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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날 소쇄원 가는 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반긴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가는 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반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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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라면 사철 아무 때라도 좋다. 하지만 시간대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건 여행지의 매력이다. 어떤 곳은 계절 따라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날씨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침 일찍 가서 보느냐, 해질 무렵 가서 보느냐에 따라 감동의 차이가 다르기도 한다. 가족과 같을 때, 친구나 연인이랑 갔을 때 와 닿는 경물이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요 며칠 장맛비가 내렸다. 이 비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다시 내릴 태세다. 여행이나 나들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도 좋지만 비가 내릴 때도 좋은 곳으로 가본다. 오히려 비가 내리면 운치가 더 있는 곳, 민간정원이다. 복잡해진 머리를 정리하고 마음결까지도 한결 가볍게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정원은 남도에 있다. 담양의 소쇄원과 명옥헌원림 그리고 완도 보길도의 부용정이 꼽힌다. 원림이라 하면 숲의 자연상태를 그대로 조경삼아 적절한 곳에 집과 정자를 배치한 공간을 일컫는다. 자연과 인공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소쇄원과 명옥헌원림이 있는 담양으로 가본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우산을 든 한 처자가 대봉대 앞을 지나고 있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우산을 든 한 처자가 대봉대 앞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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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날 소쇄원. 흙돌담과 어우러진 솟을대문이 멋스럽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흙돌담과 어우러진 솟을대문이 멋스럽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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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소쇄원은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대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대봉대가 반긴다. 옛날 찾아오는 손님을 버선발로 맞았다는 곳이다. 대봉대와 흙담 애양단이 어우러진 모습은 비 내리는 날 운치를 더해준다. 오곡문 아래를 지나는 물줄기를 받아들이는 통나무 수로의 멋도 압권이다.

소쇄원 가장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제월당은 옛 주인이 살며 손님과 담소를 나누던 곳. 여기에 서면 대봉대가 훤히 보이고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계곡과 폭포도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광풍각은 이 집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 폭포와 계곡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다. 계곡의 물을 애양단 밑으로 흐르게 만든 옛 주인의 감각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위치다.

모든 누정이 그렇지만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가서 밖을 내다보면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선다. 일부러라도 마루에 올라가고 또 방에 들어가서 밖을 내다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게 좋다. 그리고 귀 기울여 대숲소리, 바람소리, 풀벌레소리를 들으며 옛 사람의 흉내를 내보는 것도 소쇄원을 체험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사실 소쇄원을 여느 관광지처럼 얼른 한 바퀴 돈다면 10∼20분이면 넉넉하게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면 정말 보잘 것 없다고 생각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유를 갖고 옛 사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보면 한두 시간으로도 부족한 곳이 소쇄원이다. 눈길이 오래도록 머물면서 옛 사람의 속내가 조금은 들여다 보인다. 시끄러운 세상을 등지고 자연으로 돌아간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풍류도 느껴진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제월당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제월당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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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날 소쇄원 광풍각 풍경이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광풍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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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인공으로 자연과 어우러지게 한 선인들의 지혜는 명옥헌원림에서도 엿볼 수 있다. 명옥헌원림을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배롱나무가 피워낸 백일홍이다. 가로변에 심어진 배롱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니 이곳의 백일홍도 머잖아 꽃을 피울 것이다. 지금은 꽃망울만 머금고 있는 상태다.

명옥헌원림도 소쇄원과 쌍벽을 이루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민간정원.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게 사실이다. 명옥헌원림은 소쇄원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있다. 넓은 뜰에 아담한 정자와 깨끗한 계곡물은 기본이다. 그리고 정자 앞에 연못이 있고 그 주변에 배롱나무와 노송이 조화를 이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배롱나무의 꽃이 활짝 피면 말 그대로 무릉도원경을 연출한다.

