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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이동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한국에 향후 15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키로 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FT 화면 캡쳐.
 세계적인 이동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한국에 향후 15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키로 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FT 화면 캡쳐.
ⓒ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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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4일 저녁 7시 30분]

세계 최대통신장비업체인 스웨덴 에릭슨사의 2조 원 규모 한국 투자 계획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 12일 에릭슨사가 향후 5년간 15억 달러(2조 원) 규모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13일 에릭슨 쪽에서 "시기상조", "약속한 적 없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나서 직접 외국기업의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해당 기업이 관련 내용을 뒤집은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누리꾼을 중심으로 "정부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자초한 꼴이 됐다"면서 정부의 성급한 투자 발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발표 하루 만에 FT '시기상조' 보도

지난 12일 오전 청와대는 스웨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과 만나 에릭슨의 한국 투자 확대를 적극 환영했다는 내용을 별도의 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또 청와대는 에릭슨사가 향후 5년간 한국에 약 15억 달러(2조원)를 투자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린 테크놀로지와 4세대 무선통신기술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고, 최대 1000명의 인력을 고용한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내용은 이날 오후 국내 주요 방송을 비롯해 13일치 주요 신문에 그대로 보도됐다.

하지만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정부의 에릭슨 투자 계획 발표에 대해 "시기상조이며, 그와 같은 (투자) 약속을 한 적이 없다"는 에릭슨 쪽 얘기를 보도했다.

FT는 이날 "Ericsson warns Seoul report 'premature'(에릭슨사 한국정부의 발표에 '시기상조'라며 우려를 나타내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청와대가 에릭슨의 4세대 이동통신 등에 15억 달러 투자 계획 발표를 전하면서 "하지만 에릭슨쪽은 지난 일요일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과의 만남에서 투자에 대한 어떤 언급이 없었으며, 한국 정부의 발표에 놀라움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비요른 엘든 에릭슨 한국법인 사장과 인터뷰를 통해, "에릭슨이 한국의 4세대 무선통신 기술에 투자할 의향은 있지만 구체적인 투자규모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premature)'"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스웨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과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2일 스웨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과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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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슨사 "15억 달러 투자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재는 매우 위험"

엘든 사장은 또 한국 정부가 에릭슨의 투자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에 고무됐다면서, "에릭슨의 시장 참여에 대해 (한국정부의) 높은 기대를 반영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다(paper over)고 FT는 전했다.

또 청와대가 발표한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에 대해서도, 에릭슨쪽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FT가 이날 보도한 에릭슨 관계자도 "한국정부가 투자 성격에 대해서도 '컴피턴스센터(competence centre)' 대신, 연구개발센터로 규정한 것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15억 달러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에릭슨 관계자는 "15억 달러에 이르는 한국 투자규모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그같은 예상은 매우 위험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엘든 사장도 "에릭슨의 한국 투자 규모는 시장 접근과 향후 4세대 무선통신분야의 라이선스에 대한 배분 등에 의해 영향받을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며, (에릭슨이) 얼마나 투자할지는 우리에게 어떤 큰 기회들이 열려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같은 에릭슨사의 입장을 자세히 전하면서, (에릭슨의 태도가)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이명박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다고 덧붙였다.

당황한 청와대-방통위 "대통령 면담 전날 에릭슨 회장이 15억 달러 언급"

이같은 FT 보도가 알려지자, 청와대는 14일 긴급 해명자료 등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쪽은 구체적인 투자 규모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에서 (15억 달러 투자규모가) 언급된 것은 아니다"면서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

대신 에릭슨 회장이 이 대통령과의 면담 하루 전인 지난 11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 함께 있던 방통위 실무자가 1000여 명 규모의 연구센터(R&D)를 둔다는 계획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어느 정도 될지를 물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에릭슨 회장이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15억 달러도 될 수 있고 20억 달러도 될 수 있다"고 답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12일 청와대에서 에릭슨의 대략적인 투자 예상 규모(15억 달러)를 적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에릭슨코리아 쪽은 14일 오후 한국 투자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별도의 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에릭슨코리아 쪽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 정부와 에릭슨이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과 그린에코 시스템(Green Ecosystem) 성장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게 되었다"고 소개하고, "에릭슨의 선도적인 4세대(G) 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기본 요소 중 하나"라고 밝혔다.

향후 한국 투자 방향과 규모에 대해선 "한국의 4G 컴피턴스 센터 구축을 위한 투자를 기획하고 있다"면서 "센터에는 4G 네트워크 관련 컴피턴스, 연구개발 서비스, 테스트 랩, 그린 애플리케이션 센터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에릭슨코리아는 이어 "4G 컴피턴스 센터에 대한 투자는 협정 체결과 함께 바로 시행에 들어가지만 정확한 일정과 투자규모는 향후 진행될 프로젝트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며 "인력 규모는 약 1000여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한국 정부와 에릭슨은 이번 협력부문과 투자 계획에 대해 완벽한 이해와 합의를 했다"고 강조하면서도, 15억달러 투자 약속 등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한편, 14일 FT의 보도와 청와대의 해명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선 "청와대가 너무 성급하게 투자 유치에만 급급한 나머지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을 비롯해 각종 게시판에는 1500여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면서 "세계적인 외국 기업과의 투자 약속을 두고, 일단 발표만 하고 아니면 말라는 식은 어이가 없다"(아이디 '소년'), "국제적으로 창피하게 됐다"('천랑성') 등 지적이 이어졌다.


태그:#이명박, #에릭슨, #투자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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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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