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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골목마실을 하면서 일터로 갑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자전거를 타거니 내려서 걷거니 하면서 한 시간 남짓을 돌고 돕니다. 오늘은 인천 중구 내동에 있는 우리 집에서 나와 인천여상(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찍었던 학교입니다)이 자리한 중구 신생동과 송도중학교가 자리한 중구 답동 둘레를 거닐 생각입니다.

 

 

 엊저녁, 옛동무를 만나 율목동 닭집에서 보리술 한잔을 걸친 다음, 옛동무가 사는 신흥동3가 앞까지 배웅을 하고 나서, 우리 세 식구는 사동과 신생동과 답동 골목을 따라 밤길을 거닐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밤나절에 거닌 골목 모습이 퍽 곱다고 느껴, 아침에 볕을 쬐면서 거닐면 한결 더 곱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땀이 송글송글 돋도록 하는 햇볕을 쬐면서 걷는 골목은 싱그럽습니다. 자동차가 들어서지 못하는 안쪽 골목길마다 시원하고 푸르게 골목텃밭과 골목꽃밭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퍽 많은 집마다 문을 열어 놓은 채 더위를 식히고 있으며, 때때로 콩알만큼 작은 강아지들이 컹컹 짖으며 낯선 손님을 맞이합니다.

 

 한참 즐겁게 마실을 마치고 일터인 도서관이 있는 창영동으로 돌아가기 앞서, 오늘은 신흥동1가 골목을 거쳐서 가기로 합니다. 새 길이름으로는 '구관사길'이라는 이름이 붙는 이곳 길을 살랑살랑 거닐다가, 높다란 골목집 울타리 위쪽으로 해바라기 한 송이와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를 올려다봅니다. 이야! 이 울타리 안쪽으로 해바라기가 다 있네? 지난해에는 못 보았는데?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 해바라기와 빨래 사진을 몇 장 찍고는, 그 옆 붉은벽돌 담벼락 위에 얹은 자그마한 꽃그릇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그런데 이내 개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응? 어디에서 짖는 소리이지?

 

 두리번두리번 살펴보나 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제 코앞에 있는 붉은벽돌 담벼락 한쪽에 벽돌이 빠진 자리가 보이고, 그곳에 까만 개 한 마리가 머리를 디밀고 컹컹 짖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이쿠. 너도 '개벽이'?

 

 

 '골목길 개벽이'는 컹컹 짖다가 제가 쳐다보니 짖기를 멈춥니다. 잠깐 빤히 눈맞춤을 하더니 안으로 뽀르르 들어가고 다시 짖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눈알만 벽구멍에 댄 채 짖습니다. 저런. 무서운가? 그럼, 얼른 내가 가 주지. 다음에 또 보자, 골목길 개벽아!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태그:#골목길, #골목마실, #골목여행, #개벽이, #인천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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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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