명옥헌원림은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방지형의 연못과 그 가운데 둥그런 섬이 압권이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관과 자연관이 깃들어 있다. 연못은 땅을, 둥그런 섬은 하늘을 의미하며, 정자에 앉은 사람과 어우러져 천지인의 합일을 나타낸다. 이 연못에 비치는 하늘과 구름 그리고 진분홍색의 백일홍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소쇄원과 함께 대표적인 옛 민간정원인 명옥헌원림. 비 내리는 날 찾으면 누정을 독차지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소쇄원과 함께 대표적인 옛 민간정원인 명옥헌원림. 비 내리는 날 찾으면 누정을 독차지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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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옥헌원림이 있는 후산마을 풍경. 저수지와 고목을 끼고 있는 옛길이 멋스럽다.
 명옥헌원림이 있는 후산마을 풍경. 저수지와 고목을 끼고 있는 옛길이 멋스럽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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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과 명옥헌원림 외에도 담양엔 누정이 많다.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귀가 닳도록 들었던 작품이다. 이 성산별곡으로 더 유명해진 곳이 식영정이다. 그림자도 쉬어갈 만큼 아름답다는 곳이다. 소쇄원에서 가깝고 가사문학관과 나란히 있다. 해질 무렵 광주호에 반사된 빛이 정자 오른쪽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담양 봉산면에 있는 송강정, 면앙정도 들러볼만 하다. 송강정은 송강 정철이, 면앙정은 면앙정 송순이 지은 누정이다.

담양엔 가볼만한 곳도 많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언제 걸어도 시원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이다. 이 길에서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것도 재미있다. 비 내리는 날 우산을 같이 쓰고 걷는 것도, 걷는 사람은 물론 보는 사람까지도 멋스럽게 만든다. 관방제림도 언제 봐도 아름답다. 수령 3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와 푸조나무, 팽나무 등 거목이 즐비하다.

 죽향문화체험마을 안에 있는 '미니 명옥헌'. 앞 연못은 이른바 '이승기연못'으로 알려져 있다.
 죽향문화체험마을 안에 있는 '미니 명옥헌'. 앞 연못은 이른바 '이승기연못'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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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과 대나무골테마공원 같은 대숲도 있다. 죽녹원과 연결된 죽향체험마을도 가볼만하다. 지난 4월 개장했다. 여기에는 식영정, 송강정, 명옥헌 등 이름난 누정을 축소해 세워놓았다. 미니식영정, 미니명옥헌이라고나 할까. 발품 팔지 않고도 한군데서 여러 누정의 특징을 살필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지난 겨울, 텔레비전의 한 오락프로그램에 나왔던 이승기가 빠져서 유명해진 연못도 여기에 있다. 미니명옥헌 앞 연못인데 이른바 '이승기연못'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보고 즐길 것 못지않게 먹을거리도 품격 있는 곳이 담양이다. 대통밥과 떡갈비는 말할 것도 없다. 대나무 불판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죽순요리도 지금이 제철이다. 요즘 같은 계절엔 보양식을 찾아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관방제림 옆 시장통에 있는 국수집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별미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들어가는 길. 양 쪽으로 비에 젖은 대숲이 반긴다.
 비 내리는 날 소쇄원 들어가는 길. 양 쪽으로 비에 젖은 대숲이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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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양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죽순회와 장터국수. 별미다.
 담양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죽순회와 장터국수.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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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소쇄원과 명옥헌원림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동광주나들목에서 나가면 동광주사거리. 여기에서 좌회전하면 광주교도소와 국립 5·18민주묘지 입구를 지나 두 갈래의 길과 만난다. 직진하면 담양읍으로 가는 길. 소쇄원과 명옥헌원림은 우회전, 고서 사거리까지 가야 한다.
이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광주댐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가사문학관 지나 소쇄원에 닿는다. 고서사거리에서 창평 방면으로 곧장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명옥헌원림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 표지판을 따라 1㎞정도 들어가면 왼편에 명옥헌원림이 있는 후산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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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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