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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미디어 관련법 중 신문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 상황을 표시한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미디어 관련법 중 신문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 상황을 표시한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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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 미디어법 날치기' 과정에서 드러난 대리투표 의혹은 지난 2002년과 2005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02년 11월 12일 47개 민생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결정족수가 모자라자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자당 의원을 대신해 표결 버튼을 누른 장면이 언론에 발각됐다. 당연히 표결 결과는 무효화됐고, 재의결 절차를 밟았다. 

또한 지난 2005년 12월 9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열린우리당의 대리투표가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한나라당에 의해 제기됐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전면부인했고, 결정적 증거도 나오지 않아 의혹에 그쳤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되기 직전인 2005년 9월 터치스크린 방식이 도입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터치스크린 방식에 의한 대리투표 의혹이 불거진 다음에도 국회는 본인 인증절차 마련 등 보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국회법 개정을 통해 '본인 확인장치 부착 의무화'를 추진하려고 시도했을 뿐이다.

만약 당시 본인 인증절차를 마련했다면 '표결 무효'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리투표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디지털 전도사인 김형오 국회의장이 디지털 국회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자투표장치, 박정희 정권 때 첫 도입... 하지만 사용된 적은 없어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이윤성 부의장 앞으로 다가가 거세게 항의하자 경위들이 이 부의장을 필사적으로 에워싸 보호하고 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이윤성 부의장 앞으로 다가가 거세게 항의하자 경위들이 이 부의장을 필사적으로 에워싸 보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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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회에서는 일본, 중국, 터키, 호주 등 32개국 42개 의회사무처에 온 93명의 대표단이 참여한 가운데 아·태의회사무총장포럼 창립총회가 열렸다. 세계에서 모여든 각국 의회 대표단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의 '디지털 본회의장'을 구경했다.

국회사무처는 보도자료에서 "우리 국회의 디지털 본회의장과 인터넷 의사중계 및 전자 도서관을 시연함으로써, 지난 4월 세계의회사무총장회의에 이어 우리의 앞선 전자 의회 시스템을 세계에 홍보했다"며 이렇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실제 2005년에 문을 연 우리 국회의 전자 투표와 전자 의안 시스템은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각국 대표단은 본회의장의 구축과 운용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통해 우리의 전자 의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한국의 '디지털 국회'를 견학한 각국 의회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다녀간 지 14일 뒤에 한국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리투표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접했을지도 모른다. 특히 전자투표 과정에 투표자 본인 인증 등 아무런 보안조치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최고의 IT강국' 한국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보안문제가 대리투표 논란을 계기로 입법부 최고의결장소인 본회의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전자투표와 관련해 보안부분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국회 본회의장 표결이 전자투표로 정착된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국회에 전자투표장치가 설치된 때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지난 1975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통령이 뽑는 유신정우회가 국회의원의 1/3을 차지한 제9대 국회에서 각 의석 투표 스위치와 의원들의 투표내용이 표시되는 명판이 본회의장 전면에 설치됐다. 이 전자투표장치는 미국의 하논(HANNON)사에서 수입한 'HE-12911-10' 기종이었다.

국회사무처 의사과에서 작성한 '우리나라 국회 및 주요국 의회의 표결제도'(2001년) 논문을 보면 '최초'로 기록될 이 전자투표장치의 기능을 이렇게 설명해놓았다.

"전의원 명판(231석)이 전면에 설치되고 의석에 스위치(출석, 찬성, 반대, 기권)가 있어 의원이 해당 기능스위치를 작동시키도록 하였으며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이 출석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명판의 램프가 켜지고 출석의원 합계가 표시되도록 하였다.

기명투표시에는 명판 옆에 설치된 표시판에 찬성은 녹색, 반대는 적색, 기권은 황색으로 램프가 점등되고 투표결과 합계가 숫자로 표시되었다. 비밀투표시에는 표시판에 램프 표시가 안되고 출석인원, 찬성, 반대, 기권 등 투표결과만 숫자로 표시되도록 하였다."

하지만 1억5800만원이 들어간 이 전자투표장치는 한번도 사용하지 못한 채 1990년 12월에 철거됐다. 한마디로 유명무실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900만원의 관리비용이 들어갔다.

'기록투표'에 강한 거부감... 잦은 이상으로 '밑빠진 독' 취급받아

 한나라당이 22일 전례없는 재표결에 대리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시도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이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날치기 상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나라당이 22일 전례없는 재표결에 대리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시도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이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날치기 상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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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장치가 이렇게 유명무실해진 배경에는 유신정권에 의해 투표결과가 조작될 수 있다는 의심과 의원들이 전자투표장치 사용에 미숙해 표결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었다. 또한 처음 설치 때 231개 의석에만 전자투표 장치가 설치됐지만, 이후 의석이 계속 증가(231석→276석→299석)해온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전자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당시 본회의 표결은 여·야간 특별한 이견이 없는 안건에는 국회의장이 "이의 있습니까"라고만 묻고 이의가 없으면 곧바로 가결을 선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기립표결로 가·부를 가렸다. 기립표결은 찬·반 의원의 숫자만 기록했기 때문에 어떤 안건에 누가 찬성표 혹은 반대표를 행사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투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한 쪽은 학계와 시민단체들이었다. 의정활동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원들의 투표내용이 기록되는 전자투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갔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6월에는 전자투표가 기명투표의 한 방법으로 국회법에 명기됐고 1997년 5월에는 9억96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본회의장에 전자투표장치를 설치했다. 그러나 전자투표장치는 곧바로 활용되지 못했다. 의원들이 자신의 찬·반투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국회 최초의 전자투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3월 9일에 이뤄졌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의약분업을 1년간 연기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박준규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전자투표에 부쳐져 가결됐다. 그러나 한동안 전자투표는 일반적인 투표방법으로 정착되지 못했다. 2000년 5월 15대 국회가 임기를 다할 때까지 전자투표 횟수는 9회에 불과했다. 

