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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라디오에서 '여전히 대운하 사업은 필요하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하지 않겠다'고 했고, '자신의 진정성이 전혀 통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 좀 슬프다'고 표현을 했다. 이제 4대강 사업이 토론회로 이야기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절차 문제 지적하는 문제가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대한 글이 작성됐다." (박태현 강원대 교수, 한국환경법학회)

 

"박 교수의 말처럼 이것은 토론을 해보나 마나 뻔히 이뤄지는데 괜히 시간을 허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정전 서울대 교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국회 환경포럼 주최로 29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의 패널들은 무력감을 호소했다. 이미 수많은 학자들이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는 이 모든 반론을 귓등으로 흘렸기 때문이었다.

 

박 교수는 이 상황에 대해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 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날 정책토론회에 참가한 정부 관계자들의 말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의 송재용 국장은 패널과 토론회 참관인들의 질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봤으면 좋겠다."

 

"4대강 사업, 본래 사업목표도 구현하지 못하고 법도 피해가며 추진해"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한국환경법학회 등 3개 학회의 주관 아래 열린 이번 정책 토론회에서 학자들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 4대강 사업과 국토계획 사이의 연계성 부족 ▲ 보, 준설 등을 통한 환경 훼손 ▲ 환경영향평가 및 예비타당성 조사 개악 등에 대해 비판했다.

 

협성대 이상문 교수(도시공학과)는 "정부는 물부족 해소와 홍수피해 예방을 위한 치수의 필요성과 수공간 레저활동 도입을 위한 친수적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4대강을 중심으로 하는 국토계획 차원의 접근전략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특히 "4차 국토계획에 수립된 국토생태축과 4대강 수생태축의 연계 등 양수(養水: 수자원 발굴 및 함양) 측면의 사업연계 전략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인간과 자연과의 공생, 하천생태계 건강성 회복 등 제시한 사업 목표와 정책 방향도 실제 투자계획에서는 생태하천 항목이 당초 계획된 물량·금액보다 감소하는 등 구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현 강원대 교수는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및 축소 계획 등을 지적하며 "민주주의 사회는, '법의 지배'는 이 사업이 실보다 득이 더 큰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친 다음에 정책 결정화되는 것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최고 권력자 개인의 판단과 신념이 그대로 국가정책으로 발전되는 '인(人)의 지배'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국책사업 중 44%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탈락됐다"며 "이는 그만큼 혈세를 낭비되는 것을 막은 것인데 정부는 지금 4대강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피해나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교수는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도 행정부의 일원이다, 환경영향평가도 (사업 시행을 전제로 해)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미 환경영향평가도 시작 전부터 파산선고를 했다"며 "자연하천을 인공하천으로 바꾸는 이런 사업이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동의와 지지도 받지 않고 추진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교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질의응답 수준 형편없다"

 

수원대 이상훈 교수는 "이미 2007년 현재 본류는 97% 정비가 완료됐고, 지방하천은 84% 정비가 완료됐는데 이 사업을 4대강 정비사업으로 부를 수 있는가"면서 "4대강 사업은 하천 생태계를 호수생태계로 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특히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질의응답 수준이 형편없다"고 일갈했다.

 

"보를 막으면 수질이 악화되지 않냐는 질문에 정부는 '오염원 관리와 유량변화 등에 따라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수질에 대해 한 변수(보 건설)의 영향을 검증할 때 다른 변수(오염원 관리 및 유량변화)의 조건은 동일하게 놓아야 하지 않나? 그런데 다른 변수들의 조건이 달라진다고 하면 보 건설에 따른 수질 영향을 검증할 수 있겠나? 이런 점은 그동안 수천억 원 들여 수질을 개선한 환경부가 나서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이 교수는 또, 국토해양부가 4대강 본류에 설치하기로 한 '가동보'(보를 움직여 수량을 조절함)의 허구성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재 안동댐과 낙동강 하구둑까지 유하(流河)시간이 7일이 걸리는데 가동보로 홍수를 막을 수 있겠냐"며 "7일 전에 홍수예보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 집중호우와 태풍에 대한 기상예보 간의 짧은 시차를 볼 때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에는 가동보의 물을 모두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 시기는 농업 용수 공급이 매우 필요하고, 수상 위락활동시기인데도 가동보로는 물을 저장할 수 없고 비워둬야 한다"며 "다목적댐 건설과 저류지를 건설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홍수방지, 용수공급, 골재판매 등 일석삼조를 얻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세상에 공짜는 없고 자연에는 더더욱 없다"고 비판했다.

 

"왜 4대강 사업에 속도전이 필요한가. 인도의 간디는 60년 전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시 말하자면 방향이 잘못되면 간 만큼(6.7조 원 : 보 및 준설 비용) 손해다. 이게 아닌가보다 하면서 간 만큼 손해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 "논박을 해봐야 입장차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학자들의 맹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들의 답변은 맥이 풀리게 하는 것들이었다.

 

송형근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장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선 철저하게 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의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앞서 이미 비판받았던 "보 설치가 됐을 땐 수질이 나빠질 요인도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환경부는 (4대강)주변의 농경지를 완전히 제거한다. 갈수기 때 유량을 적절히 조절한다면 수질에 대한 종합적인 영향은 바뀔 수 있다. 이것이 국립환경연구원이 내놓은 종합적인 우리의 입장이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의 송재용 국장은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같고 다름의 문제"라며 정부의 입장을 강변했다.

 

송 국장은 "우리나라 하천 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홍수기에는 물이 너무 많고 갈수기엔 물이 너무 적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4대강 사업을 통해 지금의 한강보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준설 중에 하천 생태계가 일부 영향을 받지만 수생태계는 육상 생태계보다 회복이 빠르다"며 "부정적으로 보면 한없이 부정적이지만 지금까지 수질개선을 목적으로 한 준설을 단 한 번도 한 적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건강한 생태계를 확보하리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 국장은 수자원 부족량 및 준설 효과에 대한 논란에 대한 질의에 "논박을 해봐야 견해차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전문가들의 입장차만 재확인시켰다.

 

결국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정책토론회는 서로 평행선만 달린 꼴이었다. 토론회를 마치며 이상훈 교수는 "반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장하는 사람 주장하고 답변하는 사람 답변하고…"라며 말을 흐렸다.


태그:#4대강 정비사업, #이상훈 교수, #보, #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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