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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모욕죄가 입법이 된다면 대법원이 확장해온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우리 공동체의 민주주의를 뒤에서 잡아 당기는 악역을 맡을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인터넷상의 모욕 행위를 '특별히' 처벌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를 논리적으로 비판한 현직 판사의 글이 법원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종광 서울고법 판사는 지난달 26일 법원 내부전산망에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상의 모욕행위에 대한 규제'라는 제목의 논문을 올렸다. 이 글이 올라오자 판사들과 직원들은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 모욕죄의 관계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한 논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판사는 이 논문에서 사이버모욕죄의 필요성과 처벌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고, 국가형벌권 행사 가능성의 확대와 표현의 자유 축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판사가 밝힌 구체적인 논거는 어떤 것일까.  

(이 판사의 논문은 지난 2일 대부분의 언론에 소개되었다. 하지만 원문이 A4 30여장에 달하는데도 대부분 짧은 분량으로 기사화했고, 논문의 내용을 일부 잘못 소개한 부분도 있었다. 최근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둘러싼 논의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글이라는 생각에서 소개한다. 이 판사는 이 논문을 다양한 관점 중의 하나로 이해해달라는 입장이다.)  

"사이버모욕, 현행법으로도 처벌하고 있는데..."

먼저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가 어떤 건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경원 의원 등이 발의한 법률개정안의 취지와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최근 인터넷상의 권리침해 분쟁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법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인터넷상의 모욕행위는 그 피해 확산 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하여 인격권의 침해 결과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고, 익명성 때문에 범죄 신고나 고소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

따라서 현행법(형법상 모욕죄)으로는 대처가 어렵거나 불충분한 영역이 많아 처벌을 강화하고 친고죄 대신 반의사불벌죄로 완화하고자 한다."

요약하자면 한나라당 개정안의 특징은 ▲일반 모욕죄와 별도로 인터넷상의 모욕 처벌 근거 마련 ▲일반 모욕죄(1년이하 징역 또는 2백만원 이하 벌금)보다 가중처벌(2년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반의사불벌죄로 개정 등으로 볼 수 있다. 

 서울고법 이종광 판사
 서울고법 이종광 판사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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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사는 논문을 통해 사이버모욕죄 도입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판사는 먼저, 사이버모욕죄 도입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현행 형법으로도 사이버상의 모욕행위는 계속 처벌되어 오고 있다"며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일부의 견해는 아무런 근거가 없고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임수경씨 아들 사망사건을 다룬 인터넷 기사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벌금형), 인터넷 토론방에 박근혜 의원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린 작가(징역형의 집행유예형)가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된 판례를 소개했다.

이 판사는 이어 사이버상의 모욕을 일반모욕죄보다 가중처벌하게 만든 조항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 사회는 공동체에 커다란 심리적 충격을 준 범행이 발생하는 경우, 사회적 문화적 요인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소홀히 한 채 즉각 강력한 처벌법규만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대신한 입법적 경험이 많다"고 사회풍토를 거론했다. 

"질서위주의 사고는 표현의 자유 장애 초래"

그는 "사이버모욕죄만 해도 이른바 '최진실법'이라고 불리워지고 있고, 그 외에도 특별법에 많은 가중처벌 조항이 이 같은 경위로 제정되었다"며 "이런 법률들이 우리 공동체의 관심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을런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라고 판시한 인터넷에서의 의사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할 경우 표현의 자유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이 법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신설된 2001년 이후에도 사이버폭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03년 4991건에서 2007년 12905건으로 가파른 증가율을 보인 것을 제시하며 "사이버모욕죄가 입법이 되더라도 크게 달리지리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법원의 판례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한 뒤 "표현의 자유가 민주사회에서 가지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고려할 때 법원의 양형이 현행 모욕죄의 처벌에 견주어 급격하게 변동되리라고는 쉽게 예상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반의사불벌죄 되면 피해자 의사 관계없이 구속, 처벌 가능"

이 판사는 특히 사이버모욕죄가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바뀌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기 전에도 사이버상에서 모욕적 표현을 한 자를 소환, 신문하고 구속, 처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의 가장 큰 차이는 피해자의 고소가 수사기관의 공소제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냐에 있다. 친고죄는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하여 처벌할 수 있는 반면, 반의사불벌죄는 고소 없이도 기소하고 처벌할 수 있다. 다만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다. 현재 모욕죄는 친고죄로 되어 있다.)  

그는 사이버모욕죄가 반의사불벌죄로 정해진다면 ▲국가형벌권 행사 가능성이 확대되고 ▲국가수사력의 경제성 차원에서 낭비가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 축소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인의 마음을 미리 판단하여 공권력 발동... 난센스"

이 판사는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신설은 의사표시가 형사처벌 과정에서 적극적 기능을 하는 친고죄와 달리 소극적 기능을 하는 반의사불벌죄를 신설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의 행사 가능성을 확대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가형벌권 행사의 확대는 다른 행정적, 민사적 방안보다 훨씬 강력하게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게 하여 언론이나 개인의 자기검열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고, 공동체의 중요한 관심사에 대한 시민들의 발언을 억제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법은 "정치인 등과 같이 일반 시민들(특히 수사기관 종사자)이 알 수 있는 적은 범위의 피해자들의 명예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수단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피해자에 따른 수사력의 차별적 행사나 엄청난 수사 인력의 증가에 따른 국민부담의 증가로 공권력의 형평성 및 국가수사력의 경제적 운영이라는 관점에서도 부당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치인 등 소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수사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낭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개정법률안이, 개인 감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 모욕 사건을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국가가 평균인의 시각에서 판단하여 어떤 사이버상의 표현에 대하여 피해자가 모욕감정을 느꼈을 것이라고 예단하여 피해자의 아무런 처벌의사가 표시된 바 없음에도 수사하고 구속할 수 있다는 것은 모욕이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을 "수사기관이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미리 판단해서 수사하고 구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고 이는 "국가의 공권력이 개인의 가슴속의 마음을 미리 판단하여 공권력을 발동하겠다는 의도로서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사이버모욕죄, 민주주의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악역될 것"

이 판사는 사이버모욕죄 도입이 자칫하면 사이버상의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거론했다.

그는 "우리의 현행 명예보호법은 언론자유의 가치보다는 외적 명예의 보호에 치우쳐 있고, 헌법적인 관점에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이버모욕죄가 입법이 된다면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공동체 민주주의를 뒤에서 잡아 당기는 악역을 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판사는 1964년 미국이 '뉴욕타임즈 원칙'을 통해서 언론기관의 공적 인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원칙을 확립한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MBC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와 관련 명예훼손 형사 소송이 제기된 상황을 언급하면서, 끝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어느 누군가의 표현행위가 정치인 등의 공적인물이나 또는 다른 이웃의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고', 그로 인한 분쟁을 수사하고 심판하는 국가기관에게까지 그런 표현이 '거슬리는' 상황에서라도, 그 공동체가 존재할 수 있는 헌법적 토대로서의 '사회의 평화' 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감대적 가치'는 수호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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