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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 붉가시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등 난대림의 집단 자생지다.
 완도수목원. 붉가시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등 난대림의 집단 자생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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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끄트머리에 있는 섬 완도에 가면 수목원이 있다.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난대수목원이다. 여기에는 붉가시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등 희귀한 난대수종 750여 종이 집단으로 자생하고 있다. 난대 산림자원의 보고인 셈이다.

면적이 2050㏊로 드넓다. 볼거리도 다양하다. 3700여 종의 식물을 전시·관리하면서 특성에 따라 방향식물원, 희귀식물원 등도 운영하고 있다. 산림전시관과 아열대온실, 산림환경교육관도 갖추고 있다. 발밑으로 펼쳐지는 난대림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이 완도수목원에선 지난 2004년부터 숲해설가를 배치해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숲해설을 해주고 있다. 하여 해설가의 자상한 안내를 받으며 난대성 식물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알토란 같은 곳이다.

숲해설가 윤주씨. 일상의 숲에 흥미를 불어넣어 준다.
 숲해설가 윤주씨. 일상의 숲에 흥미를 불어넣어 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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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 윤주 씨가 수목원 내 수변데크에서 떼죽나무를 가리키며 나무의 생태와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숲해설가 윤주 씨가 수목원 내 수변데크에서 떼죽나무를 가리키며 나무의 생태와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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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를 자르면 붉은빛을 띕니다. 그래서 붉가시나무라고 하는데요. 난대림의 대표 수종이죠. 우리 수목원에서 가장 많은 나무이기도 하구요. 또 이건 모감주나무, 염주 만들 때 쓴다고 해서 염주나무라고도 하죠. 이 이파리를 한번 비벼보세요. 냄새가 어떠세요? 향긋하죠. 녹나무라고 하는데요. 조각이나 가구재로 활용됩니다. 이것의 냄새는 어때요? 지독하죠. 천연 항균물질인 어성초에요. 이건 또 오이나무…."

식물의 이름과 의미를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니 숲이 달리보이기 시작한다. 이전까지는 똑같은 숲이었고, 그저 한여름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로만 인식됐던 숲이었다.

이렇게 일상의 숲에 흥미를 불어넣어 준 이는 윤주(여·39)씨. 국립공원 자연해설사이기도 한 그녀는 이곳 완도수목원에서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관광지에서 문화유산해설사가 그러는 것처럼, 자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바람직한 숲체험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 고향이 완도인데요. 바다와 숲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숲의 부유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가야 더 많은 플랑크톤이 생성되고 또 그래야만 어획량도 늘거든요. 사람과 자연이 따로따로 살 수 없듯이 숲과 바다도 서로 어우러져야 해요."

섬에 살면서 숲해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물은 데 대한 그녀의 대답이다. 그러면서 윤씨는 많은 사람들이 숲에 관심을 갖고 또 숲체험을 자주 하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이 숲의 풍요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숲을 찾으면 자연의 기운이 어느새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져요.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고…."

완도수목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수변데크를 따라 산책을 하고 있다.
 완도수목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수변데크를 따라 산책을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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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 윤주 씨가 숲해설을 하다가 나뭇잎을 이용한 동물 만들기를 해보이고 있다.
 숲해설가 윤주 씨가 숲해설을 하다가 나뭇잎을 이용한 동물 만들기를 해보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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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의 숲해설은 수목원의 현황설명으로 시작된다. 방문자 안내소가 있는 산림전시관을 둘러보고, 수변데크를 따라 식물의 특성과 용도를 살펴보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방문자들이 원하면 동백나무 숲길, 중앙관찰학습원, 아열대 온실 등도 동행하며 설명해 준다.

해설가는 산림전시관에서 난대림에 대한 개념과 수종을 소개한 다음, 목재를 활용한 가공품과 산림속 곤충 등에 대해 설명해 준다. 먹이사슬도 알아본다. 전시관 앞에선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의 자연교잡종으로 완도에서 처음 발견된 암·수의 완도호랑가시도 보여준다.

수변데크에선 여름에 묵은 잎을 떨치고 새잎이 돋아나는 굴거리나무를 비롯 붉가시나무, 황칠나무, 녹나무, 떼죽나무 등 난대수의 생김새와 열매 맺는 시기, 특징 등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새잎에서 반짝반짝 광택이 느껴지는 나무, 열매에 마취성분을 지닌 나무 등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노랑색 무궁화꽃을 피우는 황근도 색다른 볼거리다.

완도수목원에서 만난 황근. 노랑 무궁화꽃이다.
 완도수목원에서 만난 황근. 노랑 무궁화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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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조성된 중앙관찰로에선 참나리, 원추리, 부처꽃, 비비추, 벌개미취 등 갖가지 야생화도 만날 수 있다. 유달리 향기를 많이 내뿜는 금목서, 로즈마리 등이 둥지를 튼 방향식물원도 이 길에서 만난다. 아열대 온실에선 야자류와 선인장류 등을 볼 수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선사한다.

동행하는 아이들의 흥미를 계속 유발시켜주는 것도 해설사의 몫. 중간중간 신이대 잎을 이용해 돛배와 동물모형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숲가꾸기 부산물을 이용한 목걸이 만들기 등 목공예 체험은 덤이다.

이런 해설을 완도수목원에서는 올해만도 600여 차례 넘게 진행했다. 숲해설을 들은 방문자들이 '숲이 이렇게 소중한지 미처 몰랐다'며 반기는 것은 당연한 일.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을 '컴맹'이라고 하잖아요. 그동안 자신이 '숲맹'으로 살았다면서, 자연과 숲에 눈을 뜰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얘기하는 분도 계셨어요. 그런 분을 만날 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숲가꾸기 부산물을 활용한 공예체험. 아이들 기념품으로 제격이다.
 숲가꾸기 부산물을 활용한 공예체험. 아이들 기념품으로 제격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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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들은 전문 교육을 받고 배치된다. 하지만 그녀는 더 자상하고 전문적인 해설을 위해 나름대로 생태공부까지 열심히 하고 있다.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얻고 틈나는 대로 전문서적도 뒤적인다.

윤씨와 같은 숲해설가와 함께 수목원을 돌아보고 싶다면 산림전시관 1층에 있는 방문자안내소에 요청하면 된다. 전화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해설사가 따로 기다렸다가 설명해 준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정말 아름다워요. 감성이 풍부해지고 마음도 부쩍 커가는 게 보이더라구요. 그런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제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걸 느끼죠."

앞으로도 그녀가 대자연에서 자연과 숲을 이야기해주는 해설가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싶은 이유다.

숲해설가 윤주 씨가 신이대 잎으로 나룻배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숲해설가 윤주 씨가 신이대 잎으로 나룻배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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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를 따라 만든 나룻배. 아이들의 흥미를 일깨운다.
 숲해설가를 따라 만든 나룻배. 아이들의 흥미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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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완도수목원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광산나들목 또는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해남읍-화산-남창-완도대교-원동(우회전)-대문리-완도수목원
· 문의전화 ☎ 061-552-1544



태그:#완도수목원, #숲해설가, #윤주, #난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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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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