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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진중권교수 재임용거부에 항의하며 총장실에 빨간 딱지를 붙이고 있다.
▲ 총장님 레드카드 받으세요 학생들이 진중권교수 재임용거부에 항의하며 총장실에 빨간 딱지를 붙이고 있다.
ⓒ 성스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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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독어독문학과 진중권 겸임교수 해임을 둘러싼 논란이 꺼질 줄 모른다.

중앙대학교 당국이 진중권 교수 해임반대 시위를 벌인 학생들 징계를 철회하라는 요구에 대해 '총장실에 빨간딱지를 부착한 시위방식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어, 학생들과 학교 당국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진 교수 해임이 알려진 14일 이후 학생들은 기자회견, 사이버시위 등을 통해 해임 반대 운동을 펼쳤다. 17일엔 총장실에 들어가 빨간색 색종이를 붙이고 나왔는데, 이에 대해 학교측이 징계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징계대상은 총학생회장, 독어독문과 학생 4명, 대학원생 2명 등 총 7명

24일 기자회견을 연 '진중권 교수 재임용 불가 규탄과 학생 징계시도 철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조영금 학생지원처장과 면담한 결과를 설명하고, "학생지원처장은 당시 총장실에 무단침입한 것도 문제이지만 총장실 내부에 부착한 불법 게시물인 빨간딱지(레드카드)가 박범훈 총장을 매우 언짢게 만들어 징계 철회는 사실상 어렵다고 실토했다"면서 "학생들이 잘못된 시위방식과 문화를 사과한다면 징계수위를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학생지원처장은 학교측 허가를 받지 않은 모든 게시물은 불법에 속하며, 그 징계에 대한 문제는 학교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면서 앞으로 학생들의 잘못된 시위문화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도 징계를 철회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면서 "이번에 징계 대상은 총장실에 무단 침입한 학생들 전체가 아니라 빨간딱지 부착에 참여한 대학원생 2명, 독어독문학과 학생 4명, 그리고 총학생회장 등 7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당초에 무단침입을 문제 삼다가 총장실로 들어간 30여 명을 모두 징계하기가 어려운 탓인지 빨간딱지를 들먹이며 7명에 대해서만 징계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학교 당국은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면서도, 무단침입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고 비난했다.

학교 측 "징계 전제한 조사는 아니다... 총장실해 경고카드 붙인 건 심각한 문제"

조영금 학생지원처장은 24일 전화통화에서 "학생들이 2년 전에도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은 교수를 해임하라며 부총장실 등을 점거하고 빨간딱지로 도배한 적이 있는데, 이번 사건에 대해선 학교측이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과거 시위 사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사안도 결국 학생들보다는 해당 교수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 "이번 사안은 일부 학생들이 군중심리에 의해 빨간딱지를 총장실에 부착하는 지나친 행동을 보인 데서 비롯됐다"고 답했다.

"총장께서 이 문제로 인해 매우 화가 났다고 들었는데,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조 처장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과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정상 참작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학생들과 다시 한 번 면담을 하기로 했으니 지켜봐 달라"고 얘기했다. 또한 "징계를 전제로 교육적인 차원을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 조 처장은 "이번 조사가 징계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적어도 그런 시위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학교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 처장은 "이번 총학생회는 어떠한 정치색을 띄지 않고 있다고 보는데, 혹시 학교 당국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 총학생회장은 전혀 정치적인 색깔이 없다. 그리고 학생들이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유연하고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시위과정에서 (총학생회장이)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진 교수 해임을 둘러싼) 정치적인 해석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조 처장은 지난 21일 중앙대 공식커뮤니티에서 "이번 사건과 같이 일부 소수의 어긋난 행위로 인한 피해가 다수의 구성원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대학본부는 학칙을 엄격히 적용해 대처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한 부분은 텅 빈 총장 집무실을 무단으로 출입해 경고카드를 부착한 시위방식"이라며 "의도하는 바가 무엇이든지, 이런 극단적인 시위방식은 학생 본분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행위로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본 사건의 마지막 시위방식(빨간딱지 부착)은 본교의 학칙 제71조, 제92조 및 '학생상벌에 관한 시행세칙' 제5조에 근거해 명백한 징계사유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판단해, 학생지원처 내에 진상조사팀을 즉각 설치하고 가담자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조사 범위는 앞서 밝힌 시위 가담자에 국한하며, 징계 수위와 구체적인 내용은 학칙에 따라 구성될 징계위원회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 "빨간 딱지 붙이고 나온 게 그렇게 문제냐"

24일 이지열 총학생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교직원의 사전동의를 얻어 학생들을 이끌고 총장실로 진입한 것이 무단침입이나 극단적인 시위가 아니"라면서 학생들을 주도한 자신을 처벌하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17일 당일, 기자회견 후 학생들은 총학생회장을 따라 본관 2층 로비로 진입했으며, 로비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총장실 입구에서 박범훈 총장의 부재를 확인했다. 이 총학생회장은 마침 총장실을 나서던 교직원에게 총장실로 들어가도 되는지 문의한 뒤 동의를 받아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앞장서고 학생들과 취재진이 뒤따랐다는 것.

