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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싸이월드 방문자 수가 영 신통치 않다면?

이유가 뭘까. 당신의 인기(?)가 식었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인터넷 환경 탓일 가능성이 더 크니까. '요즘엔 블로그를 많이 한다던데, 그래서인가?'라고 생각한다면 트렌드를 읽는 당신의 민첩함에 박수를 보내도 좋다.

그런 당신, 블로그보다 간단하고 강력한 '트위터(twitter)'도 혹시 알고 있는지?


트위터는 '한 줄 블로그'라고도 불리는 '소셜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다. 싸이월드나 블로그와는 달리 트위터에는 140자 이내의 짧은 메시지만 올릴 수 있다. 가볍고 빠르게 '트윗(트위터에 올린 글)'을 등록할 수 있어서 현장감이 넘친다. 이런 특성이 발빠른 네티즌에게 각광받고 있다.

정치인과 유명인들 사이에서도 트위터 바람이 분다. 대중과의 핫라인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트위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소소한 일상의 기록에서부터 각종 사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까지 다양한 모습이다. 이를 '혼잣말형', '옆집언니형', '공지사항형', '개점휴업형'으로 나누어 살짝 들여다보자.

[혼잣말형]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들은 어딜 가나 꼭 있다. 인터넷 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트위터가 자기 표현의 수단이기는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많은 팔로어들을 대상으로 혼잣말 하기를 즐기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대표적인 혼잣말형으로 소설가 이외수씨를 꼽을 수 있다. 이외수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올려진 '트윗'의 대부분이 본인의 사색을 기록한 글이다.

"저물녘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 길게 누울 때, 강 건너 작은 마을에 하나 둘 등불 켜지고 불현듯 그대 이름 떠올리면 쓰라리다, 상처난 가슴 밑바닥으로 고여드는 소금물."(7월 23일)

소설가의 트위터답게 유려한 문장을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트위터가 마치 '글 저장고'인 듯한 모습에 팔로어(follower)들과의 소통의 측면에선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도 혼잣말형에 속한다. 정 의원은 7월 초에 트위터에 가입해 꾸준히 트위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 의원이 올리는 글의 대부분은,

"국회의원 공천할 때 씨름선수나 역도선수를 시키는게 낫지 뭐하러 힘하나 못쓰고 체면치레나 하려드는 백면서생을 국회의원으로 뽑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지난 선거때 씨름선수 출신 L씨와 유도선수 출신 H씨 등이 공천신청을 했었다."

"이들은 국민적 신망도 있고 자기관리도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이들이 지금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한나라당은 전력이 훨씬 막강했을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비해 의원수가 2배가 넘지만 전력은 절반정도밖에 안된다."(7월 17일)

주로 이런 식의 독백 위주이다. 팔로어에게 보내는 답글은 하나도 없다.


[옆집언니형]

우연히 만난 옆집 언니가 미주알 고주알 개인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트위터에 스스럼없이 일상을 풀어놓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인 중에서 가장 먼저 트위터 활동을 시작한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트위터 활동도 정치인 중 가장 활발하다. 팔로어나 팔로잉의 인원수, 작성된 트윗수 모든 면에 있어 단연 1위이다. 트위터 1위 정치인의 비법은 '옆집 언니형 수다'이다. 그는 트위터 활동을 "동네마실 가는 기분"이라며 "트윗은 편한 친구처럼 할래요"라고 말한다.

"오늘 저녁내내 설사를 해서 연설도 사양했어요. 점심에 남편이 비빔냉면을 사와 먹었는데 그게 주범인 듯"(8월 2일)

"잘 지냅니다. 트위터에서만 말구 술 한 잔 사세요. 제가 한잔 살려구 했는데 누가 그러길 주량이 세서 술값 감당 안될 거라구 그러더라구요. 전 술이 약하니까 제가 얻어먹는 편이 나을것 같네요 ^^"(moviejhp에게, 7월 31일)

심 전대표의 트위터에는 무엇보다도 활발한 대화가 오간다. 일상의 이야기들뿐 아니라 사회현안에 대한 토론도 활발하다. 심 전 대표 본인의 의사를 밝히되 독백이 아닌 대화체로 편안한 글을 남기고, 그에 대해 팔로어와 답글을 주고 받는다.

