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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옥헌 원림1.
 명옥헌 원림1.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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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맘때쯤이면, 길가 도로변이나 아파트 단지, 오래된 정자 주변에서 화사한 연분홍·진분홍색 혹은 흰색의 꽃을 피우는 꽃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바로 목백일홍이라 불리는 배롱나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피어서 열흘 이상 붉은 꽃이 없다지만 백일홍은 다르다. 무려 100일 동안이나 피고 지고를 되풀이한다. 물론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백일 동안 아름답게 피어 있는 건 아니다. 한 송이, 한 송이가 오래 머물지 않고 수없는 꽃이 날마다 피고 지고를 되풀이한다.

 명옥헌 원림2.
 명옥헌 원림2.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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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백일홍은 두 가지가 있다. 화단에 심는 초본성과 나무에 꽃을 피우는 목본성이 그것이다. 두 식물은 사실 식물학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백일홍은 국화과에 속하는 초본성이고, 목 백일홍은 부처 꽃과에 속하는 목본성이다. 모습을 보아도 두 식물이 왜 같은 이름을 가졌는지 이상할 정도이다. 그것은 꽃철이 한여름 100일 이상 간다는 공통점 때문인 것 같다.

배롱나무는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 해서 '간지럼나무'라고 한다. 이 꽃이 질 때쯤 벼가 다 익는다고 해서 '쌀밥나무'라고도 한다.

 명옥헌 원림3.
 명옥헌 원림3.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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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배롱나무가 오래 전부터 집단으로 군락을 이루며, 특히 8월에 절정을 이루는 곳이 있다. 전남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있는 '명옥헌 원림'이다. 명옥헌 원림은 소쇄원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간정원으로 꼽히고 있다. 넓은 뜰에 아담한 정자와 시냇물, 연못 그리고 배롱나무와 노송이 조화를 이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햇살 뜨거운 지난 일요일 날, 짬을 내 친구들과 함께 '명옥헌 원림'에 다녀왔다. 명옥헌 원림은 광주에서 호남고속국도 동광주 나들목에서 국립 5·18민주묘지 입구와 담양 고서 사거리를 지나, 창평 방면으로 약 1㎞쯤 가다 보면, 오른쪽 마을입구에 '명옥헌 원림'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광주에서 승용차로 약 30여 분 거리에 있다.

마을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백일홍의 화사한 자태가 물결을 이루며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보는 이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감나무, 매실나무, 포도나무 등 풍성한 녹색들판도 한 아름 가슴에 들어온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대형 주차장이 눈에 들어온다. 회관 옆 아름다운 한옥건물도 새롭게 보인다.

 명옥헌 정자.
 명옥헌 정자.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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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을 안 좁은 골목길을 드나드는 방문객들의 자동차로 인해 마을이 몸살을 앓기도 하고, 사고의 위험에 주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특히 버스를 이용한 방문객들은 버스를 주차할 만한 공간이 없어 도로변에 차를 주차해 놓고 한참동안 마을까지 걸어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담양군이 예산을 들여 조성하였다 하니, 늦게마나 다행이다.

명옥헌 원림은 한마디로 붉은 꽃잎들의 별천지였다. 목백일홍의 자태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연못과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꽃이 더 화려하게 보였다.

커다란 나무에서 피워낸 붉은 꽃과 그 꽃들이 선홍빛으로 물들인 연못, 그 위에 푸른 하늘과 뭉개구름이 포개지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명옥헌 원림. 연못에 비친 백일홍과 하늘의 모습이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곳은 인공적으로 산을 쌓고 온갖 괴석을 가져다 놓은 일본이나 중국의 정원과 달리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 자연의 풍광 속에 정자를 들여앉혀 자연의 미를 이용하는 우리네 정원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연못 동산.
 연못 동산.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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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헌은 조선 중기 예문관 관원에 올랐던 오희도의 넷째 아들 오이정이 지은 정자. 오희도는 광해군 시절의 어지러운 세상을 등지고 집 옆에 망재(忘齋)라는 조촐한 서재를 짓고 글을 읽으며 지냈다.

