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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개의 붉은 고추 모양 탑이 인상적인  출렁다리 입구 풍경
 세 개의 붉은 고추 모양 탑이 인상적인 출렁다리 입구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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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천장호 출렁다리 구경 가시지 않을래요? 요즘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는데."
"참, 며칠 전에 준공한 출렁다리 경치가 그만이라던데 한번 가봅시다"
"그래,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지난 달 말에 개통했다고 했지? 여기까지 왔다가 그냥 갈 수 있나, 자, 갑시다."

셋째동서가 제안을 하자 큰 처제가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친다. 아내는 누가 반대라도 할까봐 아예 벌떡 일어선다. 칠갑산이 가까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어서 고향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보았다.

예정에 없이 찾아가게 된 천장호수 출렁다리

충남 청양군 목면에 있는 셋째 동서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일어나자 동서가 뜬금없이 천장호 출렁다리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런데 천장호 출렁다리라니, 내겐 금시초문이었다. 산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구절양장처럼 수많은 산줄기와 골짜기가 흐르는 칠갑산에 천장호라는 호수가 있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멋진 출렁다리 모습
 멋진 출렁다리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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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생겼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 출렁다리가 뭐 그리 대단하고 특별할 게 있겠는가마는 모두 좋다는데 같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침을 먹은 후 일행들과 함께 칠갑산 천장호를 향해 달렸다.

정산에서 천장호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칠갑산 휴게소가 있는 고개를 넘자 오른편으로 천장호가 내려다보인다. 주차장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오전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차량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곧장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형님! 여기가 바로 소금쟁이 고개였구먼유. 호수가 생기기 전에는 골짜기가 상당히 깊었는데 골짜기 길을 따라 걷다가 넘는 고개가 바로 이 소금쟁이 고개였지유."

인근 정산에서 나고 자란 바로 아랫동서가 출렁다리로 가는 길가의 움푹 들어간 곳을 가리키며 옛 추억을 더듬는다. 고개라고 가리킨 양쪽은 호숫물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골짜기가 모두 물에 잠겼지만 나지막한 고개였던 이곳은 조금 높은 지대여서 옛 모습이 아직 남아 있어 그 흔적을 쉽게 찾아낸 것이다.

호수에 끊긴 소금쟁이 고개의 전설

 옛 소금쟁이 고개
 옛 소금쟁이 고개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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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에는 옛날 전설도 전해오고 있었다. 이 고개는 옛날 골짜기 길을 따라 정산으로 오가던 소금장수가 소금지게를 세워놓고 쉬어가던 고개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봄날, 정산장을 보고 돌아가던 소금장수가 이 고개에서 쉬고 있을 때 갑자기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다.

고갯마루에서 팔고 남은 소금지게를 세워놓고 피곤한 몸을 쉬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에 놀란 소금장수는, 엉겁결에 지게를 받쳐 놓았던 작대기를 잡아채어 손에 들고 호랑이를 노려보았다. 그 순간 지게가 와장창 넘어지면서 시장에서 산 그릇 몇 개와 볏짚 가마니에 남아 있던 소금이 와르르 쏟아지고 말았다.

호랑이는 지게가 넘어지는 소리와 그릇들이 깨지는 소리, 그리고 하얀 소금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놀랐는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다가 달아나고 말았다. 소금장수는 호랑이가 사라지자 쏟아진 소금을 대충 수습하는데 바짓가랑이에서 누런 물이 흘러내리더라는 것이다.

소금장수는 호랑이에게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바지에 오줌을 싸고 말았던 것이다. 그날 밤 주막집에서 묵게 된 소금장수가 고갯마루에서 호랑이를 만난 이야기를 하자 주막집 사람들이 이 소문을 퍼뜨려 고개이름이 '소금쟁이 고개'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소금쟁이 고개를 지나 조금 걷자 출렁다리가 나타났다. 출렁다리는 중간 부분에 높다란 탑이 세워져 있고 그 탑을 중심으로 양쪽에 설치된 쇠줄이 다리를 지탱하는 현수교 형태였다. 그런데 중간의 탑 모양이 이채롭다. 세 개의 새빨간 고추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지역 특산물인 '청양고추'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칠갑산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된 출렁다리와 용과 호랑이 상

 무섭게 생긴 용 형상
 무섭게 생긴 용 형상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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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발 하나를 치켜든 호랑이 상
 앞발 하나를 치켜든 호랑이 상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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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출렁다리는 2007년 11월 26일부터 2009년 4월 3일까지 1년 5개월간의 공사 끝에 지난 7월 28일 준공된 다리다. 개통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다리였다. 이 다리는 길이 207미터, 폭 1,5미터로 국내에서는 호수 위에 놓인 출렁다리로는 가장 긴 다리이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일본의 오이타 현에 있는 307미터 길이의 고공 현수교에 이은 두 번째로 긴 출렁다리다.

