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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부산시의회는 본회의를 열어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매장의 무분별한 입점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3일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 개정안은 이날 만장일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부산에서는 6개월 뒤부터 SSM(슈퍼수퍼마켓)을 비롯한 대형매장의 입점이 규제된다. 지금까지 대구·광주·대전에서는 준주거지역에서 대형매장의 입점을 규제하는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일반주거지역까지 규제하는 조례가 만들어진 것은 부산이 처음이다.

 

이날 통과된 조례의 내용을 보면, 제1,2,3종 일반주거지역 안에서는 전체 바닥 넓이가 1000㎡ 이상인 판매시설의 건축이 제한되고, 준주거지역에서는 바닥 넓이가 3000㎡ 이상의 대형매장 입점이 불가능해진다.

 

이같은 조례 개정은 부산지역에서 대형유통업계의 진출을 막을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이 조례는 공포 이후 6개월 뒤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당초에는 조례공포 이후 1개월 뒤부터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부산시의회 상임위(해양도시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유예 기간을 늘린 것이다.

 

이번 조례 개정은 민주노동당 김영희 부산시의원(비례대표)이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조례 통과 뒤 소감을 밝히면서 "국회 차원으로 나서 법률을 개정해 골목 상권을 지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왜 이런 조례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골목 상권이 죽어 나가고 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준주거지역에도 대형매장들이 무제한적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앞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

 

- 부산지역의 대형매장 실태는 어떤가?

"이번 조례 발의를 위해 조사를 해보고 놀랐다. 대형 매장이 무분별하게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되었다. 부산지역에는 31개 대형매장이 들어서 있는데, 7년 전에 비해 대형매장의 매출액이 1조 정도 더 늘어났다. 그만큼 재래시장의 매출액이 줄었다고 보면 된다. 얼마 전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전국 재래시장의 실태를 조사한 자료를 보니, 수치가 거의 맞아 떨어졌다. 부산의 대형매장은 2005년 이후 대폭 늘어났다."

 

- 정부나 자치단체마다 재래시장을 살리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차장과 아케이드, 화장실을 만들고 있다. 그런 시설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런데도 경쟁력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대형매장들이 골목상권을 침탈해 가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 다른 지역에도 대형매장이 들어오는 것은 규제하는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준주거지역에 대형매장이 들어오는 것을 규제하는 곳은 대구·광주·대전에 이어 부산이 네 번째다. 그리고 일반주거지역에서 대형매장 설치를 규제한 것은 이번 조례 제정이 전국 처음이다. 일반주거지역은 1종(4층 주택지), 2종(10층 주택지), 3종(15층 이상 아파트 단지)으로 나뉘는데, 이번 조례에서는 일반주거지까지 대형매장의 입점이 불가능 하도록 한 것이다."

 

- 이번 조례를 발의하고 통과시키기까지 업체측의 반발이나 압력은 없었는지?

"저한테는 없었다. 업체 측에서 집행부에 의견서를 낸 것 같더라. 지난해부터 부산지역 소상공인살리기협회가 만들어졌고, 그 단체에서 운동을 벌였다. 그래서 분위기가 많이 잡혀 있었다.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하자는 여론이 높았는데, 대형매장 업체측에서 대놓고 반대할 수 없었다. 업체에서는 규제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 것 같은데, 법령 범위 안에서 규제하는 것이기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 부산시의회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인데, 조례를 발의하겠다고 하자 의원들은 반응은?

"동료 의원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15명이 서명했다. 소상공인살리기협회가 지난해부터 시의회와 간담회, 토론회도 가졌다. 지난해부터 경제 위기 속에 소상공인들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시의회도 관심이 많았다. 그런 분위기가 작용했던 것이다. 2007년 행정사무감사 때 대형매장의 무분별한 입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는데, 당시만 해도 집행부에서 콧방귀를 뀔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조례 제정에 이른 것이다."

 

- 조례 개정안이 통과된 뒤 반응은?

"상인들도 수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100% 만족하지는 못한다."

 

- 당초 조례 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수정되었고, 최종 통과된 조례를 보면 자연녹지지역은 대형매장 규제 대상에서 삭제되었는데?

"처음에는 자연녹지지역 안에는 대형매장이 들어올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조례 개정안에 포함시켰다가 심의하는 과정에서 삭제되었다. 현재 부산에 있는 대형매장 가운데 자연녹지지역 안에 있는 매장은 1곳이다. 그것도 부산시가 도시계획 시설을 하면서 유치했던 것이다. 자연녹지는 대부분 산이라 할 수 있다."

 

- 또 당초에는 조례 공포 이후 1개월부터 효력을 발휘하도록 했다가 심의과정에서 6개월 이후부터로, 이른바 유예기간을 더 늘렸다. 그래서 '반쪽 조례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대형매장이나 SSM을 하려고 계획하거나 땅을 사놓은 사람, 건물을 짓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례를 만들어 규제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간을 달라고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업체들이 망하게 된다고 했다. 다소 긴 유예 기간인데, 심의하는 과정에서 전체 의원들의 뜻을 반영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 대형매장에 대한 규제를 위해서는 조례로 할 게 아니라 법률로 다뤄야 할 측면은 없는지?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대형매장들이 동네에까지 들어오면서 조그마한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 노영민 의원이 발의해 놓은 법률 개정안이 있는데, 국회에서 골목 상권을 살리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안을 논의해서 빨리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조례 통과에 대해, 부산지역 단체들은 환영하면서도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자연녹지지역이 부산시 면적의 53%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조례의 실효성도 의심된다"고 밝혔다.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은 "6개월이나 유예기간을 둔다는 것은 대형유통업에들에게 입점을 서두를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에게는 조례 제정이 한시가 급한 문제다"고 밝혔다.


태그:#대형매장, #SSM, #백화점, #부산시의회,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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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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