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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가위질 왼손전용가위가 아니면 제대로 자를 수가 없다.
▲ 왼손잡이 가위질 왼손전용가위가 아니면 제대로 자를 수가 없다.
ⓒ 김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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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가 장애인이나 임산부도 아닌데, 배려해줄 필요가 있나요?"

오른손잡이, A(24 여)씨의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왼손잡이가 사회적 소수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다수 오른손잡이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왼손잡이? 불편하겠죠. 근데, 뭐가 그렇게 불편하데요?"

그래서 상상해 봤다. 왼손잡이가 지배하는 세상을.

뭐가 그렇게 불편하냐고? 나는 상상한다, "왼손잡이가 지배하는 세상"을

내 이름은 '오른쪽하늘(21)'. 이름처럼 오른손잡이이고 대학생이다.

세상은 왼손잡이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리 오른손잡이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왜냐고? 고치면 되니까. 고칠 수 있으니까. 안 된다면? 그냥 살면 되니까. 나는 '그냥 살기로' 했다. 이유는 없다. 오른손이 편한 걸 뭐.

삐~익!

오늘도 지하철을 타며 카드를 오른손으로 찍었다. 물론, 오른쪽 '태그'에. 항상 있는 일인 걸 뭐, 괜찮다. 돌아 나와 다시 찍으면 되니까. 그저 사람들이 날 보며 웃는 걸 잠시만 참으면 된다.

어렸을 때는 할머니께서 내 '오른손'을 '못된 손'으로 부르셨다. 혼나기가 싫어서 연습했더니 글씨는 이제 왼손으로도 쓸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손이 아프면 왼손으로 바꾸어 쓰면 되니까. 그래도 밥 먹고, 양치하고, 운동하고, 전화 받고... 모두 오른손으로 한다. 누가 뭐라 해도 난 오른손이 편하다. 

초등학교 미술시간, 가위질도 못하는 내가 '멍청한 줄'만 알았다. 가위 날이 왼손잡이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 후 칼이나 가위 같은 제품들은 오른손잡이용을 따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찾아다니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얼마 전에 온라인상으로 살 수 있는 오른손잡이용품 전문점이 생겼나 싶더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아마 장사가 안 됐던 모양이다.

연주할 줄 아는 악기는 없다.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었지만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하고 포기했다. 오른손잡이용 바이올린은 없으니까. 혹시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마 엄청 비싸겠지? 포기하고 그나마 오른손잡이용이 많이 있는 기타를 배우기로 했다. 

늘 오른손을 고집했지만 농구는 왼손으로 배웠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농구를 가르쳐 주는 형이 왼손잡이였으니까. 처음에는 왼손으로 어설프게 따라하느라 고생했지만 지금은 오른손으로 한다. 역시 오른손이 편하니까.

친한 오른손잡이 친구도 한 명 있다. 서로 오른손잡이임을 확인하고는 급속도로 친해진 거다. 왠지 우리는 생각도 잘 통하고, 관심사도 비슷한 것 같다. 손사용과 두뇌발달이 관련 있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그런데 요즘 걱정이 생겼다. 12월에 군대에 가는 것. 그곳에 가면 오른손잡이용 총은 없다고 한다. 21년 동안 글씨 쓰는 것 외에는 왼손을 쓰지 않고 살았는데 어쩌지? 군대에 다녀온 형들의 말로는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신경도 안 쓴단다. 

이렇게 하루에 한번씩은 꼭 내가 '오른손잡이'임을 의식하며 살고 있다. 남들과 다름을 알고, 우리끼리 모이는 인터넷 카페 '오른손잡이모임'에 가입했다. 오른손잡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몇 명 있지만 회원 277명 대부분은 오른손잡이다. 그곳에서만은 우리가 '다수'다.

카페 회원들과 함께 우리 '오른손잡이'들을 위한 '권리찾기운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회원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나도 그냥 이렇게 살련다. 조금 불편하지만, 이 불편함 때문에 '오른손잡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이런 생각을 하면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오른손잡이가 무슨 '사회적 약자'라도 되냐고.

그렇다. 나는 장애인도, 임산부도, 노약자도 아니다. 오른손잡이라는 이유로 취업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휠체어나 목발에 의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 동정어린 눈빛으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본 적도 없다. 단지 날마다 '조금 불편'할 뿐.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고? 무얼 바꾸자거나 나를 특별하게 봐달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왼손잡이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남들과는 '다름'을 하루에 꼭 한번씩은 느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영화 <소녀와 바이올린>(2008)
 영화 <소녀와 바이올린>(2008)
ⓒ 소녀와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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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 그저 상상이라도

지금까지 살펴본 '어느 왼손잡이의 상상'처럼 왼손잡이가 사회적 약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기에는 이 사회에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김지홍 변호사는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왼손잡이들이) 더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소수자의 권리를 무조건적으로 주장하기에 앞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이해하는 왼손잡이들과 왼손잡이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 역시 사회적인 발언권을 얻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1999년 발족한 '한국왼손잡이협회'는 협회장을 맡았던 강미희 교수의 건강 문제로 2005년에 활동이 중단됐다. 강 교수는 그동안 "할 만큼 했다"며 앞으로 별 다른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또한 "과거에는 부정적이었던 왼손잡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서 초등학교에 왼손잡이용 가위를 지원해주기도 하고, 교사들도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고치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치원교사 강은경(25)씨도 "예전에는 왼손잡이 아이가 있는 학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학부모도, 교사도 아이를 오른손잡이로 고치기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손을 쓰면 두뇌 발달에 좋다고 하니까 반갑기도 했어요. 다만 살아가면서 조금씩 불편을 느껴야 하니까, 그게 걱정이었죠."

왼손잡이 딸을 둔 김정열(49)씨는 왼손잡이가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왼손잡이였으나 일상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이제는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는 김성민(27)씨는 "두 손을 쓸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더 이상 오른손은 '옳은 손', 왼손은 '나쁜 손'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생활 속의 '사소한 불편'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다만 불편 앞에 붙는 '사소한'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으며 왼손잡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다수의 오른손잡이들은 "왼손잡이들이 정말 불편하다면 자신들의 '권리찾기'에 직접 나설 것"이라면서 "그 정도는 아니니까 가만히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 중심의 세상에서 살아가며 '양손잡이'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손잡이가 되기까지 과정을 주목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한 경험하지 않는 이상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의 불편함을 알 턱이 없다. 

8월 13일은 1992년 '영국왼손잡이협회'가 정한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3.9%는 왼손잡이, 7.8%는 양손잡이다(표본오차 +/-2.5%P). 명백한 소수자임에도 이들이 권리를 주장하기에는 한국 사회에 소외받는 약자가 너무나도 많은 게 사실이다. 세계 왼손잡이의 날인 오늘, 잠시만이라도 90%의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가 지배하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10% 왼손잡이는, 그저 '상상'이라도 해보는 거다.

덧붙이는 글 | 김솔미 기자는 <오마이뉴스> 10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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