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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한 작은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목사가 재벌을 닮은 대형교회, 반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장로 대통령을 일갈하는 책을 펴냈다.

민예총문고 열한번째 권으로 나온 <한국기독교와 권력의 길>(최형묵․로크미디어)은 권력을 향한 욕망의 질주를 보여온 한국 보수 기독교의 성장사를 한 축으로, 이들과 대척되는 지점에서 대안을 향한 분투의 길을 걸어온 진보 기독교의 역사를 다룬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한국 기독교가 새롭게 나가기 위한 제언도 담고 있다.

연세대 신학과와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최형묵 목사는 현재 한신대에서 신학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신학연구소 연구원 및 계간 <신학사상>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 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계간 <진보평론> 편집위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앙과 직제 위원 등으로 활동중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 손이 없기 때문이다>(다산글방) 등 그동안 펴낸 저서도 여러 권. 지난달 29일 쌍용동의 살림교회에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독교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코드"

최형묵 목사.
 최형묵 목사.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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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지금 '기독교'에 주목해야 하는가.
"기독교는 이미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하나의 코드가 됐다. 오늘 한국 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 한국 기독교를 이해하는 것은 특정한 종교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장로' 대통령 시대와 무관하지 않은 말로 들린다.
"이명박 정권의 등장은 한국 기독교 실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과 같은 사례이다. '청와대에 찬송과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자'는 구호와 함께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동조하고 나선 보수적 기독교인들의 지지가 이명박 정권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것은 주류 한국 기독교를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함축하고 있다."

― 어떤 시사점을 함축하는가.
"이명박 정권 탄생에 중대한 기여를 한 한국 기독교의 태도는 특정한 정치적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과성 현상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일관된 주류 기독교의 속성을 드러내주는 연속적 과정의 한 계기이다. 힘에 대한 숭배 성향을 강하게 띤 주류 한국 기독교의 속성을 드러내주었다. 이런 속성에는 경제적 성장주의를 신앙의 성취로 인식하는 현세주의, 타자와 소통보다는 일방적 태도를 고수하는 자기중심주의가 중요한 동기들로 자리잡고 있다."

― 대형교회의 양태를 '재벌'에 비유했다.
"맞다. 재벌은 각종 특혜 속에 몸집 부풀리기로 성공했다. 세계적 제품을 만드는 재벌도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질에는 문제가 많다. 대형교회도 마찬가지이다. 규모를 키우는 것이 마치 복음화인양 외형 확대에만 치중했다. 대형 교회들이 지교회를 분립하는 것은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닮았다. 교회 세습마저도 재벌의 형태를 닮았다. 부의 독점적 소유와 배타적 특권이 교회 안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마저 금권선거가 횡행하는 사태도 그와 같은 교회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 더 많은 작은 교회들은 대형 교회가 되지 못해 안달이다.
"그렇다. 양적 규모로 성공을 거둔 소위 대형 교회는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 교회들은 소규모 교회들이다. 양적 규모로 성공을 거둔 대형교회는 1천명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불과 2%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 교회의 60%는 50명 미만의 영세한 교회들이다. 그런데도 문제는 소수의 '성공한' 교회를 모든 교회들이 선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믿는 것과 너무나 닮아 있다. '대형교회의 표준화 현상'이다."

― 예수가 반말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책의 대목이 장로 대통령의 말투와 연관해 읽힌다.
"현재 한국에 번역된 대부분 성경은 예수님의 말씀이 반말로 되어 있다.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더욱이 섬김을 강조한 분이 아무에게나 다짜고짜 반말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말 어법상 그것은 언어도단이다. 그와 같은 성서 번역은 한국 교회의 일반적인 신앙 문화에 영합한 결과일 뿐이다. 그럼으로써, 겸손히 섬기러 오신 예수를 독선적으로 군림하러 온 제왕 같은 이미지로 탈바꿈시켜 버렸다. 장로 대통령의 반말 경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진보 기독교 상층부 인사들의 지난 정부 정치 참여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분들이 정권에 참여해 민주주의의 제도화, 인권의식 신장에 기여한 점은 있다. 하지만 정권에 참여한 진보 기독교 세력은 민주화 이후 정부들의 경제정책에 대해 제어하는 역할을 사실상 거의 감당하지 못했다. 기독교계의 한미FTA 반대 서명운동을 조직할 때 여러 분에게 전화를 했다. 상당수 인사들이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유보를 취했다. 정부 눈치나 볼 거면, 왜 거기에 참여하는가."

"기독교 신앙의 본령은 타자를 향한 개방성"

― 진보와 보수 기독교계 모두 무엇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가
"평신도들의 수동성과 비주체성이 계속되는 한 교회는 퇴행적 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교회들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 한국 기독교가 자기중심적인 배타성에 빠져 있는 현실은 그 진실을 분명하게 웅변해 준다. 교회 안에서 평신도 개인의 고유성과 주체성을 인정받는 것은 우선 평신도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 그것은 침묵하는 다수로서가 아니라 각각 자기 목소리를 내며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 나설 때 확보된다. 교회의 직분도 공평한 관계 형성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운용돼야 한다."

최형묵 목사가 쓴 <한국기독교와 권력의 길>
 최형묵 목사가 쓴 <한국기독교와 권력의 길>
ⓒ 로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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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 기독교의 과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급진적 시각이 필요하다. 이명박 보수 정권의 등장은 그나마 이룬 민주주의의 성과마저 훼손시키고 있다. 그와 같은 현실은 자본의 지배가 보장되는 한계 안에 있는 민주주의에서는 필연적이다. 따라서 자본의 횡포를 제어함으로써 민중 삶의 피폐화를 막을 수 있는 급진적 민주주의에 대한 전망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

― 기독교 신앙의 본령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독교의 성서가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있는 신앙의 요체는 바로 '타자를 향한 개방성'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하는데, 저 높은 곳에 계신 분들의 섬김이나 위계질서를 정당화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구체화될 수 밖에 없다. 하느님에 대한 신앙은 나 아닌 바깥의 대상에 대한 관심과 실천하는 윤리로 구체화된다. "

― 신앙은 어떻게 갖게 됐는가.
"1974년 여름 여의도 광장에서 연일 열린 대형 부흥회에 참가했다. 한번에 가장 많이 모일때는 158만명에 달했다. 해남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에 온 중학교 1학년생으로 그 자리에 함께했다. 서울에 이사 온 후에는 교회의 각종 예배와 집회에 거의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길거리 전도 활동도 했고, 대학 입학 직후까지 한동안 CCC 모임에도 참여했다. 대학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신학을 공부하면서부터 기존에 알고 있던 기독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본 회퍼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

― 앞으로 계획은.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국경제발전과 민주주의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인 평가'가 가제이다.  지난 학기에 한 챕터를 마쳤다. 산업화 민주화로 성공적인 모델로 여겨지는 한국근대화의 문제점을 신학적으로 고찰해 볼 생각이다. 다음달에는 성서의 욥기편을 새롭게 해석한 책이 나온다. 인내와 순종의 표상으로 간주된 욥기를 도발과 저항의 표상으로 해석하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3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와 권력의 길 - 그 내부에서 바라보며 대안을 찾는다

최형묵 지음, 로크미디어(2009)


태그:#최형묵, #한국기도교와권력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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