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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터넷뉴스 바이러스>라는 '청소년 언론'의 소속 기자다. 지옥같은 고3 생활을 마치자마자 나는 그 동안 '학교와 사회의 억압'으로 인해 억눌렸던 나의 '활동욕구'를 풀기위해 여기저기 방방곡곡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자 마자 접한 '역사'는 내게 '한국의 부조리한 구조'를 실감케 했고, 그것은 '미친 한국 교육현실'이 기름을 부어 더욱더 견고해진다는 분명한 '내 철학'을 형성케 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현실을 교육과 연계해 비판하고 길게는 바꿔보고 싶었다. 그래야 실효성이 있을거 같았다. 교육이 그대로이면 비겁한 한국사회도 그대로 일거라는 '원칙'을 가지고 활동했다.

 

그러다가 어떤 청소년 단체를 접하게 되고, 그곳을 발판으로 바이러스 편집장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나의 철학에 동감한 편집장님은 나에게 '광주'를 맡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바이러스 광주지부장을 맡고, 청소년언론 기자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광주지부 모임 운영이 난항을 겪었다. 그래서 난 어떻게든 그것을 해결해보려고 '발버둥'쳐봤지만 오히려 더 큰 딜레마에 빠질뿐,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25일,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기획한 '적성관련 취재'를 위해 일찍 일어나 인근 대학교에서 실태조사를 했어야 했지만, 전날 밤을 새 가지 못했다. 대신 오후에 잡힌 청소년 인권포럼에 가기로 맘을 먹었다. 청소년 인권포럼은 '학벌없는 사회 광주모임'이 주최가 되어 매달 청소년 관련 주제를 선정해 소통하는 포럼 이다. 이번달 주제는 '청소년 언론주권'이다. 내가 정말 관심있는 '언론'과 '청소년'이 주제라면 내가 빠질 이유가 없었다.

 

학교내에서 '언론과 언론활동'은 필요하다.

 

포럼은 발제자들이 주제관련 발제를 하고, 뒤 이어 패널들이 자유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루한 일방적 발제가 끝나고 '자유토론'시간이 되자, 사람들도 활기를 찾으며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사실상 '언론주권'이라는 말은 청소년 뿐만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가질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인간이 어떤것을 표현할 자유,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받아들이고 전달할 수 있는 자유, 이 모든것이 어쩌면 '언론활동'에 속하고, 헌법에서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현실이 집약되어 있는 '학교'에서는 '언론활동'이란건 도저히 어렵다는 것이다. 오직 '대학'이라는 기성세대에 의해 세뇌된 목표만 있을뿐 그 외의 것은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다. 그래서 '학생 인권침해'는 당연히 빈번하게 발생할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바람직한 '언론에대한 사고'나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러나 사회 어느곳에서나 잘못에대한 '고발과 책임'을 위해 언론이 필수인것 처럼, '학교현장'에서 또한 '언론'과 '언론활동' 이 필요하다. 오직 '대학입시'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보니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 사례는 비일비재 하고, 교직자의 모든 인권침해 행위는 '정당화'되기 때문에 그 책임을 따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포럼에 참가한 패널들은 모두 '이정도의 원칙'에는 기본적으로 일치된 의견을 가지고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학교내에서 '언론활동'이란 불가능하다.

 

그런데 학교내에서 '언론활동'이란 실로 '하늘에서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을 패널들은 너무나 잘알고 있다. 보통 학생이 자살을 하거나,구설수에 오르면 학교는 유별나게도 그것을 덮으려고 혼신을 다한다. 뭐 다알듯이 '학교 명예'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래서 올해는 유난히 '청소년 자살'이 언론에 많이 보도됬지만, 그것보다 확인되지 않은 자살건수는 훨씬 많을거라는 것을 나는 확신할수 있다. 학생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 손을 내밀지만 그 손도 뿌리치는것이 대한민국 교육과 사회이지만,학교는 개인의 '우울증'따위로 매도해 버리기 일수이다. 

 

그런데 이런것을 말하기도 사실 뭐하다. 학교에서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무시되는데 '언론활동' ,그런것은 '70년대 보릿고개시절 삼시세끼도 못먹을때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심정'과 유사하다. 맘대로 '교양서적'도 못 읽게하고,아침일찍 나오게 하고 밤늦게 끝내주면서 못자게한다. 교문을 들어서자 마자 '자기결정주도권'자체가 없어진다. 머리길다고 맞고,치마짧다고 맞는다. 그러나 그것은 학생들이 모두 '올바르지 못하기'때문에 혼나는건 당연하다고, '교사와 학생' 서로가 오해하기 때문에 문제시 되지 않는다.

