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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가 담의 틈새로 기어 오르고 있다. 옅은 갈색의 뱀과 진한갈색의 뱀이 한 곳에 두 마리씩 나타난다.
▲ 독사가 담의 틈새로 기어 오르고 있다. 옅은 갈색의 뱀과 진한갈색의 뱀이 한 곳에 두 마리씩 나타난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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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살아오는 동안 뱀과 몇 번이나 마주쳤나. 3번 아니면 5번. 도심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 횟수가 극히 적겠지만 산이나 들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은 좀 더 많을 것이다. 그래도 그 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늘 스무 마리가 넘는 뱀과 대면했다. 숫자를 세다가 뱀에게서 느끼지는 섬뜩함에 잊어버렸다. 일생동안 대면할 만큼 많은 뱀을 30여분도 안되는 시간에 만났다. 파충류 전시관이 아닌 야산의 조그만 숲길, 그리고 돌담위에서 낯익은 이웃과 마주치듯이 갑작스런 대면을 했다.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앉은 뱀, 허겁지겁 도망가는 뱀. 바위틈 사이로 들어가는 뱀. 아주 작은 화사. 독사 물뱀까지 알지만 더 자세한 이름을 모르는 것들도 있다. 어쩌면 돈 되는 종류도 있지 않았을까.

독사 바위틈새에서 머리를 쳐들고 있다.
▲ 독사 바위틈새에서 머리를 쳐들고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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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사이에서 도망치는 뱀 담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다 사람의 발자국 소리에 달아나고 있다.
▲ 수풀사이에서 도망치는 뱀 담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다 사람의 발자국 소리에 달아나고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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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언제봐도 기분 나쁜 존재이다. 뱀과 맞닥뜨리면 머리가 쭈삣해지고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자주 봐도 그 이상야릇하고 표현하기 애매한 느낌은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먼저 발견하면 이놈 거기 있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지만 한 마리를 보고 지나치는데 다른 한 마리가 슬며시 지나간다면 섬뜩함이 두배다.

뱀에 물려본 경험이 있기에 그 두려움은 남보다 크다. 엄지손가락을 물려서 해독제 주사를맞았음에도 어깨까지 퉁퉁 부어 고생했던 며칠 동안의 기억. 그 때문인지 등산길 바위 위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뱀을 볼 때, 혹은 발을 디디려는 그 자리에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은 화가 치밀게도 한다.

밟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자신의 부주의함은 제쳐두고 자연의 영역에 들어서 낯선객이 남 탓만 하며 화를 낸다. "사람 놀란다 저리 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던지는 말 한마디가 전부다. 오늘 뱀과의 만남은 아주 작은 이유에서다. 비가 온 뒤라 어떤 버섯이 나왔나 살피기 위해 절 뒷산을 올랐다. 마침 비가 쏟아지기 전에 풀베기 작업을 하던 곳이라 낯익은 길이다.

풀 사이의 뱀 산아래서 올려다 본 모습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무심코 밝을 수 있다.
▲ 풀 사이의 뱀 산아래서 올려다 본 모습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무심코 밝을 수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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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사이에도 뱀 담장위 곳곳에 뱀이다. 계곡에 물놀이 가면 돌로쌓은 축대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비온뒤 해가 나면 뱀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장소다.
▲ 수풀사이에도 뱀 담장위 곳곳에 뱀이다. 계곡에 물놀이 가면 돌로쌓은 축대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비온뒤 해가 나면 뱀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장소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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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를 신고 소나무 뿌리 근처를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에 갑자기 섬뜩한 기운에 멈춰서니 이건 뱀 천지다. 유월 송이 대신 뱀이 곳곳에 똬리를 틀고 앉았다. 여덟 마리까지 세고 나니 카메라가 필요했다. 조심스레 길을 돌아 카메라를 들고 하나씩 찰깍. 셔터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놈을 또 찰깍.

미처 살펴보지 못한 곳에서도 뱀이 나타난다. 말 그대로 뱀 천지다. 기본 사진 한 컷씩 찍고 나머지는 연출이다. 도망가는 놈, 꼬리를 파르르 떨며 위협하는 놈. 다른 뱀의 몸을 타넘고 가는 놈.

여기에 왜 이렇게 많은 뱀들이 모였을까? 교미하는 시기인가. 한 자리에 무더기로 모였을때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테다. 같은 종류로 보이는 두 마리의 뱀이 한 무더기가 된 것도 있다. 며칠 동안 비가 내렸으니 아마도 몸을 말리려고 나왔나 보다. 풀이 마르면서 열기를 내뿜고 주변보다 해가 잘 드니 모여들 만하다.

내친 김에 뱀들이 자주 나올 만한 곳을 둘러봤다. 돌로 쌓은 담장 위다. 비가 온 뒤 햇살이 잘 비치는 곳에는 반드시 뱀이 있다. 역시 곳곳에 뱀 무더기다. 발자국 소리에 놀라서 달아나는 놈. 바위틈에서 나오려다가 다시 들어가는 놈. 담장 밑에도 곳곳에 뱀이다. 뱀 숫자 세기를 그만두고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이 뱀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가늘고 긴 몸집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이름은 알지 못한다.
▲ 이 뱀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가늘고 긴 몸집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이름은 알지 못한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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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나는 뱀 방해꾼이 나타나자 슬며시 자리를 뜬다.바위 틈새에는 연한 색을 지닌 뱀이 그대로 있다.
▲ 달아나는 뱀 방해꾼이 나타나자 슬며시 자리를 뜬다.바위 틈새에는 연한 색을 지닌 뱀이 그대로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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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조심해야 한다. 물리면 정말 아프다. 뼛속까지 아프다. 뼈저리게 아프다는게 어떤 건지 체험해 보고 싶은 사람은 뱀에게 물려보라. 최소한 5일 동안 잠을 못 잔다. 피부가 부어서 더 이상 팽창하지 못하고 소시지처럼 탱탱해지고 모공에서 진물이 땀처럼 배어나오는 고통, 바늘로 찌르고 찌르다가 스스로 칼로 잘라버리고 싶어지는게 뱀에 물리는 아픔이다.

"범 본 골에는 가도 뱀 본 골에는 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뱀은 자신이 살던 곳에 산다. 허물을 벗은 곳에서 다시 허물을 벗는다. 어느 날 어떤 곳에서 발견한 뱀의 허물이다. 크기와 굵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아직 그 주인공을 발견하지 못했다.

비온 다음날 돌담 근처나 쓰러진 나무등걸, 풀 베어 놓은 밭 언저리나 무덤가에는 절대 가지 마라. 그곳에는 반드시 뱀이 있다.

뱀의 허물 허물의 주인은 알지 못한다. 세탁실 선반에 껍질만 두고 갔다. 내 얼굴높이까지 오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큰 놈이다. 굵기도 오리알보다 크다.
▲ 뱀의 허물 허물의 주인은 알지 못한다. 세탁실 선반에 껍질만 두고 갔다. 내 얼굴높이까지 오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큰 놈이다. 굵기도 오리알보다 크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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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독사,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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