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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에 비가 온다. 장마란다. 미친 듯 쏟아졌다, 개었다 하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감자가 수북이 쌓여있다. 하지 즈음해서 옆집 사는 동생 다미가 가져다 준 감자다. 일 년 중 가장 맛있다는 게 하지감자(절기상 하지 즈음에 추수하기 때문)다.

하지 감자, 장마철 서민의 벗

비가 오는 하루 뭔가 먹고 싶어진다. 그것이 무엇일까?
▲ 창 밖에 비가 온다. 장마가 시작 되었다. 비가 오는 하루 뭔가 먹고 싶어진다. 그것이 무엇일까?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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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봄볕과 뜨거운 여름 볕 시원한 바람을 맞고 천둥소리와 빗소리를 들으며 자란 감자가 아닌가. 감자처럼 얼굴도 밝은 다미에게 감사하며, 이름 모를 농부에게 감사하며 맛있게 먹고 있다.

장마철, 시기상 하지감자와 찰떡궁합이다. 감자는 기본적으로 삶아먹고, 볶아 먹고, 국에 넣어 먹고, 전으로 부쳐 먹을 수도 있고,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하니 이런 시기에 서민들에게 이만한 벗이 어디 있겠는가?(서민의 벗이라며 자처하며 떡볶이 먹으러 간 '이'씨 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작게 만든 감자전, 미나리 대신 시금치 나물로 토핑을 해주었다. 아내가 나름 괜찮다고 한다. 비오는 날 감자전이 최고다.
▲ 감자전 성공! 작게 만든 감자전, 미나리 대신 시금치 나물로 토핑을 해주었다. 아내가 나름 괜찮다고 한다. 비오는 날 감자전이 최고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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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산후조리를 도우면서 만날 감자만 쪄주다가 비도 오고 하니 감자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문득 질문이 하나 생각났다. 왜 비가 오면 전이 생각날까? 친구 중에 요리의 달인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말로는 '지글지글' 전이 익는 소리와 비가 오는 소리가 닮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소 싸늘한 기운 속에 쫄깃쫄깃 고소하고 바삭한 맛을 따뜻하게 즐길 수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산후조리 하는 아내를 위해 바치는 나만의 감자전

그럼 장마철의 별미 감자전을 만들어 볼까? 우선 감자를 깨끗이 씻어 믹서에 갈 수 있도록 듬성듬성 썰어준다. 농약과 비료 없이 자란 감자라 껍질도 벗기지 않고 그냥 먹는다. 껍질에 영양소가 더 많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감자는 껍질째 토막을 내준다. 사진 오른쪽에는 믹서에 갈 감자. 왼쪽은 씹는 맛을 느끼기 위해 특별히 잘게 썰어준 감자이다.
▲ 감자 준비 감자는 껍질째 토막을 내준다. 사진 오른쪽에는 믹서에 갈 감자. 왼쪽은 씹는 맛을 느끼기 위해 특별히 잘게 썰어준 감자이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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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는 맛을 살릴 수 있도록 감자 한 개는 잘게 썰어 놓는다. 그리고 감자를 믹서로 갈고 소금으로 간만 해주면 '딱' 이다(소금은 시중에서 파는 맛소금을 쓰지 말자. 생협에서 파는 볶은 소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찹쌀가루나 밀가루를 조금 넣어줘도 찰지고 맛있다.

물을 약간 넣고, 감자를 고르게 갈아준다.
▲ 믹서에 갈아주기 물을 약간 넣고, 감자를 고르게 갈아준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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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름을 붓고, 곱게 갈은 감자를 프라이팬에 넣어준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와 빗소리는 한데 어울리고, 온 집안 가득 풍기는 고소한 냄새에 벌써 침이 꼴깍 넘어간다. 심심하지 않게 시금치나물을 올려 본다(동생 현경이가 미나리를 올려서 먹으면 맛있다고 조언을 해주었는데, 미나리가 없어 시금치나물을 올려봤다).

처음부터 큰 놈으로 도전했다. 웃는 모양의 시금치도 얹어 주었다.
▲ 감자전 부치기 처음부터 큰 놈으로 도전했다. 웃는 모양의 시금치도 얹어 주었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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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일인가? 너무 욕심이 컸다. 너무 크게 만들어 뒤집기에 실패했다. 나처럼 초짜 요리사에겐 이렇게 큰 '전'은 뒤집기에 무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실망하지 말자. 작게 하면 되지 않은가? 작아도 바삭바삭한 게 더 맛있다.

역시 초보 요리사에겐 큰 전은 무리다. 한 숫가락씩 퍼서 작은 감자전을 부쳤다. 나는 바싹 익히는 것을 좋아해서 노릇 노릇 할때 까지 익힌다. 집안에는 고소한 냄새로 가득하다.
▲ 작은 감자전 모양도 나름 성공. 역시 초보 요리사에겐 큰 전은 무리다. 한 숫가락씩 퍼서 작은 감자전을 부쳤다. 나는 바싹 익히는 것을 좋아해서 노릇 노릇 할때 까지 익힌다. 집안에는 고소한 냄새로 가득하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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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여기 저기 넘쳐나는 감자를 먹으면서 농가에도 도움을 주고, 집안에서 감자전으로 따뜻한 이야기꽃도 피워 보세요~!

그래도 맛있어 보인다. 노릇노릇 바삭바삭해 보이는 감자전 기가 막힌 맛이다.
▲ 큰 감자전 모양은 실패, 맛은 성공! 그래도 맛있어 보인다. 노릇노릇 바삭바삭해 보이는 감자전 기가 막힌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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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감자전, #장마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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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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