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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방문해 학자금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방문해 학자금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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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내놓은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한마디로 이 정부 최악의 정책입니다. 이 대통령은 30일 대학교육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평소에 교육은 기회를 균등하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서민가정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사회에 진출하고 가난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론이 전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학자금을 대출받으면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못해도 갚아야 되니까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취임한 지 2년이 다 돼가는 지금에 와서야 이런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는 대통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런 대통령이나 이런 대통령을 보좌하는 교과부 장관이나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까지 수 년 동안 대학생들은 수업을 포기하고 삭발을 하고 학부모들은 덩달아 파산하고, 자녀들은 졸업해도 취업이 안 돼 백수가 되고 있다는 보도를 얼마나 했는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이제와서 뜬금없이 '그런 일이 있었어? 깜놀이네'라니요.

이런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거니와 정작 문제는 바로 이 대책이라며 내놓은 정책이 더 큰 문제입니다.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 봤습니다.

①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외면하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통령은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합니다. 지금 대학생들이 힘든 이유는 '대출'이나 '이자'보다는, 알바를 몇 개를 뛰어도 갚을 수 없는 등록금의 고공행진 때문입니다. 이미 시중 물가상승률의 두 배 이상 뛰어버린 등록금 자체를 손 대지 않은 채 '기한 연장'만 해 주는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다가 몇 년 후에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그렇게 비쌌나?"라며 충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할까 걱정입니다.

② 불과 2주 전에 부실 사립대 구조조정 한다더니...

앞서 언급한대로 대학등록금 자체를 그대로 둔 채 '상환연장'만 해 봐야 대학교들은 이 기회를 '등록금 인상' 기회로 이용할 것입니다. 이미 내년 등록금 인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학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신입생 모집이 안 되는 지방사립대학들은 부족한 재원을 신입생들의 입학금과 등록금 인상으로 채워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 때문에 교과부는 지난 13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사립대학 법인이 해산하면 학교재산으로 장학재단 등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을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즉 학생 모집난으로 정상적인 학교경영이 불가능한 사립대가 법인을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을 출연금으로 하는 공익법인 또는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거나 잔여재산을 이들 법인에 귀속시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정책으로 부실 사립대학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꼴이 돼 버린 것입니다. 정작 부실경영으로 퇴출돼야 마땅한 대학들을 손질하지 않으면서 이들이 새학기부터 모집할 신입생들의 등록금에 대해서 '무한 연장'을 함으로써 부실경영의 책임을 회피할 기회만 주게 될 것입니다.

③ 장학재단을 통한 재원마련은 곧 '고리'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정부는 7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번 정책의 재원 마련을 '장학채권' 등 민간기구들에 의해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이들 기구들이 돈을 빌려줄 때 지금 학자금 대출이자보다 결코 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지금 학자금 대출은 어느정도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습니다. 그래서 은행들도 이런 재원이 마련되면 대학들에 공고를 내고 대출을 실시하고,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는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 줍니다.

하지만 '장학채권'은 순수 민간기구이자 대출이자를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기관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이들 기관에 지원을 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에게만 '손해'를 부담시키는 꼴이 될 위험이 크고, 결국 '취업하기 전에는 안 갚아도 된다'는 말은 이들 '장학재단'들로서는 "언제 갚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빌려주라"는 말 밖에 안 됩니다.

④ '취업' 후에 갚아라... '취업' 기준은?

"취업할 때까지는 안 갚아도 된다"는 말은 언뜻 들으면 대단한 혜택을 주는 것 같이 들립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 기준도 모호하기 짝이 없습니다. '취업'이라는 뜻을 '정규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비정규직'도 해당시킬 것인가, 거기에 '아르바이트'도 포함되는가, 아니면 '자영업'이나 '창업'도 포함되는가 등등 여간 문제가 복잡한 게 아닙니다.

거기에다 취업한 이후 또 다시 실직을 하게 될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없습니다. 그러면 결국 적어도 수 십 년 동안 '대학등록금' 갚다가 젊은 세월을 다 보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취업' 기피 현상까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4년 동안 4천만 원이라는 돈을 대출받았다가, 그 이자와 원금을 취업한 이후부터 갚아야 한다면 현행 7%의 저리로 따져도 이자만 '월 25만 원' 정도 될 겁니다. 거기에다 원금까지 상환한다면 매월 50~60만 원은 꼬박 대학 등록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그나마 지금 정부지원으로 7% 대를 유지하는 것일 뿐, 장학채권이 발행되면 이자는 더 올라갈 것이 뻔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대학교 다니는 동안에만" 돈이 안 들어가는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합니다. 물론 학교를 다니는 동안만이라도 돈 걱정 하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다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근시안적인 정책임에 틀림 없습니다.

⑤ '충격' 받자마자 100년 대계 교육'정책'을 쏟아내?

위에 언급한 문제들 중 가장 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입니다. 오늘 "충격을 받았다"고 해놓고 바로 그 날 '대책'을 내놓다니요. 그래서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도대체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것들이 드뭅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들이거나 특권층을 겨냥한 정책들이 많고,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봐야 '재래시장 할머니 목도리 선물정책' 뿐입니다.

이번 등록금 정책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전국 대학생들의 모가지를 쥐고 있는 꼴이 돼 버렸습니다. 거기에다 정작 등록금을 받아서 '땅 투기'하는 대학교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는 대통령…. 그 기울어진 정책의 기준을 누가 바로잡아야 될까요. 앞이 캄캄합니다.

대학생들 앞에서는 등록금 약속하고, 실직자들 앞에서는 취직 약속하고, 비정규직들 앞에서는 평생 일자리 약속하고, 기업주들 앞에서는 직원들 맘대로 자르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시고, 재래시장 가서는 어묵 드시고, 백화점 가서는 명품백 사시고…. 도대체 우리나라 국민들은 언제까지 이런 꼴을 봐야 하는것입니까.

부디 바라기는 오늘 '충격'받으신 일을 가지고 오늘 정책을 내놓지 마시기 바랍니다. 국민들은 더 '충격'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취업후 상환 대출, #등록금, #등록금인하, #대학생, #학자금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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