일행들은 흔들흔들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며 매우 재미있어 한다. 그런데 다리 중간 쯤 갔을 때 앞서가던 노인들 몇이 어지럽다며 주저앉는다. 우리들 뒤를 따르던 젊은 학생들 몇이 다리를 심하게 흔들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흔들기를 멈추자 노인들이 일어나 다시 걷는다.

"참 재미있고 멋진 다리네, 그런데 저게 뭐야?
아이들처럼 깔깔거리며 다리를 건너 맞은편 산 밑에 이른 아내가 언덕 위의 험상궂게 생긴 구조물을 가리킨다. 언덕 위에는 두 개의 제법 커다란 구조물이 만들어져 있었다. 둘 다 천장호수와 출렁다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이었다.

"응, 저쪽 것은 '용'이고 이쪽 것은 '호랑이'네"
왼쪽 골짜기 쪽으로 조금 나가자 두 개의 구조물 형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처제의 말처럼 한쪽 것은 '용' 모양이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은 '호랑이' 모양이었다.

 출렁다리 옆면이 바라보이는 천장호 풍경
 출렁다리 옆면이 바라보이는 천장호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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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호랑이와 용이 이 천장호수와 출렁다리를 지키는 동물들인가 봐?"
"정말 그러네, 천장호수에 호랑이와 용이 살고 있었네. 호호호"

처제와 아내가 매우 재미있다는 듯 깔깔 거린다. 모처럼 친정 형제자매들이 함께한 여행이어서 부담 없이 즐거운가 보았다. 출렁다리 끝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었다. 호숫물에 그림자를 드리운 출렁다리와 나무, 산 그림자도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충청남도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에 있는 천장호수는, 수면 면적이 1200헥타르로 칠갑산 동쪽 한티에서 흐르는 개울을 막아, 7년간의 공사를 거쳐 1979년에 농업관개용 저수지로 축조된 인공호수다.

호수를 품에 안고 있는 칠갑산은 해발 561미터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방사형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 있다. 그래서 그만큼  골이 깊고 수많은 능선들이 겹겹이 이어지고 뻗어내려 아름다운 산이다. 골짜기마다 전설과 역사가 숨어 있고 풍광이 아름다워 옛날부터 청양의 진산으로 사랑받는 산이다.

풍광이 아름다워 시와 노래가 된 칠갑산과 천장호수

 아름다운 천장호 풍경
 아름다운 천장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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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호수는 골짜기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칠갑산자연휴양림에서 11킬로미터 떨어진 칠갑산 산등성이 아래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어서, 깨끗한 수면과 빼어난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청양명승 10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나희덕 시인의 시'천장호에서' 모두

나희덕 시인은 고즈넉하게 꽉 막힌 산 속에 숨어 있는 호수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지금은 녹음이 우거지고 땡볕이 내려쬐는 한 여름이어서 그렇지 추운 겨울이었다면 나 시인의 시 한수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을 것이다.

 고갯마루 휴게소에 세워져 있는 칠갑산 노래비
 고갯마루 휴게소에 세워져 있는 칠갑산 노래비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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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소리만, 어린가슴속을 태웠소.

몇 년 전 가수 주병선이 불러 인기를 끌었던 '칠갑산'으로 많이 알려진 이 산은 천장호수와 출렁다리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다시 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길에서는 연기군에서 왔다는 노인 단체 관광객들이 다리 가운데 몰려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노인들을 안내하는 중년 남성은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주차장에도 몇 대의 차량들이 들어와 주차할 자리를 찾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은 청양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천장호수까지 가는 버스가 운행 중이며,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천안 - 논산간 민자고속도로에서 서천으로 가는 고속도로로 달리다가 정산 나들목에서 빠져 나가면 천장호 안내판이 나타남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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