이 총학생회장은 자신들이 총장실로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때까지만 해도 교직원들이 제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총장실로 들어가서 총장 책상 위에 스티커와 성명서를 내려놓는 순간, '비어 있는 총장 집무실에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라며 뒤쫓아 온 교직원과 약간 언쟁이 있었다는 것. 이에 학생들은 항의 표시 스티커만 부착하고 스스로 퇴장했다는 것이 이 총학생회장의 주장이다.

당시 총학생회장과 함께 총장실로 들어갔던 중앙대생들은 "총장실 방문에 걸린 시간은 3분에 지나지 않았다. 무단침입에 해당하는지 물었고, 그렇다고 해서 나왔다"고 증언했다. 또한 "재작년만 해도 총장실과 부총장실을 점거하는 농성을 벌이고 학생들이 시위과정에서 총장실 집기를 청룡연못에 집어넣는 실력행사도 종종 했지만, 학생들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면서 "상식적으로 아무 내용도 적히지 않은 빨간딱지를 붙인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또 다른 학생은 "학생회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지만, 학교측이 이런 문제로 정말 징계한다면 중앙대 학생이 모두 참아서 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독어독문과의 한 학생은 중앙대의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세칙'을 들며. "어디에도 빨간딱지 부착을 근거로 징계를 내릴만한 규정이 없는데, 빨간딱지 10장 부착을 대체 몇 번 항에 근거해서 처벌할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확대 해석한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유사한 징계조항이 전혀 없지 않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중앙대 학생 진중권비대위 2차 기자회견
ⓒ CAUr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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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나로 인해 학생들 다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대위는 진 교수가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진 교수는 편지에서 "현재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저 때문에 학생들이 다치는 것입니다. 저로 인해 학생들이 다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희생을 토대로 중앙대학교에서 계속 강의를 맡을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저를 선생으로 안정해 준 마음이 감사하고 중요합니다. 그 외 나머지 사정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인생을 사는 이들이 만들어낸 삶의 번거로움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기성세대로서 이런 세상에 살게 해서 미안합니다. 언젠가 다시 만납시다"라는 생각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3일 중앙대 교수 시국선언을 주도했던 중앙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는 24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학 본부가 진중권 겸임교수에 대한 독어독문학과의 재임용 제청을 거부하고, 이에 항의해 총장실을 찾아간 학생들에 대한 징계방침을 발표하면서, 학내외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 본부의 이번 처사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대학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하며, 대학 본부가 전향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대학 본부가 이제라도 학내외 다수의 목소리를 수용하여 진중권 교수 해임사태를 현명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 겸임교수의 형식요건 때문에 재임용을 수용할 수 없다면 학생들의 수업권을 존중하여 초빙교수직을 제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표명을 억압하는 비민주적이고 반지성적인 징계 절차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징계위원회는 학생처장, 교무처장, 문과대학장, 경영대학장, 독어독문학과장 등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기자회견을 연 중앙대 학생 비대위는 총학생회, 문과대학생회, 정경대학생회, 경영대학생회, 의대학생회, 독문과학생회, 23대총여학생회비상대책위, 동아리연합회, 대학생다함께중앙대모임, 진보신당을지지하는중앙대학교학생모임, 중앙대학생행진 반독재투쟁위원회 등 12개 학내 학생 자치기구와 모임을 망라하고 있다.

중앙대 학칙 '학생 상벌에 관한 시행세칙'
제5조(징계의 대상) 학생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할 때에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징계할 수 있다.
1. 학생신분을 벗어난 행위를 하여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2. 수업을 방해하거나 학사행정에 지장을 초래한 자
3. 각종 제 증명서를 위조, 조작하거나 또는 그 행위를 방조한 자
4. 학교 건물에 무단 침입하거나 학교건물을 점거하는 행위를 한 자
5. 학교 재산을 허가 없이 사용하거나 외부에 무단 반출하는 행위를 한 자
6. 학내에서 절도, 폭력, 폭언을 행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는 등 품행이 불량한 자
7. 학내 통신망ㆍ데이터ㆍ소프트웨어 등을 정당한 권한 없이 사용하여 불법유출, 파괴, 변경함으로써 학생의 본분에 어긋난 행위를 한 자


태그:#중앙대, #진중권,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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