 있는 아이가 되리라 믿는다"며 당찬 의지를 보였다. 걸레질하며 청소하는 삶을 즐기고 있다며 걸쭉하게 너스레를 떨었다. 
 


시형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 귀농에 정신이 쏠려서 무럭이와 아내 명심씨에게 소홀할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재능이 부족한 것은 어머니의 허물, 지각이 부족한 것은 아버지의 허물이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어요. 화를 내면 두려움과 근심이 쌓인다는데, 아이를 생각하지 못하고 가끔 화를 낼 때가 있어요. 책을 읽자니 뜨끔하더군요. 반성했어요."

시형씨는 귀농을 준비해서일까, 아내가 가려야 할 음식이 보인단다. 귀농 준비가 무럭이에게 준 선물 같다.

최고의 태교는 '소통'

나는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부 사이 정서적인 대화가 중요합니다. '아버지가 낳고 어머니가 기른다'는 부분이 특이했어요.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밤마다 아내 배를 마사지하면서 아이와 대화합니다. 그 시간이 참 좋아요. 감수성이 풍성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마을에서 함께하는 이웃과 교감하는 계기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사주당 이씨가 "태교를 할 때 부부가 예로써 대하고, 살갑게 대화하며 지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아이와 가족의 행복은 제대로 된 소통에서 비롯된다. 소통은 잘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다. 소통 기술을 갈고 닦아야 한다. 서로를 느끼며 대화하는 능력을 애면글면 배우는 '함께마중'을 기대해도 좋겠다.
 
7월 31일 모임에서는 태아의 성장 과정을 담은 다큐를 보았다. 생명의 탄생과 성장은 신비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토록 놀라운 사건을 거치며 만난 아가들이 세상에서 바르게 자라도록 지켜주는 일은 우리 부모가 누리는 축복이고 의무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아름다운마을신문'에 실렸습니다. 생명평화연대 마을신문 게시판(http://welife.org/zbxe/pdf)으로 오면 pdf 형식으로 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태그:#태교, #아름다운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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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군포시 대야미. 사람, 도시, 농도 교류, 사회창안에 관심이 많습니다. 겨리와 보리를 키우며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농학교에 다니며 자급/자립하는 삶을 궁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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