그렇다 오직 대학! 대학! 대학가야하기 때문에 이모든것은 묵인되고 자행된다.

 

그래서 '학생인권'에 대해서 말하고, '학교의 제도나 여러가지가 잘못됬으니 고쳐달라는' 식의 일종의 '언론활동'은 애초에 꿈도 못꾸는 건 당연하다. 학교밖에서는 그렇게 '민주주의'를 외치는데 학교안에서는 그런건 없다. 그러므로 '언론'이란것도 없다.

 

학교밖에서 '청소년 언론활동'은 활기띠어...

 

 

'언급한 두가지 사실'때문에 학교내에서 '언론'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언론활동'은 모두 밖에서 이루어졌다. 미니홈피,블로그,메신저 등 각종 온라인활동이 청소년의 억압된 '언론 활동'의 숨통을 트여준다. 그러나 아직 이 단계에서는 학교의 부당한 처사를 고발하거나 올리는 단계에 까지는 미치지 못하는게 일반적이다. 그저 연예,문화 등 취미생활을 공유하거나 알리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청소년 언론들이 하나둘 생겼다. 청소년언론은 청소년 스스로가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는것을 인식하게 한다. 실제로 학교내의 인권침해 사례를 고발하고, 개선시키는데 까지 나아간다. 그러나 아직 학교내에서 대부분의 학생은 이런것을 인지하지 못한채 그저 '학교내의 모든 행위를 어쩔수 없는것'이라 합리화한다. 그래서 학교내에서의 '언론활동' 또한 중요하다는 주장과 그렇게 해야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학교내에서도 상투적인 '학급회의'를 실질적인 '대화와 소통'의 자리로 개선하고, 학생이 '불평 불만'을 터놓고 학교에 전달해줄수 있는 학교 방송국이나 교지형식의 작은 교내신문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하는 한 교사 패널의 말에 정말 공감한다. 그러나 패널중 누가 그것에 공감하지 않겠나? 교사인 패널분들은 한결같이 학교내에서의 '언론활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나는 " '대학가기'외에는 모든것이 사실상 부정되는 학교에서 그런건 불가능해요!"라고 반박하며, 다른 길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생각해보자. 삼성이 만든 중앙일보가 과연 '언론본연의 임무'가 가능할까? 그건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언론소유구조'가 중요하고, '미디어법'이 중요한건데, 학교내에 언론이 존재한다면 학생이 그것을 실질적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탄압받고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식으로 나는 설명했다. 그래서 학교밖에서의 '청소년언론활동'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나를 반성하게한 청소년 패널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우리의 어른들의 토론을 한참동안 지켜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고생 한명은 정말 많은걸 생각하게 해줬다.

 

"제가 얼마전 생각한게 있는데요. '20대 개새끼론'이란거 예요. 그게 어떤 대학교수가 요즘의 대학생들은 전혀 생각이 없고, 무식하다는거예요. '자기먹고 살기'에 바뻐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심지어는 희망이 없다는 말까지 했어요. 근데 저는 그 교수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누가 20대 청년들을 이렇게 만들었는데요.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내자식주의로 일관하면서 이기주의를 부추겼으면서....한마디로 이렇게 사회를 만들어 놓고선 우리가 이렇게 살수밖에 없게 해놓구선 우리를 욕하는건 '누워서 침뱉기'나 마찬가지죠."

 

