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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북한 망동에 동조하는 현병철 위원장은 석고대죄하고 즉각 인권위원장을 사퇴하라!" (8월 12일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성명서)

 

"현병철씨의 소신이 '국보법 폐지 반대'라면 국제인권기준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자진사퇴해야 한다" (같은 날,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성명서)

 

'무색무취'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문제는 '국가보안법'. 현 위원장의 소신이 국보법 폐지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12일 오전 재향군인회 회원 20여 명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현 위원장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같은 날 인권단체들은 "결국 현 위원장이 반인권 본색을 드러냈다"고 비판성명을 냈다.

 

현병철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31일 인권단체 공개질의에 대해 "위원회의 기본 입장은 국보법 폐지"라고 답했다가 보수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그 뒤 지난 11일 <조선일보>에 "국보법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는 발언이 보도됐으나, 현 위원장은 직원들에게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당시 인터뷰 자리에 배석했던 홍보협력과 관계자도 "이후 추가 전화인터뷰가 있었지만, 적어도 현장에서는 현 위원장이 보도에 나온 것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위원장은 아직 국보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다.

 

 현병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20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10층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읽고 있다.

 

"위원회 입장은 폐지" → "폐지 안 된다는 게 내 소신" → "그런 발언 안 했다"

 

인권위 직원들은 일단 현 위원장의 해명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현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평가를 아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인터뷰 발언이 '우향우'의 조짐이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현 위원장이 인권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새로 배울) 가능성도 크다"는 여론이 높다. 말하자면 '백지 상태'인 현 위원장을 주변에서 제대로 보좌하면 인권위원회가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다.

 

실제로 취임 이후 현 위원장은 인권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제가 된 인권단체 공개질의 답변은 홍보협력과에서 작성한 내용을 현 위원장이 그대로 승인한 것이다.

 

인권위가 최근 쌍용차 사태에 대해 식수·음식물 반입과 경찰력 투입 중단에 대해 긴급구제권고를 내는 과정에서도 상임 인권위원들의 목소리가 컸다. 이 안건을 다루는 회의에서 현 위원장은 주로 인권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는 그동안 즉각 보수진영의 반발을 샀다. <동아일보>는 6일자 사설에서 "(현 위원장이) 좌파단체 그리고 인권위 직원들에게 끌려다니며 우리 사회의 보편타당한 인권의식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청와대 인사실패를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병철 위원장이 <조선일보> 인터뷰에 나서자 인권위 안팎에서는 "은연중에 '우회전' 하고 싶은 심중을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ICC(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 의장국 포기선언으로 리더십이 추락한 위기 속에서 보수단체까지 공격하니까 방향을 오른쪽으로 돌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첫 공식 인터뷰를 보수신문과 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조선> 인터뷰는 인권위 홍보협력과가 아니라 위원장의 개인 채널을 통해 성사됐다.

 

김칠준 사무총장 사의 표명... 새 사무총장 후보는?

 

국보법 발언의 진위와 관련, 몇몇 인권위 관계자는 "현 위원장 개인의 소신이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위원장 긴급성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고나 의견표명이 인권위원들과 회의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위원장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고결정기구인 전원위원회에서는 위원장을 포함한 모든 인권위원이 1표를 행사한다. 대통령과 대법원, 여야 정당이 인권위원을 임명하기 때문에 구조상 '정권 프리미엄'이 있지만, 현재 대통령 몫의 인권위원들은 대부분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들이다.

 

게다가 정부 여당 몫의 인권위원도 사안에 따라서 진보적 성향으로 표를 행사하는 '소신투표' 분위기가 강하다. 이번 쌍용차 관련 긴급구제권고에 가장 앞장선 사람은 한나라당에서 임명한 문경란 인권위원이었다.

 

 현병철 교수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취임을 반대하는 인권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인권위원장실앞에서 김칠준 사무총장에게 '자진 사퇴 요구 서한'을 전달했다.

그동안 '소신'을 아껴온 현 위원장의 첫 시험대는 새 사무총장 선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칠준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국가인권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임기를 같이 하던 관례에 따른 것이다. 사퇴 예정일은 오는 9월 4일이지만 밀린 연차를 사용할 예정이어서 실제 업무 기간은 며칠 남지 않는다.

 

현재 인권위에서 김 사무총장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김 사무총장은 그동안 거의 매일 아침마다 현 위원장과 독대하며 인권현안을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사퇴한 뒤 위원장 보좌기능이 공백으로 남을지, 새 사무총장이 역할을 이어받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인권위 조직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다.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무처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인권 관련된 업무를 늘리면서 타 부서 인원을 줄이고,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 출신 별정직 공무원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 위원장은 새 사무총장의 자질로 '중립적이면서, 인권에 대해서 잘 아는 인사'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인물이 드물다는 게 문제다. 인권위 핵심 관계자들도 하나같이 "어떤 사람이 될지 감이 안 온다"고 입을 모았다.

 

사무총장은 전원위원회(매달 둘째, 넷째 월요일 개최) 심의를 거친 뒤 임명된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24일 전원위원회에서 새 사무총장 심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때까지 후보가 나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인권위 사무총장은 한동안 공석이 될 가능성도 크다.


태그:#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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