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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전산은 로또산이 아닌 아이갖게 하는 산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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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금전산(金錢山·해발 668미터)은 '로또산'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좀 싱겁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전산은 금전(金錢)과도 무관하고 로또와도 무관하다. 금전산이란 이름이 부처님의 5백제자 중 한 명인 금전비구(金錢比丘)에서 유래됐다고 하니 생뚱맞다.

그럼 왜 사람들은 로또산이라고 말할까? 금전이 돈을 의미해서이기도 하지만 3년 전쯤, 순천시에서 로또 고액 당첨자가 우연찮게 연속 여섯 번씩이나 나온 것을 보고 한 풍수지리학자가 "금전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 언론을 타면서 시작된 해프닝에서 비롯됐다.

금전산은 아이를 갖게 하는 신기(神氣) 있는 산

순천시 낙안면 금전산 7부 능선에 있는 처사샘(구능수)-2005년도 촬영
 순천시 낙안면 금전산 7부 능선에 있는 처사샘(구능수)-2005년도 촬영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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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산은 지역에서 영험한 신기(神氣)를 가지고 있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로또산이라는 신기는 최근 언론을 타면서 지역 주민들이나 관광 해설사의 입을 통해 수년 사이에 급격히 퍼진 아리송한 최근의 신기(?)에 불과하지만 "아이 낳지 못하는 사람이 금전산 처사샘물을 마시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고전적 신기는 지역에서 더욱 유명하다.

"그저 미신이라거나 옛날 얘기지"하고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최근 급조된 '로또산'이라는 말과는 달리 '금전산이 아이갖는 산'이라는 말은 오랜 세월동안 전해져 내려오면서 비과학적이지만 어느 정도 사람들 사이에서 검증(?)되기도 한 얘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금전산 처사샘에 다녀오고도 애를 갖지 못하면 쉬쉬했을 것이고 만일 아이가 생겨 "처사샘물 먹고 아이를 가졌다네"라는 소문이 났다면 그것은 확대 재생산될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느냐만은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 정도 입소문이 났다면 돌아볼만한 얘기일 것이다.

그 고전적 신기의 진원지는 금전산 7부 능선에 있는 처사샘이다. 오르는 길은 불재쪽에서부터 가는 것이 훨씬 편하다. 쉬엄쉬엄 가더라도 약 30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처음 길은 흙길이지만 중간부터는 바위길이다.

처사샘이 있는 곳에 가보면 약 15미터 정도의 큰 바위 아래쪽에 사람이 엎드려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나 있는 바위굴을 볼 수 있는데 들어가 보면 어른 4명 정도는 서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다. 흡사 쌀벌레가 쌀의 귀퉁이를 파 들어간 형태와 흡사하다. 그 안쪽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둘레 50센티미터, 깊이 1미터 정도 크기의 샘이 있는데 바로 처사샘(구릉수)이다. 샘물을 마시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말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그런데 지역에서 널리 떠돌던 이런 신기한 얘기를 어찌 언론이 놓칠 리가 있겠는가. 지난 2004년부터 이 지역 얘기를 풀어내던 필자 또한 일본에서 시집와 11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이 물을 마시고 아이를 갖게 된 '고이케 사나에'씨의 사연을 오마이뉴스에 소개했던 적이 있다.

이후, 금전산 처사샘의 위치를 묻는 전화를 필자도 참 많이 받았다. 동네 사람들로부터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왔다 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때 금전산 신기가 진가를 발휘할 수도 있었는데 이후 정말 아이를 갖게 됐다는 전화와 소문을 듣지 못해 그저 아리송한 전설로만 남게 됐다.

금전산 끝자락의 가정마을 모자(母子) 돌부처와의 관계는?

금전산 끝자락 가정마을에 있는 돌부처 모자상-2005년도 촬영
 금전산 끝자락 가정마을에 있는 돌부처 모자상-2005년도 촬영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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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산 중턱의 처사샘이 신통하다고 소문이 났다면 금전산 끝자락 가정마을에 있는 모자 돌부처는 신비하다. 모자 돌부처는 처사샘을 나와 처음 올라오던 불재쪽을 바라보면 보이는 가정마을에 마련된 사당에 모셔져 있다. 가정마을은 금전산 끝자락에 위치한 마을로 4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조그만 시골마을이다.

엄마 돌부처는 키가 150센티미터 정도, 아이 돌부처는 70센티미터 정도 된다. 긴 몸통 부분의 돌 위에 머리 모양처럼 생긴 둥그런 돌을 얹어 놓은 형태로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데 함께 서 있는 모습이 그렇게 다정해 보일 수 없다.

그런데 모자 돌부처와 관련해서 전해 내려오는 얘기가 심상치 않다. 아이를 낳지 못한 여성이 돌부처의 머리를 들게 되면 아이를 낳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얘기나 이곳에서 치성을 드리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금전산 처사샘 얘기는 흐지부지 됐을지 모르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

풍수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볼 때도 금전산 중턱에 있는 처사샘과 그 끝자락에 있는 모자 돌부처는 지형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뭔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어쩌면 "금전산이 아이를 갖게 하는 산이다"라고 하는 것이 처사샘만의 얘기가 아닌 모자 돌부처까지를 포함한 얘기인지도 모를 일이다.

단지, 당시 11년만에 아이를 갖게 됐다는 일본인 고이케 사나에 씨가 아이를 갖기 위해 처사샘에 올라가 물도 마셨지만 관광해설사라는 직업적 특성상 산을 내려와 가정마을 모자 돌부처도 돌아보면서 치성을 드렸다는 것, 즉 두 곳 모두를 다녀와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재미난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어 재차 독자들에게 알려드리지 못한 게 아쉽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 분산, 침략거점 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예고: [09-022] 여름휴가 끝나야 오붓한 이미대
남도TV



태그:#낙안군, #남도TV, #스쿠터, #금전산, #가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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