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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공개한 민간인 사찰 동영상 12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해명을 반박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는 최석희 민주노동당 비상경제상황실장과 한 시민이 등장한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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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줄무늬 반팔 차림의 한 사내를 집요하게 쫓아갔다. 그 사내는 평택 쌍용자동차 앞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쌍용식당' 앞 차도에는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유인물 배포가 끝난 그 사내는 동료와 잠시 얘기를 나누고 차도로 내려와 걸어갔다. 카메라는 줌인(zoom-in)과 줌아웃(zoom-out)을 반복하면서 그 사내를 놓치지 않았다.

그 사내는 최석희(46) 민주노동당 비상경제상황실장이었고, 그를 뒤쫓은 것은 기무사의 카메라였다. 명백한 '민간인 사찰'이었다.

기무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 휴가병을 쫓고 있었다"(12일)고 해명했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최 실장은 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40대 당직자였기 때문이다.

"군대에 간 적도, 주변에 군대갈 친구도 없어요"

최 실장은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정희 의원이 일부 공개한 동영상을 봤는데 내가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사생활이 없어지는 거죠. 수사기관들이 전화나 이메일을 감청하는 게 기본인 상황에서 상시적으로 군대까지 동원해 민간인을 감시하다니요? 이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에요. 이래서야 시민의 사생활이 보장될 수 있겠어요?"

문제의 동영상이 촬영된 시점은 8월 2-3일께라고 한다. 그런데 최 실장은 7월 중순께에도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는 경험을 겪었다.

기무사의 사찰 대상이 된  최석희 민주노동당 비상경제상황실장
 기무사의 사찰 대상이 된 최석희 민주노동당 비상경제상황실장
ⓒ 최석희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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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역에서 희망나눔센터라는 봉사활동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어요. 청소년들한테 도시락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죠. 7월 중순께 도시락을 싸기 위해 롯데마트에 들렀어요. 그런데 제 뒤에 본네트가 특이한 차가 있었죠. 장을 보고 나왔는데 그 차가 또 내 뒤에 있는 겁니다. 신호등도 다섯 번이나 거쳤는데 계속 쫓아와요. 제가 사는 동네에 들어와서 좌회전까지 했는데도 계속 쫓아와서 '미행'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최 실장은 "그때 주변 지인들에게 우스개소리로 '나 미행당했다'고 얘기했는데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무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 장병이 집회에 참가할 것을 대비해 적법한 예비활동을 하던 중이었다"고 민간인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전 군대 간 적도 없고, 제 주변에 군대갈 친구도 없어요. 군대와 무관해요."

최 실장은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폭로된 직후 지인들로부터 "앞으로 너랑 못놀겠다" "전화하기도 힘들겠다" 등의 전화를 받았다. 농담이긴 했지만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기무사령관이 대통령과 독대를 한다고 하잖아요. 아마 사찰체계를 구단위까지 세워서 민간인들을 감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다 체크하는 거죠. 전문가들에 따르면, 밤낮으로 24시간 쫓아다니는 수준으로 넘어가면 구속 전 단계라고 해요. 개인적으로 정말 당혹스럽고 황당한 대목이죠."

"왜 강원도 화천에 있어야 할 사람이 서울에 옵니까?"

최 실장은 "저 말고 다른 자료를 보면 노동조합 사무실도 있고 공장도 있고 일반 노동자 집도 있다"며 "심지어 관악구에 있는 조그만 약국과 약사까지 찍은 걸 보면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기무사가 민간인을 수사할 권한은 없어요. 이것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이런 국가기관의 작태를 보면서 이 나라 민주주의가 다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군인을 동원해 민간인을 사찰할 정도로 국정운영이 불안하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내려와야죠."

최 실장은 민간인 사찰은 기무사의 자발적 충성행위가 아니라고 단정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득세하고 있는 '공안기관들의 조직적 플레이'라는 것이다.

"왜 강원도 화천에 있어야 할 사람이 서울에 와서 사람을 미행하고 행적을 촬영합니까? 그 사람이 지난 5월 11일엔가 수사활동 세미나 한 것 보세요. 고급아파트 갈 때는 대형차로 하고, 장비를 탑재한 승합차를 도입해야 하고,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세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보면 국가기관이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여요.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공안기관들이 그런 (감시)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물증이 드러난 거예요."

사찰메모수첩에 등장하는 사람은 모두 16명이다. 최 실장은 사찰대상자로 의심할 만한 이들과 함께 공동대응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일단 기무사나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지켜봐야겠죠. 다만 수첩에 거론된 16명의 의사를 확인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동대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태그:#기무사, #민간인사찰, #최석희,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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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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