의원들은 자신의 선택을 즉각 공개하는 전자투표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2000년 2월 8일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할 때 전자투표로 할 것인가를 두고 '표결 방법을 정하기 위한 표결'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당시 찬성 155표, 반대 125표, 기권 2표로 전자투표 방법이 가까스로 선택됐다.

이어서 같은 달 16일 전자투표를 본회의의 일반적인 표결방법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를 계기로 각 의원의 투표내용을 알 수 있는 기록표결의 일반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전자투표를 실시한 횟수는 지지부진했다. 그것은 전자투표시스템이 잦은 고장을 일으켜 신뢰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2000년 12월 28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재석의원 247명 중 4명이 누락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투표집계장치의 잦은 이상으로 이듬해 3월부터 8월까지 수리와 업그레이드 작업에 들어가면서 6개월 동안 전자투표는 실시되지 못했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001년 10월 국회 전자투표시스템에 대해 '밑빠진 독상'을 수여했다. 이 단체는 "지난 4년여 동안 본회의 전체표결 안건 92건 중 12건에만 전자투표를 했다"며 "사실상 전자투표장치가 무용지물로 전락해 설치비와 보수비 등 모두 11억3000만원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수리를 마친 전자투표시스템은 점점 신뢰를 얻어갔고, 곧 일반적인 투표방법으로 자리잡아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9월1일엔 '디지털 본회의장' 구축이 완료돼 기존 버튼식 전자투표장치에 터치스크린 투표가 병용되기 시작했다. 의안 등 각종 자료를 의석에 설치된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볼 수 있고, 연설시 관련자료를 대형 스크린에 띄울 수 있게 됐다. 이 시스템의 구축에는 약 83억원이 소요됐다.

"지문이나 홍체 등 생체인식시스템 도입 꼭 필요해"

 한나라당이 22일 전례없는 재표결에 대리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시도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22일 전례없는 재표결에 대리투표 논란까지 일으키며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시도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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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된 이후 한나라당에서 '본인 확인장치 부착 의무화'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상자기사 참조). 하지만 지난 22일 미디어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리투표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자투표방식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NGO과)는 "유권자도 투표할 때 본인 인증 절차를 다 거친다"며 "의원 개개인에게 할당된 컴퓨터는 일종의 투표용지인데 투표과정에 본인 확인 절차가 없어 대리투표가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국회의원 신분에 믿음을 가지고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투표할 수 있도록 했는데 대리투표 의혹으로 인해 그런 믿음과 신뢰가 깨졌다"며 "이제 국회의원도 본인 인증절차를 밟아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본인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홍체나 지문 등 생체인식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기술은 지문인식이다. 그는 "전자감시 측면에서 인체정보를 가지고 본인을 확인한다는 것은 안좋은 방식인데 그런 방식을 의원에게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났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20여년간 국회의원실에서 근무해온 고영대 보좌관(최인기 민주당 의원실)은 "국회의원의 양심을 믿었지만 컴퓨터가 본인인지 인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대리투표가 가능하다"며 "국회사무처가 '본회의장에 의원만 들어가기 때문에 자기 것 외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초등학교 수준의 상황인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한 의원이 출석을 한 뒤 찬성표를 던지고 화장실에 갔는데 누군가 취소버튼을 누르면 끝난다"며 "국가운영을 좌지우지하는 법률안 처리를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고 보좌관은 "옛날에는 국회의장이 '찬성하시는 의원님들은 기립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면 본회의장 뒤에 있던 표결사들이 앞으로 오면서 찬성, 반대, 기권을 집계했다"며 "현재처럼 대리투표가 일어나는 터치스크린 방식보다 (기립표결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투표가 도입돼 편리해지긴 했지만 본인 인증 절차가 없기 때문에 향후에도 대리투표가 일어날 수 있다"며 "개별의원들에게 비밀번호를 부여해 본인임을 인증한 뒤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신분증에 IC칩을 넣거나 지문 등 생체인식시스템을 도입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대리투표를 한 경우 처벌조항이 없는데 재발방지 차원에서 국회법에 처벌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4년 전 '투표기 본인확인장치 의무화' 추진
현재까지 대리투표 사실이 드러난 경우는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과 강봉균 민주당 의원이다. 두 의원은 미디어법 처리시 본회의장에 참석하지 않았거나 참석했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기권표로 처리됐다. 여당에 의해서든 야당에 의해서든 대리투표가 이루어진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나라당이 4년 전 사학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대리투표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한 이후 본인 확인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2005년 12월 26일 국회 본회의장 등에 설치된 전자투표기에 지문인식시스템 등 본인 확인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김 의원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에 따르면, '표결시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표결로 가부를 결정한다'는 국회법 규정을 '표결시 투표자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된 전자투표기로 가부를 결정한다'로 바꾸었다. 터치스크린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대리투표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김 의원은 "전자투표는 본인의 투표 여부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해 부정투표행위에 대한 논란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전자투표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생체인식시스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한나라당 소속의 김 의원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본인 확인장치가 부착됐더라면 '7․22 대리투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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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