그는 인조반정 후에 문과에 급제하여 한림원 기주관이 되었으나, 1년 만에 천연두를 앓다가 죽고 말았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난 1652년 무렵에 넷째 아들인 오명중이 아버지가 살던 터에 명옥헌을 짓고 아래 위 두 곳에 연못을 파고 배롱나무를 심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연못을 만들고, 네모난 연못 가운데엔 둥그런 섬도 만들었다. 정자는 그 연못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세웠다. 정자 건물 서쪽에 있는 위 연못은 규모가 작지만, 가운데에 바위가 섬처럼 놓여 있다.

연못 둔덕과 주변에도 역시 배롱나무 고목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류는 먼저 이 연못을 채우고 다시 흘러서 아래쪽 큰 연못을 채운다. 지금은 수량이 적어 실감이 안 나지만 예전에는 이 계류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같았다고 한다.

 물에 비친 소나무와 백일홍.
 물에 비친 소나무와 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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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헌이라는 정자의 이름은 거기서 유래했다. 위 연못 왼쪽으로는 암반이 깔려 있고, 그 중 한 바위에 '명옥헌 계축'(鳴玉軒 癸丑)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우암 송시열의 글씨라 전해진다.

정원의 면적은 1386평이며, 명옥헌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의 아담한 정자이다. 정자 뒤의 연못 주위에는 수령 백년이 훨씬 넘는 배롱나무들과 거대한 소나무 군락이 자리하고 있다.

곤충이 허물을 벗는 것처럼 껍질을 벗는 백일홍 나무기둥의 모양새, 연못에 비친 백일홍 붉은 꽃잎의 화려한 자태, 나이테 두꺼운 키 큰 소나무 군락과 양탄자처럼 부드러운 녹음방초, 편안한 안방 같은 느낌을 주는 넓고 탁트인 명옥헌 정자 등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절로 시인이 되고, 신선이 된다.

 명옥헌 원림을 찾은 사람들.
 명옥헌 원림을 찾은 사람들.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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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헌(鳴玉軒) 원림(苑林)은 시방 팔월 땡볕에 진분홍 세상을 펼치고 있다. 쏟아지는 말매미 목청에 진분홍 꽃잎은 한층 투명하고 붉다. 구름도 바람도 쉬어가는 정자 옆으로 흐르는 냇물에서는 세월의 비늘이 굽이친다. 백일홍의 붉은 속살을 앵글에 담으려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진작가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영상처럼 스쳐간다.

마산에서 왔다는 주부 이선자(52)씨는 "백일홍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은 처음 보았다"며"꽃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주변 경관과 풍치도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나주에서 왔다는 김철수(73)할아버지는 "휴가를 맞이하여 가족들과 함께 왔다"며"만개한 백일홍 꽃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슴이 넉넉해진다. 녹음과 정원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옥헌 원림4.
 명옥헌 원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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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후산마을에 가면 꼭 보아야 할 문화재가 하나 또 있다. 일명 '인조대왕의 계마행수'라 부르는 은행나무. 후산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문헌상으로는 900여년. 구전상으로는 1300여년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키 높이도 30m가 넘는다.

은행나무를 '인조대왕의 계마행수'라 부르는 것은 인조(재위 1623∼1649)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호남지방을 돌아보던 중 이곳 후산에 사는 오희도라는 학자를 방문하러 왔는데, 그때 인조가 타고 온 말을 이 은행나무에 맸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명옥헌 원림5.
 명옥헌 원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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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가만히 들여다보니/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 지면서 다시 피고/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 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 없이 꽃잎 시들어 가는 걸 알면서/온 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도종환 시인의 '목백일홍').

 마을 입구 저수지 풍경.
 마을 입구 저수지 풍경.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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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헌 원림이 있는 후산마을은 지금 여름나기에 한창이다. 산과 들은 온통 초록 물결과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는 풍성한 먹을거리들로 출렁이고, 마을 입구에서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연분홍 진분홍 백일홍 꽃잎들은 붉은 속살 훤히 드러내놓고 화려한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너도 나도 모두 산으로 바다로 나가는 휴가철, 멀리 고생 나들이 할 것이 아니라, 광주에서 가까운 '명옥헌 원림'에서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망중한의 시간을 보냄도 좋지 않을까.

 명옥헌 원림 들어가는 후산마을 입구.
 명옥헌 원림 들어가는 후산마을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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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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