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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백일홍. 한여름 태양에 맞서는 정열적인 꽃이다.
 목백일홍. 한여름 태양에 맞서는 정열적인 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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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을 생각하면 빨간색이 먼저 떠오른다. 하여 정열적인 꽃도 빨강색 꽃이 연상된다. 장미, 철쭉, 진달래... 그러나 따스한 봄날에 피었다 지는 꽃들보다 여름철, 뜨거운 태양에 맞서는 꽃이 더 정열적이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지금 배롱나무가 피워내는 목백일홍은 가장 정열적인 꽃일 것 같다.

그 꽃이 피었다. 도로변에 줄지어 핀 꽃은 운전자들의 시선을 앗아간다. 목백일홍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맘때 도로변을 빨갛게, 때로는 분홍색으로 물들인다.

이 꽃이 필 때마다 생각나는 곳이 있다. '명옥헌원림'이다. 이는 등식이 된 지 오래다. 명옥헌원림은 소쇄원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간정원으로 꼽힌다. 오이정(1619∼1655년)이란 사람이 부친 오희도가 살던 곳에 조성한 원림이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연못을 만들고, 네모난 연못 가운데엔 둥그런 섬도 만들었다. 정자는 그 연못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세웠다. 계류를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구슬이 부서지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명옥헌(鳴玉軒)이라 이름 붙였다.

 목백일홍이 피기 시작한 명옥헌원림. 조선시대 대표적인 민간정원 가운데 하나다.
 목백일홍이 피기 시작한 명옥헌원림. 조선시대 대표적인 민간정원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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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백일홍이 피기 시작한 명옥헌원림. 전남 담양군 고서면 후산마을에 있다.
 목백일홍이 피기 시작한 명옥헌원림. 전남 담양군 고서면 후산마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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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뜨거운 날, 한낮에 짬을 내 명옥헌원림으로 간다. 명옥헌원림은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있다. 호남고속국도 동광주 나들목에서 국립 5·18민주묘지 입구를 지나 담양 고서 사거리까지, 또 여기에서 후산마을에 이르는 도로변까지 목백일홍이 지천이다.

지난 봄 파릇한 이파리를 틔운 나무가 장마와 함께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어느새 절정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 길을 따라 운전하며 해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후산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달라진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없던 주차장 하나가 반듯하게 만들어져 있다. 하긴, 그동안 관광객들이 타고 오는 자동차로 마을길이 많이 복잡했었다. 차량통행도 불편했었다. 좁은 골목길을 드나드는 자동차로 인해 정작 마을사람들의 농기계가 통행하는데 지장을 받았었다. 교통사고 위험도 안고 있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싶다.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걸어간다. 고샅길에 핀 봉숭아가 정겹다. 나리, 원추리, 벌개미취도 보인다. 텃밭엔 고추가 탐스럽게 달렸다. 담장을 넘어온 감나무엔 아직은 떫은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능소화도 예쁘다. 평소 차를 타고 다녔을 땐 보이지 않았던 소소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햇살이 뜨겁고 땀도 나지만 마음은 왠지 흡족하다.

 제 역할을 다한 목백일홍 꽃잎이 계곡가에 떨어져 있다.
 제 역할을 다한 목백일홍 꽃잎이 계곡가에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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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태양에 맞서고 있는 목백일홍.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어우러져 멋스럽다.
 한여름 태양에 맞서고 있는 목백일홍.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어우러져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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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헌원림엔 예상대로 목백일홍이 피기 시작했다. 아직 절정은 아니지만 연못과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꽃이 더 화려하게 보인다. 머리 위에 분홍 너울을 쓴 듯한 그 화사함이 봄꽃의 화려함을 앞서는 것 같다.

바람 없는 계절에 커다란 덩치의 나무에서 피워낸 꽃이 더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제 역할을 다하고 시들어 계곡가에 떨어진 꽃에서도 묻어난다.

이 꽃은 며칠 동안 눈부시도록 화사하게 피었다가 냉정하게 꽃잎 떨어뜨리지 않는다. 지금부터 피기 시작해 여름 내내 절정을 뽐낸다. 그것도 꽃 한 송이가 오랫동안 아름답게 피어있는 게 아니다. 한 송이, 한 송이가 오래 머물지 않고 수없는 꽃이 백일 동안 피고 지고를 되풀이한다.

 고목이 된 배롱나무 기둥. 곤충이 허물을 벗듯 오래된 껍질을 벗고 있다.
 고목이 된 배롱나무 기둥. 곤충이 허물을 벗듯 오래된 껍질을 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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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수한 꽃을 피우는 나무지만 기둥이 제법 굵다. 나무의 나이가 꽤나 들어 보인다. 곤충이 허물을 벗는 것처럼 껍질을 벗는 모양새가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같다. 100살은 거뜬해 보인다.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지만 손을 대기가 미안할 정도다.

숲속 정자는 벌써 예닐곱 명이 차지하고 앉아 있다. 평일 한낮에 가면 정자를 통째로 독차지하는 호사를 누려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허사다. 하지만 정자에서 연못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저만치서 태양과 맞서고 있는 목백일홍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호사스럽다.

지난 봄에 왔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명옥헌원림은 결코 나그네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분홍색 목백일홍이 절정을 이룰 때 여유를 갖고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이다.

 명옥헌원림. 배롱나무와 노송이 어우러져 한껏 멋스러운 대표적인 민간정원이다.
 명옥헌원림. 배롱나무와 노송이 어우러져 한껏 멋스러운 대표적인 민간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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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백일홍을 보기 위해 명옥헌원림을 찾고 사람들이 연못 주변을 돌며 꽃을 감상하고 있다.
 목백일홍을 보기 위해 명옥헌원림을 찾고 사람들이 연못 주변을 돌며 꽃을 감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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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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