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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전통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국악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하기 위해 악기와 짐을 들고 여독을 풀 새 없이 강의실로 이동하는 31명의 학생들.

어린 시절에 보통 권하는 것이 조금 식상한 면도 없지 않지만, 역시 위인전기는 빠지지 않는다. 위인의 전기를 통해 그와 닮고자 하는 희망과 각오를 통해 젊은이가 미래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갈 동기를 스스로 부여받게 되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전기를 읽는 것보다 할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위인을 직접 만나 배움의 장을 갖는 것이 될 것이다.

 

서초구 소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 각양각색의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각기 손에는 크고 작은 악기에다가 공연장 풍경으로는 낯선 여행용 가방들이 또 다른 손에 들려 있었다. 이들은 이 날(8월 6일)부터 장장 11박 12일의 일정 동안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국악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기 위해 강릉, 부산, 전주, 광주. 대구, 청주, 김천 등지에서 천릿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31명의 어린 국악전공자들이다.

 

간단한 개소식을 마치고, 어린 학생들은 다시 악기와 여행보따리를 주섬주섬 챙겨 들고 곧바로 앞으로 2주간 꿈에도 그리던 명인들로부터의 수업을 받게 될 전공실로 이동하였다. 같은 지역의 친구들 얼굴들도 보이지만 서울이라는 낯선 공간 속에서 잔뜩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여행가방들을 강의실 한 곳에 모아둔 채 수업 중인 이색적인 풍경. 대금 수업으로 강사는 조창훈 대금정악 문화재 후보

강의실 한쪽 구석에 짐들을 모아두고 강의 첫 순서인 실력 테스트를 위해 숨돌릴 틈도 없이 악기를 조율하고, 긴장된 손가락을 바지런히 놀려 처음 대할 명인 선생님께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자 열심들이었다.

 

긴 여행에도 피곤한 기색도 없이 연주 연습에 열중하는 그들은 "제 짧은 17년 인생에 가장 떨리는 순간이에요. 제가 사는 곳은 국악공연도 자주 없는 편인데, 책이나 말로만 듣던 명인을 직접 만나 배운다는 게 꿈만 같아요"라며 마스터클래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31명 학생들을 지도할 강사진이 한 마디로 눈부시다. 최충웅(정악 가야금), 이오규(정악 거문고), 조창훈(정악 대금), 정재국(정악 피리), 김한승(정악 아쟁) 백인영(산조 가야금), 이생강(산조 대금), 최경만(피리), 김청만(고법) 등 인간문화재이거나 그 후보들에 양경숙, 사재성, 홍옥미, 김무경, 한민택 등 명인들뿐이다. 어느 대학도 이렇듯 화려한 진용을 갖출 수 없음은 이 '국악마스터클래스'의 무게를 한층 더해준다.

 

직접 배울 것도 아닌 사람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할 정도인데, 정작 그 수업에 들어갈 어린 학생들의 가슴은 아마도 자진모리로 휘몰아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설레임도 잠시 이들은 하루 12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수업일정에 숨 쉴 틈도 없다. 그러나 국악에 인생을 걸어볼 요량일 어린 국악도들은 피서지에서의 들려오는 흥청망청에는 초연한 듯 굳게 다문 입가에 각오가 엿보였다.

 

 앉은 다리모양새, 허리 펴기의 이유 등 긴 강의에 앞서 기초부터 꼼꼼이 챙긴 최충웅 종묘제례악 인간문화재 준보유자.

현재 서울의 국립국악고등학교,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구 국악예고)와 지방의 남원국악예술고등학교 등은 국악적 학습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학교는 3곳이 분포하지만 지역적으로 서울과 남원 두 곳에 불과하여, 여타 지역에서 국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일반 예술고등학교에 국악과에 진학하거나 머나먼 서울로 이른 유학을 떠나야 한다. 좁은 눈으로 서울만 바라본다면 두 국립국악고등학교로 인해 국악교육시절이 충분한 듯 하지만, 실상은 국악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교육시스템은 그다지 넉넉하다고 볼 수는 없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교육시스템은 미래에 어떻게든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현재 지방에서 국악을 배우는 학생들은 분명 서울학생들에 비해 강사진 등 상대적 열악함을 안고 있다. 이런 지역학생들의 어려움을 한시적으로나마 덜어주고, 희망과 포부를 갖게 하고자 열리는 이번 국악마스터클래스는 비록 아주 작은 예산의 소규모 프로그램이지만 담고 있는 의미는 대단히 크게 보인다.

 

그런 까닭이 대규모 공연에서도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최고 명인들이 하루도 아닌 12일간의 긴 일정 동안 두 팔 걷어붙이고 솔선하여 나선 동기가 된 듯하다. 강사로 나선 이 중 현재 국립국악원 정악단 김한승 예술감독은 "이 학생들을 곁에 두고 오래 가르치지는 못한다  해도 하루나 이틀만이라도 아낌없이 베푼다면, 그것이 차츰 더해져서 백년대계가 되는 것이라 믿고 강사직을 수락했다. 2주간의 주어진 시간 속에 학생들이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하고, 희망과 국악하는 즐거움을 가져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 각각인 학생들의 악기를 손수 조율하고, 끊어진 줄을 새로 걸어주고 있는 김한승 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

 

사실 예술계에는 그다지 가슴 따뜻한 일이 없다. 어찌 보면 돈의 전쟁이 치열한 경제계보다 보이지 않는 치열함이 상존하는 곳이 예술계일지도 모른다. 또한 거대 예산을 쓰고도 전시에 급급하고 실효없는 정책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국악마스터클래스는 정부정책치고는 1억이라는 점도 찍히지 않을 아주 작은 기획이면서도 기대할 바가 몹시 큰, 그러면서도 그 내부에 따뜻한 마음들이 느껴지는 인간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렇듯 뜨겁게 갈망하는 학생들과 그들을 더 뜨겁게 보듬고자 하는 국악 명인들의 12일간의 조우는 오는 17일(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마무리 공연으로 그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아마도 이 작은 공연은 이번 행사의 성공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들 중에 아무 먼 훗날 또 다른 국악마스터클래스에 설 명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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