"(...) 개인적으로 지금 하는 협상은 무의미하지 않은가요?" (banditapple, 8월 2일)

"쌍용차의 경우 '정부의지'가 전제되지 않는 회생방안은 사실 없습니다. 매각에만 촛점을 두지 않고 회생쪽으로 뒷받침할 의지가 있다면 '방안'은 충분히 제시할 수 있습니다" (심상정, 8월 2일)

배가 아프고, 점심 때 어떤 반찬을 먹었고, 나중에 술 한잔 기울이자는 대화에서부터 시국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그의 트위터에서 심 전 대표는 팔로어들의 친근한 '옆집 언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트위터 사용자가 증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던 김연아의 트위터 또한 옆집언니형이다. "으악 늦었다!! 자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7월 15일), "드디어 주말이다....피곤햐..."(7월 13일) 등 '피겨 요정'의 친근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또한 "Patrick!! How are you?! I Loooove Wonderland...kkk"(7월 17일) 등, 지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있어 사생활을 엿볼 수도 있다. 팬들에게는 큰 선물인 셈. 하지만 최근 들어 업데이트가 뜸해진 것이 아쉽다.


[공지사항형]

트위터를 소식을 전하는 통로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 되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휴대 전화를 이용해 트위터에 글을 올릴 수가 있다. 덕분에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기동성이 확보된다. 주로 해외에 진출해 있는 연예인들이 트위터에 '공지사항'을 게재한다.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박진영은 본인이 관리하는 가수들의 새로운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홍보한다. 최근엔 "8월 3일 원더걸스와 함께 노바디 춤을 배우세요! 티켓은 필요 없습니다.(8/3Learn the Nobody dance by the girls! Verizon Bus-HP Pavilion (San Jose, CA) 4:00PM-4:30pm)"(8월 3일)등 미국에 진출한 원더걸스 관련 소식이 많다. 국내의 연예부 기자들은 정보가 풍부한 그의 트위터를 자주 인용한다.

이 외에도 가수 보아, 세븐, 원더걸스 등이 트위터를 통해 소식 알리기에 열심이다.



[개점휴업형]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유명인들의 트위터가 모두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트위터를 통한 소통을 다짐하는 첫 글만 남겨두고 '휴업'에 돌입한 경우도 적지 않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트위터는 썰렁하다. 7월1일 트위터에 가입한 이 의원은 "드디어 오늘 트위터 가입했습니다. 틈나는 대로 적겠습니다"라며 첫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 첫 글이 마지막이다. 팔로잉 207명, 팔로어 321명의 숫자를 보면 트위터 활동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글이 없는 이상 이미 '개점휴업' 상태이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의 트위터도 개점휴업 상태이다. 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입법전쟁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었으나 현재는 모든 글이 사라졌다. "미디어 악법, 저지하지 못해 미안합니다"란 소개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국회의원 296명 중 17명 가량만이 트위터를 하고 있다. 트위터로 국민과의 소통을 꾀한 이들은 소수이다. 하지만 개점휴업된 트위터를 안 하니만 못한 무성의로 봐야 할지, 최소한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는 성의로 봐야 할지 해석이 갈린다.

한편 가수 이효리는 트위터를 아예 닫았다. 정치인들의 '개점휴업'이 유행을 좇기 위해 트위터를 일단 열고 손을 놓은 것이라면, 이효리는 오히려 지나친 유명세에 등 떠밀리듯 '휴업'하게 된 것이 아닐까.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 교수는 "유명인들이 트위터 열풍을 이끄는 듯 묘사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유명인들의 트위터 진출에 대해 다소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유명인을 팔로우(follow)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는 일반 네티즌의 참여공간이다. 결국 이 기반이 있다 보니 유명인도 트위터에 오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트위터 이용자들이 모두 연예인을 좇는 것으로 보아선 안 된다. 트위터는 다수를 위한 열린 소통 공간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또한 "트위터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일상적인 소통공간"이라며, 트위터가 소수의 유명인들보다는 일반 이용자들이 이끌어온 공간임을 역설했다.

덧붙이는 글 | 이대암, 조은별 기자는 오마이뉴스 10기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트위터, #김연아, #심상정, #박진영, #정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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