사실 맞다. 대학을 가려는 이유도 조금이라도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다. 기성세대가 그렇게 사회보다는 개인적인 삶에만 이기적으로 신경쓸수 밖에 없게 해놓고, 학벌사회를 조장해놓구선 젊은 사람들이 생각이 없다고 뭐라한다. 얼마전 오마이뉴스에서도 20대가 보수화 됬다는 기사가 메인에 실렸다. 그러나 청소년들과 20대들은 모두 세상을 보는 나름대로의 시각이 있고,역사적으로도 학생들이 항상 불의에 맞서왔고 작년 촛불집회때도 가장 먼저 나온건 '청소년'이었다. 청소년은 기성세대처럼 이해관계를 재지 않고, 그냥 '무언가가 잘못됬다.'고 느끼면 바로 행동할수 있다. 물론 이게 무조건 옳다는건 아니지만, 옳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이 정부 들어와 국제중이니 자사고,특목고니 하면서 '입시위주 경쟁 교육'은 더욱 가속화 되었다. 나중에는 국제초등학교를 만들어 유치원생까지 '입시지옥'으로 몰아넣을 기세다. 그만큼 이런 교육을 받는 대상이 날로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와 잘못된것에 대한 비판의식,언론활동' 이런것을 학교나 가정에서 가르칠일이 전혀 없을것이다. 그러나 포럼에 참여한 여학생은 청소년들도 내재된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제가 얼마전에 ucc를 만들어 올려서 그게 방송에도 타고 그랬거든요. 저는 요즘 청소년들이 이런식으로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낸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어떤세대 보다도 더 잘할수 있기도 하구요. 이런게 다 '언론활동'아니예요? 근데 저는 연예인이나 이런거에 관심이 없고, 고1때 보게된 신문으로 인해 시사나 이런것에 관심이 많아졌거든요. 근데 제 친구들은 아예 관심없는 애들이 대부분인게 사실이에요. 물론 저 포함해서 그렇게 공부를 잘하지도 않지만요. 근데 공부 잘하는 애들도 '시사'이런거에 관심 없어요. 그래도 나처럼 신문을 접할수 있었던 그런 환경만 있다면, 충분히 청소년들도 의식있게 살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더이상 어른들이 청소년이 미숙하다거나 그런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구요. 특히, 학교에서 신문본다고, 참고서가 아닌 다른 책 본다고 강제로 뺏거나 그러지도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무슨 주말에 자습안하고, 다른 활동한다고 했을때, 무슨 '빨갱이'라며, '학생이 학생답게'라는 식으로 우리를 매도하지 말았으면 해요.

 

청소년과 함께 이끌어나가야

 

사실 나도 학창시절 선생님께 '학생답게 처신하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리고 지금 '청소년의 언론주권' 을 논의하려면 자연스레 '교육현실'을 같이 얘기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런 교육'에서는 '언론활동'뿐만 아니라 모든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특히 이점에 신경쓰되, 교육여건 개선과 동시에 가야한다는 논리를 덧붙였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청소년들이 있는 현장으로 자주 찾아가지 않고 매번 집에서 기사쓰고, 내공부만 하면서 '교육탓'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 어쩌면 광주지부장으로서 모임을 잘못이끈것도 '입시위주교육'에 젖어있는 청소년들이 재밌게 활동할수 있게 하기보다는 또 '기자교육'한답시고, 지루하게 한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발적으로 지원했던 애들이 왜 나오지 않을까' 하며 고민하지 않고, 그저 얘들이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오류에만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혼자 했다. 내가 다 준비하고 거기에 청소년 기자들에게 따라오라는 식으로 했던거 같다. 내가 이끄는 청소년 언론 모임에서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활동할수 없게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 여학생에게 말하며, 동시에 고백했다.

 

오늘 사실 선생님분들과 청소년 이야기를 들어보며,저 개인적으로도 많은 반성을 합니다. 앞으로 청소년이 있는 학교나 그곳으로 전화가 오기전에 먼저 찾아가 물어보고, 또 저희 바이러스를 알려야 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모든 문제에 대해서 청소년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일을 추진해야 겠습니다. 여기 있는 선생님들도 우리 청소년들이 이렇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더 격려해주시고 학교에서도 '언론활동'에 대해서도 자주 짚어주시구요. 사실 우리 서로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될거 같습니다. 그리고 모두 끝나고 연락처 좀 남겨주세요. 앞으로도 무슨일 있으면 바로 소통하고 그러게요.

 

어찌보면 청소년은 당연히 모를수밖에 없었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굴레가 그럴수밖에 없게했다. 가끔 무언가 해보려는 청소년들도 어떻게 해야할줄 그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난 그런걸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나 혼자서 모임을 이끌어 나가려 했다. 청소년이 기자로서 활동하려면 많이 어렵고 그럴텐데, 난 너무 내 기준에만 초점을 맞혀놓은거 같았다.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기 보다는, 집에서 컴퓨터를 하기 마련이었다. 내가 추진하는 일에는 항상 내생각만 담겨있었지 청소년 기자들의 생각은 담겨 있지 않았다. 난 맨날 민주주의를 말하면서,정작 우리 모임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았구나. 이제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할수 있게 많이 도와주고 이끌어줘야겠다. 이제는 이렇게 잘 깨달았으니 다시 잘해봐야 겠다고 또 한번 다짐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언론의식을 높히고, 교육현장을 발로뛰며 노력하겠습니다. 1318virus.net


태그:#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청소년언론주권, #자기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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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에서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고, 그 이후로는 광주로 내려와서 독립 언론 <평범한미디어>를 창간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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