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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우리집 베란다에 작은 현수막 한 장을 내걸었다.

 

'나도 시국선언, 우리집은 민주주의를 사랑합니다.'

 

지난해 광우병 현수막을 집집마다 내건 것처럼 전 국민이 '나도 시국선언' 현수막을 집집마다 내건다면 MB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우리집부터 실천을 해본 것이다.

 

우리집뿐만 아니라 요즘 '나도 시국선언'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 같다. 곳곳에서 '나도시국선언'을 하고, '우리집도 시국선언'이라는 현수막까지 내걸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기에 하는 말이다.

 

우리동네 시국선언(www.mboutme2.net)을 통해 주문해서 받은 현수막은, 꺼져가는 민주주의의 운명을 촛불에 비교한 듯 촛불이 내리는 비에 꺼지지 않도록 시민(가족)이 우산을 받쳐들고 있는 모습인데, 참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사실, 내 이 모든 행동의 배후자(?)는 중3짜리 아들이었다.

 

중3 아들, 나도 시국선언에 동참하게 하다 

 

"심하다… , 광주도 아니고… 너무 하는 거 아냐?"

 

지난 6월 10일, 경찰이 6월항쟁 22주년 기념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마구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방패로 머리를 찍고, 옆구리를 가격하는 뉴스를 보면서 중3 아들이 혼잣말처럼 한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가 '띵' 해졌다. 아들의 입에서 "광주도 아니고…"라는 말을 듣다니.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80년 광주의 진실을 처음 접하고 심한 충격을 받은 것처럼 아들아이도 경찰의 폭력진압 장면이 충격이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이어,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현 시국에 대한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현 정부는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을 일부의 주장이라며 폄훼했다. 정말이지 전 국민이 시국선언이라도 하지 않으면 MB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생각해 봤다. 전 국민이 시국선언을 한다면? 어떨까 하고. 그렇다면 우리집부터 현 시국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중3, 중2 아들과 부인한테 '우리가족 시국선언'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조금 갑작스러운 제안이다 보니 망설여했고, 부인은 다행히 "좋은 생각"이라며 반색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가족은  토론을 시작했다. 다 모여 토론할 시간이 잘 나지 않아 내가 먼저 아들 둘과 이야기를 했고, 나중에 부인까지 함께 토론을 했다. 그리고 그 토론한 내용을 정리하여 시국선언문을 작성했고, 다 같이 읽고 수정 보완해서 선언문을 확정했다.

 

가족과 시국선언 토론해보니 "거 새롭네"

 

요즘처럼 먹고살기 어렵고 바쁠 때, 한가하게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시국선언문 작성할 시간이 어디 있냐며, 따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해보니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러나 3~4일 정도 1~2시간 투자해서 가족들과 시국토론을 해보니 많은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요즘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어 볼 수 있었고,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나도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것 저것 찾아 보기도 하고, 한 번 더 진지하게 현 시국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더 많은 가족들이 이번 기회에 민주주의와 시국에 대한 토론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면 모두가 '가족 시국선언'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시국선언문을 작성하고 발표하기 어려우면, 나처럼 '나도 시국선언 현수막'을 자기 집 베란다에 내 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동네 시국선언에 따르면, 현수막 주문을 받아 배포하기 시작한 건 3-4일 정도 됐고, 100여 장 정도 주문이 들어온 상태라고. 현수막 1장 가격은 5000원(배송료 포함). 벽 보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낫지 않겠는가. 전국 방방곳곳 집집마다 '시국선언 현수막'이 걸리길 기대한다.

 

아래 내용은 지난 6월 20일 작성한 '우리가족 시국선언문' 내용이다.

 

'우리가족 시국선언문'

 

마치 80년 광주를 연상케하는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 87년 6월항쟁이 있기 전에 일어났던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죽음. 현 시국은 마치 87년 6월항쟁 전, 군사정권의 독재와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를 보는 듯하다. 최근 10년간 먹고살기 어렵고 힘들긴 했지만, 요즘처럼 경찰 폭력과 남북의 군사적 긴장으로 불안하지는 않았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들이 하려는 집회나 문화제는 물론이고, 전직 대통령의 분향소 마저 경찰버스로 차벽을 쌓아 방해하는 행위는 과거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일이었다. 이는 심각한 민주주의 후퇴이며, 국민에 대한 국가폭력이다.

 

이에 우리가족은 대한민국의 한 구성원으로서 현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헌법 21조에 보장된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 서울시청광장에서 서울시민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집회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둘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우리민족이 하나되기 위해 꼭 지키고 실천해야 할 소중한 내용을 담고 있다. 6·15공동선언, 10·4선언 실천하고 남북군사긴장을 해소하라!

 

셋째,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민생고가 심각하다. 서민들의 민생고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99%의 국민을 희생시키고 1%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당장 중단하라!

 

2009년 6월 20일 우리 가족 화열, 영선, 두레, 가운 일동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 개인블로그에 올린 글을 수정보완한 내용입니다. 


태그:#시국선언, #민주주의, #이명박, #촛불,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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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에서 푸뿌리 npo활동과 명상수행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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