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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벌써 코스모스가 피었네."

팔방으로 펼쳐져 있는 꽃 이파리가 넉넉하다. 외롭게 홀로 피어 있어 더욱 더 고혹적이다. 무더기로 피어 있을 때의 느낌하고는 사뭇 다르다. 세상의 고독을 홀로 끌어안은 채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외로움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까지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외로움이 두려운 때가 있었다. 열정이 넘치던 시절에는 혼자 있는 것 자체가 싫었다. 왠지 따돌림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외로움이 조금도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안간힘을 썼었다. 조용한 것마저도 참을 수가 없었다. 사이키 조명 아래에서 괴성을 지르면서 몸부림치듯 날뛰는 즐거움에 빠져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외로움을 찾게 되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던 일이 역전된 것이다. 떠들썩한 분위기가 싫어지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아예 그런 곳에는 거부감마저 생기게 되었다. 누가 그렇게 시킨 것이 아니다. 이순의 나이를 바라보게 됨으로서 시나브로 그리 되어버린 것이다.

 

위봉사(전북 완주군 소재)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를 바라보면서 고즈넉한 모습에 젖어들었다. 그 옆에는 갓 꽃을 피어내려고 하고 있는 꽃봉오리가 있었다. 열려지지 않은 모습이 경이롭다. 미지의 우주가 그 안에 숨겨져 있을 것이란 생각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알 수 없는 내일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일이다.

 

코스모스는 연약하다. 넉넉한 이파리를 가진 것도 아니다. 구멍이 숭숭 나 있는 모습이 왠지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바람 따라 흔들릴 뿐이었다. 그렇게 연약하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고혹적은 꽃을 피워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고목은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노여움을 타지 않는다고 하였던가? 눈보라가 앞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매서워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살아가면서 고목처럼 여유롭게 살아갈 수는 없어도 연약한 코스모스처럼 유연하게 살아갈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목은 오랜 세월을 견디면서 쌓아온 경륜의 넉넉함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렇다면 나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니, 쌓아온 연륜이 어느 정도는 되었다. 물론 고목이 살아온 세월과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낸 코스모스보다는 훨씬 더 많은 세월을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모스 꽃처럼 유연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유를 상실한 채로 쫓기듯이 살아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제일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어려운 문제와 조우하였을 때이다. 두려움과 불안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어버리는 일에 익숙해 있음으로 해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함으로 인해 자괴감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 것이다.

 

 

웃으면서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당당하지 못함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없었고 고립을 자초하고 만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활기 넘치게 살아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를 부러워하고 있었을 뿐이다. 스스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지 못한 것이다.

 

코스모스는 말하고 있었다.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나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코스모스를 바라보면서 나를 본다. 그리고 내일을 생각한다. 내면을 충실하게 채워간다면 외로움 또한 매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코스모스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서울방송 리포터


태그:#코스모스, #외로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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